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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노동개악 저지 파업의 ‘연료’ 구실을 하는:
르아브르 정유 노동자들의 목소리

프랑스가 노동법 개악 반대 파업으로 뜨거운 가운데, 이번 파업의 핵심인 르아브르 정유 노동자들을 데이브 수얼이 만났다.

프랑스에서 투쟁하는 사람들은 항구도시 르아브르를, 사회당 정부의 노동법 개악에 맞선 “파업의 수도”라고 부른다. 항구를 점거하고 파업하는 정유 노동자들은 프랑스 자본주의의 요충지에서 핵심적 연료 공급로를 차단하고 있다.

정유 공장으로 그득한 르아브르 시는 프랑스로 수입되는 석유 상당수가 거쳐 가는 곳이다.

파업 연장을 표결로 정하는 르아브르 노동자들 〈소셜리스트 워커〉

프랑스 노총 CGT의 르아브르 지부 사무총장인 마티아스 잔느는 CIM 유류터미널에서 피케팅을 벌여 왔다. 본 기자에게 잔느는 이렇게 말했다.

"유류 창고로 들어오는 배가 하나도 없어요. 그러니까 파리의 샤를 드골 국제공항으로 기름이 한 방울도 가지 못한다는 겁니다.

"여기서 파업을 벌이면 만만찮은 효과를 낼 수 있어요."

지난달 연료 부족 사태를 촉발한 것은 르아브르 소재 정유 공장의 노동자들이었다. 노동자들이 2주 넘게 파업을 벌이고 있는 토탈 정유 공장의 CGT 지부 대변인 티에리 두프레인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파업은 즉시 효과를 보였습니다. 사람들은 유가가 올라갈 것을 알고는 서둘러 자동차에 기름을 넣었어요. 이제 사람들은 그마저 다 떨어질까 두려워하고 있죠."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가 이끄는 프랑스 정부는 봉쇄당한 원유 저장소 진입로를 뚫으려 황급히 경찰을 투입했고, 사장들은 연료를 더 확보하려고 아등바등했다.

경찰 투입으로 연료 부족 사태는 완화됐지만, 여전히 정유 공장 대부분은 조업 중단 상태이며 파업으로 극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

두프레인은 이렇게 설명했다. "토탈은 보통 유조차를 하루 3백 대 운용했는데, 요즘에는 매일 1천 대를 굴려서 현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유 공장에서 공급이 줄어 몇몇 저장소의 비축량이 고갈되고 있는 상황에서, 토탈은 갈수록 멀리서 석유를 끌어와야 해요.

손실

"그만큼을 운송하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토탈은 매일 수천만 유로의 손실을 보고 있어요.

"기업에 피해를 주려면 돈줄을 타격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게 바로 그겁니다."

사장들이라고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사장들과 노동자들 사이에 팽팽한 대치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연료를 공급하라고 CIM 경영진에 명령했지만, 이에 대응해 CGT 소속 노동자들은 기계의 방호커버를 벗겨 버렸다.

현재 파업 파괴자 소수가 봉쇄된 유류터미널 안에 머물러 있는데, 이들은 터미널에서 한 번 나가면 다시 들어가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다.

노동자들은 이들의 파업 파괴 행위가 치명적인 참사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잔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일할 때는 교대조 하나 당 30명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겨우 17명이 쉬지도 못하고 일하고 있어요.

"유류터미널은 대형 작업장입니다. 사일로에 있는 연료는 [인화성 물질이지] 무슨 초콜릿 같은 게 아니에요! 르아브르 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입니다."

지금도 토탈 정유 공장 밖에는 불타고 남은 조형물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5월 27일 금요일에 노동자들이 파업 파괴자들을 저지하려 조형물에 불을 질렀던 것이다.

르아브르 토탈 정유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벤자민 데자르뎅. 〈소셜리스트 워커〉

노동자 벤자민 데자르뎅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파업 중에는 유조차를 한 대도 운행할 수 없다고 사장들과 합의한 바 있어요. 그런데 사장들이 유조차 3백 대를 파리로 보내려 했습니다.

“그렇게 됐다면 우리에게 굉장히 좋지 않은 일이었을 거예요. 언론은 마치 우리가 정유 공장을 재가동한 것인양 보도했겠죠.”

노동자들은 8시간 동안 단호히 버텨 정유 공장 진입로를 봉쇄했다. 데자르뎅은 이렇게 말했다. “마침내 그들은 포기하고 지금이 파업 중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죠.

