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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노동자 투쟁:
세계 1위 기업 월마트를 물러서게 만든 노동자들

노동자들이 저항을 건설해 월마트 사측이 중국의 4백여 지점에서 도입하려 한 종합노동시간제를 저지했다. 종합노동시간제는 사측이 노동자들에게 연장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피크 시간대에 더 많은 일을 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노동자들의 연장근무 수당이 줄어든다.

월마트 노동자들은 ‘월마트 노동자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라는 온라인 네트워크를 조직했는데, 지난 몇 주 동안에만 1만 명이 가입했다. 그러자 중국의 공식 노동조합인 중화전국총공회(ACFTU, 이하 전총)도 이 노동자들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전에서 항의 시위를 하는 '월마트 노동자 네트워크'의 공동 설립자 장리야(왼쪽) ⓒ출처 중국노동회보

온라인을 통해 조직하는 방식이 중국에서는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네트워크의 규모와 응집력은 전례 없는 수준이다. 중국 노동관계 전문가인 왕지앙송은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현상으로, 노동자들이 전국적 차원에서 스스로 조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트워크는 2014년 처음 개설됐는데, 당시 회원 수는 1백~2백 명이었다. 그런데 이 네트워크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된 월마트 노동자 왕쉬슈가 올해 5월 초 ‘위챗’이라는 모바일 메신저 방에서 종합노동시간제의 의미를 설명하자 노동자들이 대거 가입하기 시작했다. “우리 동료들이 종합시간제가 무엇인지를 깨닫고는 네트워크에 가입하기 시작했죠. 노동시간이 쟁점이라 회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위챗 그룹을 14~16개 만들었어요.”

네트워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 국가보안국은 네트워크가 외국 조직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것은 아닌지 조사했다. 그리고 회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월마트 노동자가 아닌 호사가나 악담꾼들도 들어와 채팅방에서 쓸 데 없는 말을 하거나 노동자들을 위협하는 글을 올렸다.

폭발적 증가

선전 시의 월마트 1059호 지점에서 노조 위원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부당 해고된 장리야는 이런 공격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우리 입장을 고수할 것입니다. 이런 공격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분노했어요.”

월마트 노동자들은 물가 인상은 빠르지만 임금 인상은 느리고, 노동조건은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피부로 절감하고 있었다. 네트워크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0년 동안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줄면서 불만과 분노가 쌓여 왔음을 알 수 있다.

월마트 사측은 노동자들의 저항에 보복을 가했다. 하지만 장리야는 노동자들의 저항이 합법적이며, 네트워크를 해체할 법적 근거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네트워크가 독립적으로 운영될 뿐 아니라 외부로부터 돈 한 푼 받은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저는 사비를 털어서 네트워크의 오프라인 모임을 지원했어요. 그래서 국가보안국과 내무부가 우리를 처벌할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죠.”

왕쉬슈는 온라인 네트워트를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한 곳에 집중돼 일하는 공장 노동자와 달리 월마트 노동자들은 비슷한 노동조건으로 일하며 비슷한 고통을 받고 있어도 서로 만날 수 없어 집단행동을 벌이기가 매우 힘들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네트워크 소속 노동자들은 전총에 공개 서한과 청원을 수차례 넣으며 전총이 지지해 주기를 학수고대했다. 가장 최근인 5월 25일에 보낸 공개 서한에는 월마트가 노동자들에게 새 계약조건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며 협박을 일삼고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고발이 담겼다. 월마트가 종합노동시간제를 밀어붙이지 못하도록 전총이 개입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지금까지 전총이 보인 반응은 고무적이었다. 전총 선전지부 왕통신 부의장은 전총 월마트 위원장을 비판했다. “당신은 누구를 대변하는가? 당신은 노동자들에게 새 계약조건에 서명하도록 강요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요구에 귀기울이며 노동자들을 전총으로 끌어당겨야 한다.” 5월 31일 교섭 결과, 노동자들은 종합노동시간제의 적용을 받을지 말지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네트워크 활동가들은 전총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전총이 관료적이고 친사측 입장이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왕쉬슈는 “[월마트가 중국에서 노조를 허용한] 2006년에 전총은 사측과 한편이었다”고 지적했다. 왕쉬슈와 장리야는 전총이 환골탈퇴해 노동자 편으로 돌아서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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