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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활동에 ‘공갈협박죄’를 덧씌우며 탄압하는 박근혜 정부에 맞서:
7월 6일 상경파업을 준비하는 건설노동자들

박근혜는 6월 13일 20대 국회에서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실업자들의 어려움을 완화하고 재취업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노동개혁이 조속히 마무리되어야 한다"고 연설했다. 그러나 정작 ‘반복되는 실업의 고통’에 신음하는 건설노동자들에게 탄압의 칼날을 휘두르는 장본인이 이런 말을 내뱉는 모습은 뻔뻔하기 짝이 없다.

박근혜 정부의 검찰과 법원은 6월 2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소속 타워크레인 노동자 15명에게 유죄판결을 내리고, 심지어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이하 타워분과) 정민호 위원장과 김명욱 서울경기지부장에게는 각각 징역 3년과 2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검찰과 재판부는 고용 보장을 요구한 집회, 건설현장 산업안전 감시활동을 ‘공갈협박’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런 활동들은 일상적으로 고용불안과 산재위험에 놓여 있는 노동자들로서는 삶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활동이다.

지난해 12월 전국건설노조 타워크레인 노동자 결의대회 ⓒ사진 조승진

건설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던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사용자들이 ‘IMF 위기’를 이용해 비정규직으로 내몰았다. 전보다 30~40퍼센트가 깎인 월 1백20만~1백30만 원의 임금과 월 2백80시간의 장시간 노동, 외주화로 안전사고에 더 취약해진 조건을 강요받았지만, 건설사에 밉보이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제대로 불평조차 하지 못했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2000년에 전국타워크레인기사노동조합을 만들었다. 2001년에는 28일간의 파업으로 전국의 타워크레인임대사들과 중앙교섭으로 일요휴무, 임금인상을 쟁취했다. 이후로 투쟁을 거듭하며 노동조건을 개선해 왔고, 2007년부터는 다른 업종의 건설노동자들과 함께 건설노조로 단결해서 투쟁해 왔다.

노동조건이 조금씩 개선됐지만, 건설사들은 고용불안을 이용해 끊임없이 타워노동자들을 괴롭혔다. 건설사는 공기단축을 위해 무리한 작업을 요구하기 일쑤고, 몇몇 임대사들은 월 1백만 원 정도의 임금을 덜 주고도 일을 시킬 수 있는 비조합원을 고용하면서 조합원 고용을 기피했다.

이번에 타워크레인노동자들을 공갈협박죄로 고발한 ‘준경타워’(타워크레인 임대사)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 업체의 대표 이준구는 현장에서 공공연하게 ‘민노(민주노총)’조합원을 뿌리뽑겠다며 조합원 고용 기피, 건설노조가 노조 아님을 확인하기 위한 소송 제기 등 노조에 적대적인 행위를 거듭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을 요구하며 투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검찰과 보수언론은 건설노조 소속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마치 비조합원들을 배척하며 자신들의 고용만을 요구한 것처럼 거짓을 늘어놓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그동안 민주노총 조합원이 투쟁으로 단협과 임금투쟁에서 승리할 때마다 그 영향으로 ‘한노(한국노총조합원)’, ‘비노조(노동조합 미가입)’노동자들의 노동조건도 개선돼 왔다. 또, 민주노총 소속 타워노동자들은 ‘한노’, ‘비노조’노동자들을 향해 민주노조로 단결해서 함께 싸우자고 거듭 제안해 왔다. 이런 노력 덕분에 현재 전국의 타워크레인 노동자 3천3백여 명의 80퍼센트에 이르는 2천7백여 명이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에 소속돼 있다.

“한노 지도부가 교섭에서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는 사측 안에 합의를 해놓고 조합원들에게 공개도 못한 적이 있어요. 우리 민노 조합원들은 노동조건을 개선했는데, 자기 조합원들에게 후퇴를 받아들이라고 말할 수 없었던 겁니다.”

