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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공공 ‘개혁’은 사기다:
성과연봉제 저지 투쟁의 판돈이 커지고 있다

6월 14일에 열린 ‘2016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박근혜는 공공기관 ‘개혁’은 “반드시 돼야만 하는” 것이라며 확고한 추진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혔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노동자들의 임금 하향 압박을 키우고 노동강도를 강화하기는 박근혜와 사용자들이 한목소리로 전체 노동시장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더 심화될 경제 위기 속에 공공부문 부채 증가를 줄이기 위해 적자가 큰 석유·석탄 공사의 사업 매각과 인력감축, 광물자원공사 폐쇄도 추진하려 한다. 이는 민간 부문 구조조정을 압박하는 효과도 노린 듯하다. 아직 방안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중단됐던 가스·전력 민영화도 재추진하려 한다.

박근혜는 전체 자본가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가 기구의 수장이자 공공부문의 사용자로 노동자 공격을 선도하는 모범을 보여 주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노동운동 전체가 공공부문 공격 저지를 중요한 과제로 삼고 대응해야 한다. 특히 지금 전체 공공부문 공격에서 가장 첨예한 쟁점으로 떠올라 있는 성과연봉제에 잘 대처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정부가 호시탐탐 노려 온 민영화 재추진 동력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기득권” 비난은 위선

공공기관장 워크숍에 앞서 60여 개 공공기관장들은 노동자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이사회를 개최해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성과연봉제는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에 해당돼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조나 과반 이상 직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함에도 이는 완전히 무시됐다.

정부는 ‘노조 동의가 없어도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된다고 강변해 왔지만, 최근 입법조사처는 이것이 근로기준법을 배제한 것이라 법원 판례에서도 매우 제한적으로만 인정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억지를 부리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박근혜는 이런 불법 추진을 두고는 공공기관장들이 “개혁의 물꼬”를 터준 것이라며 칭찬하고 노조들이 성과연봉제를 거부하는 것은 “기득권 지키기”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런 비난은 완전히 터무니없다. 박근혜를 포함해 역대 정부들은 번번이 정부 정책을 따른 공공기관들의 적자(이명박 정부 정책으로 인한 에너지 공기업들의 부채 급증 등)나 최소한의 공공서비스 복지 제공으로 인한 적자(공공서비스 요금 할인·면제 등)의 책임을 공기업 노동자들에게 전가해 왔다. 급기야 이번에 정부가 광물자원공사 인원 1백18명, 석유공사 인원의 30퍼센트 감축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투자와 사업 추진에 아무런 결정권도 없는 노동자들에게 부채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완전히 부당하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임금은 2008년 이래로 경제성장률과 물가인상율에도 못 미쳐 실질임금 인상이 사실상 제자리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공기업 부실을 해소한다며 기업 복지를 대폭 삭감하고 장년 노동자들의 임금을 대폭 깎는 임금피크제를 밀어붙였다. 반면 정부의 충실한 대리인으로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데 앞장선 공공기관장들은 지난해에만 연봉이 18퍼센트 인상돼 2억 원에 가까운 연봉을 챙겨 갔다. 도대체 누가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가?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비용절감을 위한 정부의 총인건비·총정원 통제로 장시간 노동과 노동강도 강화를 강요 받았다. 철도에서 인력 부족으로 위험한 조건에서 작업하다 사망한 정규직 노동자만 여러 명이다. 또 지하철에서 1인 승무제로 인해 자살한 기관사만 아홉 명에 이른다.

기존 인력으로 늘어나는 업무를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자, 정부는 외주화를 늘려 공공부문에 비정규직을 늘려 왔다. 최근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사망한 19세 청년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과 같은 일이 반복되는 구조를 만들어 온 것이다.

이처럼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를 계속 강화하고 쥐어짜면서 동시에 열악한 비정규직을 대거 늘려 왔다. 이런 정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이나 청년 실업 해소 운운하며 노동자들에게 “기득권”을 내려 놓으라고 말하는 것은 역겹기 짝이 없다.

정부의 거짓말과 달리,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의 진정한 격차는 1퍼센트에 불과한 최고소득자들과 나머지 대다수 노동자들 사이에 벌어져 온 것이지, 정규직 노동자들이 배를 불려 온 것이 아니다. 공공부문·대기업에서 상대적으로 조건이 좋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과 조건이 공격받을 때, 비정규직과 저임금 노동자층이 함께 늘어 왔다.

박근혜가 공공 ‘개혁’이 “민간 부문의 변화를 유도하는 개혁의 출발점으로 그 책임이 막중”하다고 강조하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공공부문에 대한 공격을 막아야 다른 부문에 대한 공격도 약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지금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성과연봉제 공격에 반대해 투쟁에 나서는 것은 정당할 뿐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의 조건을 지키는 데도 꼭 필요한 일이다. 노동운동이 공공부문 노동자 투쟁을 엄호하고 적극 지지해야 할 이유다.