“저들은 다시금 봉쇄를 풀려 시도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저번처럼 공공연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몰래 하려 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길 건너 편 석유화학공장 안에 있는 노동자들과 회의를 열어 공동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주 동안 투쟁의 선두에 선 정유 노동자들은 더 큰 저항의 일부다. 데자르뎅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차례 파업에 참가해 왔지만, 이번에는 여론이 이전보다 뜨거워요.

“사람들은 이번 투쟁에 걸린 판돈이 크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어요. 시위 장면을 보면 참가자들이 얼마나 열의 넘치는지 알 수 있어요.

“사람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새 법에 분노하고 있고, 삶의 조건이 열악한 데에 진력이 나 있어요.”

데자르뎅은 “연대의 물결”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싸우지만, 이 투쟁은 모두를 위한 것이기도 해요.

[노동자가 아니라서] 스스로 파업에 나설 수는 없지만 우리 파업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런 사람들은 자동차 경적을 울려주고 [파업 노동자들에게] 음식과 지원금을 주기도 해요. 여러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새 노동법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전체 국민의 4분의 3에 이른다고 해요.

“프랑스에는 빈곤과 실업이 만연합니다. 빈곤과 실업으로 여러 해 동안 고통받았던 사람들이 새 노동법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민주연대노조연맹SUD 보건안전 대변인 프레데릭 르 투즈. 〈소셜리스트 워커〉

이를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르아브르 시 소재 병원 노동자와 환자들이다. 병원 노동자 3분의 1이 ‘병원에 두발로 서다’ 총회에 참가했다. 이 운동은 광장 점거 운동 뉘드부 운동[‘밤을 새다’ 또는 ‘밤에 두 발로 서다’라는 뜻]에서 파생됐다.

민주연대노조연맹SUD 보건안전 대변인 프레드릭 르 투즈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병원에는] 임금을 줄 돈이 모자라요.

“비품을 살 돈도 없어서 심지어 담요나 이불도 모자라요. 환자들이 바닥에 깔개를 깔고 자기도 하고, [정식 병실이 부족해서] 사무실을 개조한 임시 병실에서 지내기도 해요.”

의사 2명이 [병원을] 그만두면서 정신과 병동 하나가 문을 닫을 뻔했지만, 노동자들이 캠페인을 벌여 이를 저지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보건 서비스를 지키는 것만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동참

공공부문 대형 노동조합들은 대체로 노동법 개악 반대 투쟁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개악안이 주로 민간 부문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투쟁에 동참한다면 양상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르 투즈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노동조합 활동가로서 공공부문 노동자들과 투쟁의 연결고리를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새 노동악법이 그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임을 보여 주려 하고 있어요.

“지금은 그들 다수가 공공부문 노동자로 고용돼 있지만, 민영화가 점점 추진되고 있고 그 사람들에게는 노동법 조항 하나하나가 직격탄이 돼 날아갈 것입니다.

“우파 정당[공화당]과 중도좌파 정당[사회당] 양당의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복지를 공격하고 싶어합니다. 장기적으로 노동법 조항들은 공공부문에도 적용될 것입니다.

“이는 모두, 우리가 여지껏 쟁취한 권리를 분쇄하려는 신자유주의 정치의 일부입니다.”

몇몇 핵심 산업 부문 노동자들이 단독으로 버틸 수 있는 압력과 탄압의 수준에는 한계가 있다. 투쟁을 확대하는 것이 사활적이다.

두프레인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애초부터 정유 공장 노동자들만으로는 정부에 법안 철회를 강제할 수 없다고 말해 왔어요.

“다른 부문 노동자들을 투쟁에 동참시켜야 해요. 모두 함께 단결해야만 정부를 굴복시킬 수 있습니다.”

르 투즈도 이에 동의했다. “제 생각에 우리는 승리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투쟁에 가진 힘을 전부 쏟지는 않은 것입니다. 앞으로 투쟁에 나설 수 있는 핵심 부문이 아직 있습니다.

“법안이 통과된 후 한 번도 적용되지 않은 [사문화된] 전례도 있습니다.”

진은 이렇게 말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 집행은 힘의 균형에 달려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거리에서 투쟁하는 한, 우리가 파업을 벌이는 한, 앞으로 어찌될지 결정할 힘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미래는 돈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에게 달려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 쟁취해 온 노동자 권리가 이번 투쟁에 달려 있습니다”

프랑스 노동자들은 한 세기가 넘도록 노동자 권리를 위해 투쟁해 왔다. 특히 그 투쟁의 근거지는 르아브르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금 노동자들은 그렇게 쟁취한 권리를 법으로 보장해 온 노동법을 방어하려고 투쟁하고 있다.