“지난해부터 건설현장이 크게 늘어, 전국적으로 타워크레인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어떤 현장에서 민주노총 조합원 채용에 소극적이면, 의도적으로 조합원 채용을 기피하는 것인데 문제제기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 심지어 그 때조차도 민주노총 조합원만 채용하라고 요구하지는 않아요.”

산업안전

산업안전 감시활동이 건설사를 협박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검찰의 주장도 어처구니 없다.

해마다 6백 명 가까이 목숨을 잃는 건설현장에서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는 것은 노동자들의 절실한 바람이다. 특히 70미터 상공에서 일하는 타워노동자들에게 ‘사고’는 곧 죽을 수도 있음을 뜻한다. 이번 재판이 있던 다음날도 대전에서 타워크레인이 붕괴돼 인도를 덮치는 위험천만한 사고가 일어났다. 해당 타워크레인을 운전하던 노동자는 물론이고, 지상의 건설노동자나 인도에 있던 시민들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아찔한 사고였다. 스마트폰으로 전송된 사고사진을 본 동료 노동자들은 ‘죽지 않은 것이 기적’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2014년에 수원 광교의 타워크레인 붕괴사고로 가까운 동료를 잃은 한 타워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고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조합원들과 현장에 갔는데, 그때까지 사측은 현장 통제만 급급하고 사고를 당한 타워기사를 제대로 찾지도 않은 채 오히려 현장에 사람이 없다며 구조대원을 돌려보내려 했어요. 결국 옆 현장의 조합원이 구조대원을 데리고 올라가 사고당한 동료를 찾아냈는데, 사측이 타워기사 구조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썼어도 목숨은 구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이런 현실 때문에 타워노동자들은 전문신호수 배치, 노후한 기계 교체 등 안전관련 요구를 거듭 제기하고, 산업안전보건 활동을 꾸준히 펼쳐 왔다.

법원과 검찰은 현장별로 교섭을 하는 과정에서 노조가 사측의 요구로 산업안전위반 고발을 취하한 사실을 들어 ‘공갈협박죄’를 적용했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이번 재판에서 보인 경찰, 검찰, 법원의 태도가 마치 ‘노조활동 자체를 형사법으로 처벌하던 2백년 전 영국, 독일 등의 단결금지입법’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우려스럽게도 이런 공격이 더 확대될 조짐도 보인다. 경찰은 5월 초부터 3개월간 ‘건설현장의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는데, 5대 중점 단속 대상의 하나로 ‘떼쓰기식 집단 불법행위’를 끼워 넣었다. 최근 건설노조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경찰은 목수, 철근공 같은 건설일용노동자들이 속한 건설노조 토목건축분과 소속 지부 간부들을 겨냥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기중서부건설지부장, 경기도건설지부장을 직접 거명한 수사가 진행 중이고, 세종시,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도 건설지부 간부들에 대한 소환요구가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이 손수 ‘단체협약 정도는 간단히 무시할 것’을 독려하며 노동개악을 추진하는 상황이니 수사기관과 법원이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6월 13일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에게 징역 8년의 중형을 구형한 검찰의 만행을 보면 정부는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태도를 쉽게 버리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탄압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정부를 물러서게 할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다.

타워노동자들은 6월 12일 전국의 조합원들이 부산에 집결해서 정부의 탄압에 맞서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건설노조는 탄압 분쇄와 법·제도 개선을 위해 7월 6일 상경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플랜트 건설노동자들도 7월 6일 건설노조 투쟁에 적극 동참한다는 기조를 정하고 구체적인 투쟁 방식을 논의 중이다.

박근혜 정부의 탄압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7월 6일 상경파업을 강력하게 건설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설노조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견처럼 잠깐 집회하고 내려가는 하루 파업에 그치지 말고, 전 조합원이 서울 도심에서 노숙을 하더라도 정부를 향한 강력한 투지를 밝히는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