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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열악한 난민의 삶:
난민 인정 대폭 확대하고 지원을 강화하라

오는 6월 2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다. 이 날을 맞아 한국에서 열악한 난민들의 처지와 정부의 위선을 비판하는 기사를 싣는다.

국무총리 황교안은 지난달 '세계 인도 지원 정상회의'에 참석해 "난민 문제를 인도주의 외교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2014년 유엔난민기구 집행이사회 의장국이기도 했다. 그러나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 구금돼 있는 시리아 난민들의 사례는 한국 정부의 위선을 분명히 보여 준다.

한국의 난민 신청자는 2011년 1천 명을 넘어선 이래 매년 급증해 지난해에는 약 5천7백 명에 이르렀다. 전 세계적으로 난민이 급격히 늘어 온 추세에 비춰 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러나 정부는 난민 보호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난민 인정 제도와 절차를 매우 까다롭게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형편없이 낮다.

2014년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4.26퍼센트로 OECD평균 20.6퍼센트보다 한참 낮았다. 당시 OECD 국가 중 한국보다 인정률이 낮은 국가는 4개밖에 없었다. 2011년부터 인정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가족 결합과 재정착, 행정 소송에서 이겨 인정받는 숫자를 제외하면 온전히 법무부 단계에서의 난민 인정을 받은 비율은 1.9퍼센트에 불과하다.(2015년 12월, 난민인권센터)

난민은 제국주의와 극도로 불평등한 자본주의 체제의 피해자이고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이다. 한국 정부의 인색한 난민 정책은 사실상 난민 대부분을 강제 송환의 위험으로 내모는 정책이다. 강제 송환은 난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인정률이 낮은 데에는 난민에게 불리한 난민 심사 절차에 큰 원인이 있다. 난민 인정 심사에서는 본인이 스스로 난민임을 입증해야 한다. 이는 박해 때문에 불가피하게 거짓 서류를 이용해 탈출하거나 출신국을 급하고 어렵게 빠져 나오느라 제대로 된 증거를 챙기기 힘든 난민들에게 높은 벽이나 다름없다. 예를 들어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난민 토나 욤비 씨는 그를 도와 준 난민 지원단체 활동가가 콩고민주공화국까지 직접 가서 가져 온 서류를 제출했음에도 난민 인정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그는 난민으로 인정받기까지 무려 6년이나 걸렸다.

난민 심사는 매우 졸속적으로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가장 많은 난민 신청을 받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정식 등록된 난민 심사 담당자는 8명이었는데 지난해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처리해야 할 난민신청은 거의 3천6백 건에 육박했다. 난민 심사 담당자 1명 당 하루에 1.2건을 심사해야 하는 셈이다. 이의신청을 담당하는 난민위원회도 지난해에 딱 4번 열렸는데 한 번에 3백~6백 건을 심사해야 했다.

난민들의 처지는 매우 열악하다. 난민들은 입국 초기에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 쉬운데, 정부는 난민 신청자가 난민 신청을 한 후 6개월이 지나야 취업 활동을 할 수 있게 했다. 이주노동자가 체류기간 연장을 목적으로 난민 신청 하는 것을 막겠다는 이유다. 그러나 생계비를 지원받은 난민 신청자는 2015년에 전체의 6.5퍼센트뿐이었다.

또한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2015년 1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는 약 60만 원인데 난민 신청자에게 지원되는 생계비는 40여 만 원에 불과하다. 난민 신청자는 의료비도 입원과 수술 시 사후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원할 뿐이며 감기 등 일상적인 외래진료는 지원하지 않는다.

2010년에 난민 인정자, 인도적 체류자, 난민신청자 등 3백95명을 심층 면접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 32퍼센트가 1년에 평균 2~3번 직장을 옮겼고 10번 이상 옮겼다는 응답도 15퍼센트나 된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응답자의 무려 3분의 2가 경제적 곤란 때문에 밥을 굶은 경험이 있으며, 심지어 이 중 20퍼센트는 끼니를 하루 2끼 이상 거른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거짓말

정부는 난민 중에 테러리스트가 있을 수 있다며 이렇게 인색한 난민 수용을 정당화한다.

국정원은 파리 참사 직후였던 지난해 11월 18일 테러 관련 동향보고랍시고 “시리아 난민 2백 명이 항공편으로 국내에 들어와 난민 신청을 했다”며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언론들은 이런 내용을 앞다퉈 보도하며 시리아 난민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보는 편견과 난민 혐오, 테러에 대한 두려움을 조장했다. 테러방지법 제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런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나 난민을 잠재적 테러리스트 취급하는 것은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것이다. 한국이 테러 대상국이 될 위험이 높아진다면 그것은 정부가 위선적인 서방 제국주의 전쟁에 동참하고 이를 지원해 왔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테러를 막으려면 테러를 낳은 근원인 제국주의 국가들의 중동 전쟁과 한국의 전쟁 지원과 파병을 중단해야 한다.

또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이 체류기간을 연장하거나 강제추방을 지연시키려고 난민 신청을 한다며 자신들의 위선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

2014년 기준 한국의 주요 난민 신청자 출신 국가는 파키스탄, 중국, 나이지리아, 이집트, 시리아, 네팔, 스리랑카 등이다. 이 중 이집트, 나이지리아, 시리아는 아예 고용허가제 송출국이 아니다. 또 난민 신청자가 가장 많은 파키스탄은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중 가장 작은 비율(1.7퍼센트)만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이주노동자들 중에서도 난민이 있을 수 있다. 독재 정권의 탄압을 피해 버마 이주노동자들이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온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국 체류 중 출신국에서 정세 등이 변해 난민이 될 수도 있다.

설령 이주노동자가 체류 기간을 연장하고 강제추방을 피하려고 난민 신청을 하더라도 결코 이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애초 이주노동자에게 온전한 이주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은 채, 강제추방으로 협박해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한 한국 정부에게 그 책임이 있다. 오랫동안 일하며 익숙해지고 삶의 터전을 닦아 온 곳에서 더 머무르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기도 하다.

완전한 이주의 자유 보장해야

각국 정부들은 난민 등 이주민을 테러나 실업의 원인인 것처럼 호도해 속죄양 삼는다. 그러나 돈 있는 투자자들과 소위 고급 기술 인력은 유치하려고 애쓰면서 한국 경제의 가장 밑바닥에서 기여하고 있는 대다수 이주노동자들의 정주는 어떻게든 막으려고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위선이다. 정부는 내국인 일자리를 보호한다며 이주민의 체류기간을 제한하지만 이는 고용에 대한 정부와 기업주들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이런 이간질이 먹힐수록 실업과 테러 등을 낳는 자본주의·제국주의 체제라는 진정한 원인이 가려지고 노동계급 내 분열이 커져 결국 저항의 힘은 약화된다. 그러나 이에 맞서 싸울 가능성도 존재한다. 유럽에서는 난민을 환영하고 난민에게 국경을 개방하라고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들이 열렸고 이는 유럽의 계급 투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에 맞서 싸우는 이라면 누구나 난민의 권리를 옹호해야 한다. 난민들이 원하는 곳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지원을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더 많은 연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