프랑스 전역의 석유 부족 사태를 촉발한 파업이 진행 중인 르아브르 항구. 〈소셜리스트 워커〉

벤자민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노동법 개악에 맞서 파업 중입니다. 개악안은 기존 노동법의 내용을 완전히 후퇴시킬 많은 조처들을 포함합니다.

“개악안은, 노동자에게 더 불리한 작업장 협약이 전국적 산별 협약보다 우선할 수 있도록 규정해, 기존 노동법의 가치를 거꾸로 돌리고 있습니다.

“그리 되면 산별협약은 각 작업장에서 누릴 수 있는 최소한도를 보장하는 대신에, 최대치로써 기능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유급 휴가, 초과근무에 대한 보상, 임금, 비번, 청년들의 노동 시간 한도 등 매우 많은 이점들이 사라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조직 노동자

노동법이 개악되면 대기업의 조직 노동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티에리는 이렇게 말했다. “정유 노동자들은 괜찮은 조건으로 산별 협약을 체결해 이점이 많습니다. 우리는 산별 협약을 무용지물로 만들 개악안을 수용할 수 없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개악안이 고용을 늘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개악안은 노동자를 쉽게 해고하고 더 오래 일하게 만듦으로써, 사용자가 최소한으로만 노동자를 고용하게 해준다.

벤자민은 이렇게 말했다. “개악안은 우리에게, 사회에 그리고 또 고용에 큰 문제를 초래합니다.

“진실은, 개악안이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거짓말은, 노동자에 대한 공격이 노동시장 “현대화”를 위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개악안의 몇몇 조항들은 노동자 권리를 80년 전 수준으로 후퇴시킬 것이다.

티에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산별 협약을 통해 얻어낸 모든 권리들은 선배 노동자들이 크게 투쟁한 성과입니다.

“이 성과를 지켜내는 것이 이번 투쟁에 달려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민주적이고 이 정부와는 다릅니다”

르아브르에서 시위대와 파업 대오를 공격하던 경찰이 쫓겨났다. 항구 노동조합이 부두를 폐쇄하겠다고 위협했기 때문이다.

남부 지역 포쉬르메르에서는 정유 공장으로 가는 길의 도로 봉쇄를 풀려고 경찰이 물대포를 사용했다. 다른 지역에서 탄압은 더 폭력적이었다.

하지만 이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티에리는 이렇게 말했다. “저들이 이렇게 폭력을 쓸수록, 자신들이 누구도 납득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오직 이 운동이 입 다물기만을 바란다는 걸 보여줍니다.

2주 넘게 파업을 벌이고 있는 토탈 정유 공장 노조 대변인 티에리 두프레인. 〈소셜리스트 워커〉

“경찰이 폭력을 자행할 때마다 도로 봉쇄와 파업이 확대됐습니다.

“파업을 시작하지 않았던 한 정유 공장은, 경찰이 정유 공장 차고로 가는 길의 도로 봉쇄를 공격하자, 곧이어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그래서 경찰 폭력은 정부에게는 매우 불리한 방식입니다.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중단

노동법 개악안은 대통령 올랑드가 국회에서 [다수 확보가 불투명해지자] 토론[과 표결]을 중단시켰기 때문에 하원에서 통과될 수 있었다.

마티아스는 말했다. “그것은 ‘낙타의 등을 부러뜨리는 마지막 지푸라기’ 같은 효과를 냈습니다. 즉, 국회 논의 중단은 노동자들을 정말 분노하게 만들었고 지금 여기 피켓라인에 서는 계기가 됐습니다.

“우리는 3월 9일부터 부분 파업을 지속하고 있었는데, 국회 논의가 중단된 이후에 파업 수위를 높였습니다. 이제 무기한 파업으로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습니다.”

올랑드는 프랑스 헌법의 악명 높은 49조 3항을 근거로 들었다. 과거 올랑드는 이 조항이 “민주주의를 부정한다”며 비난했었는데 말이다.

마티아스는 이렇게 말했다. “49조 3항이 헌법에 명시돼 있다 해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하원의원을 선출했습니다.

“그들이 국회에서 토론할 수 없고 표결할 수 없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노동조합은 파업에 돌입할 때, 노동자들을 한데 모아 투표에 부칩니다. 이것이 노동자들과 이 정부의 차이입니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5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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