기층의 불만

박근혜 정부 하에서 ‘철밥통’, ‘귀족’이라는 비난 속에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공격 받으면서 노동자들의 분노도 쌓일 대로 쌓이고 있다. 공공기관장들이 불법까지 자행하며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인 것도 노동자들의 분노를 키웠다.

이사회 강행 이후 6월 7~10일에 열린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의 ‘지구별 총파업 결의대회’는 2013년 파업 당시 열린 지구별 야간총회 수준의 참여율과 열기를 보여 줬다. 6월 22~24일 파업 찬반투표도 진행할 계획이다. 6월 9일 건강보험공단노조의 쟁의행위 찬반 투표는 88.5퍼센트 참가율에 87.8퍼센트라는 높은 찬성률을 기록했다. 금융공기업들에 이어 민간 은행까지 성과연봉제 확대를 밀어붙이고 나서 금융 노동자들의 분노도 매우 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6월 18일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 노동자들과 금융노조 조합원들이 대규모 집회를 연다. 특히 이 집회는 올해 들어 가장 큰 노동자 집회가 될 듯한데, 박근혜가 강력한 공공 ‘개혁’ 추진을 촉구한 며칠 뒤에 열리는 만큼 중요한 정치적 항의 행동이라는 의미가 있다. 대규모 집회는 노동자들의 사기와 자신감을 고무하는 효과도 낼 것이다.

이를 발판 삼아 공공부문 활동가들이 투쟁을 계속 확대해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회 대응과 법률 소송을 중심에 두기보다는 현장 조합원들이 동참하는 투쟁을 강화해 가야 조합원들의 사기를 유지해 갈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가 공공기관장들에게 “마침표를 찍는 순간까지” 온 힘을 쏟아부으라고 촉구했으니, 우리는 그 마침표를 찍지 못하도록 온 힘을 쏟아부어 투쟁을 확대해 가야 한다.

5월 말 정부가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이는데도 공공부문 노조 지도부들이 불법 추진을 규탄은 했지만 이를 저지하기 위한 강력한 투쟁과 대응을 조직하지 않은 점은 무척 아쉽다. 총선 이후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사기도 괜찮았던 만큼, 만약 지도부가 투쟁 계획을 내놓고 호소했다면 조합원들은 이에 호응했을 것이다.

중요한 타이밍을 놓쳤지만, 노동자들의 분노와 투지가 살아 있으니 성과연봉제 적용을 저지하고 백지화하기 위해 기층에서 투쟁을 확대해 가야 한다. 그 속에서 사측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굳히기 위해 인센티브 성과급을 지급하거나 개인성과평가 제도를 도입하려는 후속 공격에 효과적으로 맞설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활동가들의 과제

상당수 노동자들은 분노가 크면서도 자신들이 파업에 나서면 고임금 ‘철밥통’ 비난 여론을 받을까 봐 우려한다.

활동가들이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며 기층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투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그러려면, 활동가들이 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 공격을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

물론 공공부문 노조들이 경고하듯, 성과연봉제는 저성과자 퇴출제로 이어질 위험이 있고 또 노조의 조직력을 약화시킬 위험도 크다. 그러나 성과연봉제가 대다수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효과는 개인 성과를 임금과 승진에 연계시켜 경쟁을 강화함으로써 임금 하락을 압박하고 노동강도를 대폭 강화해 노동자들에게 커다란 고통을 가져온다는 점이다. 또 노동자들의 조건 악화는 당연히 공공서비스 질 후퇴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더민주당이 일방적인 성과연봉제 도입에는 반대하면서도, 공공부문 노조들이 요구하는 성과연봉제 폐기를 위한 국회특위 구성 제안 등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도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과 노동강도 강화를 통한 생산성 제고에 근본적으로 반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굳건하게 성과연봉제 저지 투쟁을 건설해 가려면, 노동자들의 임금 등 조건 악화에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

공공운수노조는 7월 경고 파업과 금융노조도 함께 돌입하는 9월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관건은 여러 공공부문 노조 활동가들이 지적하듯 철도노조와 건강보험공단노조 같은 대형 노조들이 투쟁의 축을 형성해 실질적 파업 동력을 만드는 것이다. 만약 철도 등에서 이런 태세가 갖춰지면, 파업 시기를 앞당겨 돌입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한편, 활동가들과 노동자들 사이에 임금피크제 양보에 합의한 노조 지도부들이 이번이라고 진지하게 파업에 나설 것인가 하는 걱정과 불신도 있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투쟁을 앞둔 상황에서 집행부에 대한 비판은 삼가야 한다고도 보는 듯하다. 활동가들이 이런 우려에 대처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지도부가 투쟁을 조직할 때는 이를 지지하고 함께 투쟁에 나서면서도, 정작 필요할 때 투쟁을 주저하거나 회피하면 이를 비판하고 독립적으로도 싸울 수 있는 준비를 해 가는 것이다. 그러면 투지가 있는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 확고한 투쟁 구심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원리에 따라 여러 공공기관 활동가들의 공동 대응도 모색해 간다면, 활동가들이 투쟁을 확대하고 발전시킬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