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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속 없는 ‘고교맞춤형 교육 활성화 계획’

4월 25일 교육부는 ‘고교 맞춤형 교육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그 핵심은 2022년까지 고교 학급당 학생 수를 OECD 평균 수준인 24명으로 축소하고, 직업계고 비중을 30퍼센트로 확대하고, 농산어촌 거점 우수고를 육성한다는 것 등이다. 2022년까지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OECD 수준인 13.3명으로 개선하겠다고도 한다.

우선 이 계획이 박근혜 정부의 애초 공약보다 명백히 후퇴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는 원래는 학급당 학생수를 2017년까지 OECD 상위권 수준으로 축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즉, 이번 계획은 애초 공약의 시간이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해 놓은 것이 아무것도 없자 목표치를 낮춘 채 부랴부랴 내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이 계획이 그대로 실행된다면 좋을 것이다. 한국 교육의 현실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OECD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1년 기준 한국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수는 26.3명으로 33개 국가 중 29등이다. 중학교는 34명으로 꼴찌다. 한국 중학교 교실에는 OECD 상위권 국가에 견줘 1.6배 많은 학생이 함께 수업을 듣고 있다. 2012년 기준 한국 고등학교(일반고)의 학급당 학생수는 34.2명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계획’은 이런 현실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까?

2022년이 되면 한국 고등학생 수가 2015년에 견줘 30퍼센트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의 계획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학급당 학생수도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상황에 기댄 측면이 크다.

물론 고등학생의 학령인구는 2020년부터는 더 감소하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될 전망이어서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면 의식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학교를 더 짓고, 교사를 충원하고, 이를 위한 재정적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바로 이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계획’은 맹점이 있다. 첫째, 학생이 적은 농산어촌에서는 학교들을 통폐합해 오히려 학급수를 줄이려 한다. 이렇게 해서 줄이는 재정을 수도권과 도시 지역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이는 좋게 보아도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것이다. 농산어촌의 교육 여건이 더 열악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일이다.

둘째, 그나마도 학급당 학생수가 과밀한 수도권과 도시 지역에 대한 대책은 뚜렷한 것이 없다.

셋째, 지난 4년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 온 교원 정책은 교원 확충에 오히려 역행하는 것이었다.

넷째, 교육재정 확충에 대한 언급이 한마디도 없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 과정 등에서 드러났듯이, 오히려 박근혜 정부는 교육재정을 줄이려 한다.

요컨대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고교 맞춤형 교육 활성화 계획’은 별 실속도 없고 현실 가능성도 낮다.

직업교육 강화와 계급 불평등

교육부는 ‘고교 맞춤형 교육 활성화 계획’과 함께 ‘중등 직업교육 학생 비중 확대 추진계획’(이하 직업교육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직업계고 학생 비중은 30퍼센트로 올리고, 고졸 취업률을 65퍼센트로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통계청의 ‘2014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통계 작성 기준이 변경된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9퍼센트를 기록했다. 이런 심각한 청년 실업에 대응한다며 이명박 정부는 ‘마이스터고 육성방안’(2008년), ‘고교 직업교육 선진화 방안’(2010년)을 통해 직업교육을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도 스위스와 독일의 것을 벤치마킹해 ‘일 학습 병행제’를 추진해 왔다. 그에 따라 2014년 도제식 직업학교 9곳이 시범학교로 선정돼 운영됐다. 2015년에는 41개교가 추가로 선정됐다. 올해 초 교육부는 2016년 확대 시행, 2018년 전면 시행을 목표로 직업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표된 직업교육 확대 계획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청년 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것이라도 어디냐’ 하고 여길 수 있겠지만, 직업교육 강조는 경제 위기 시기 청년들의 눈높이를 낮추려는 목적에서 이뤄지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정부는 ‘일 학습 병행’이라는 구실로 전문계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기업과 연계하도록 하고 기업이 관련 분야 졸업생을 싸게 고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를 숨김 없이 드러내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조사 결과를 보면, 2012년 기준 고졸자와 대졸자의 월평균 임금의 격차는 약 20퍼센트로 학력에 따른 임금 격차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직업교육 확대 계획은 사실상 고등학생의 3분의 1은 대학에 진학할 생각을 하지 말고 일찍부터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라고 하는 정책이고, 그러므로 교육 불평등을 확대하는 정책이다. 부모의 소득과 학생의 성적은 큰 상관관계가 있으므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일수록 일찍부터 직업교육을 받고 저임금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그나마 제공되는 교육도 단순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것일 공산이 크다.

미국의 역사적 경험을 보더라도 직업교육은 청소년을 인종적, 민족적, 계급적 배경에 따라 서로 분리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중등교육 단계에서는 전문화된 직업교육이 아니라, 다방면의 능력 형성과 보편적인 고등 정신 기능의 발달을 추구하는 교육이 인간 발달이라는 교육의 원리에 더 부합한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하의 과도한 분업으로 말미암은 인격의 파편화를 극복하고 생산과정과 세계,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주인이 되는 ‘전면적으로 발달한 인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불평등을 악화시킬 직업교육 강화가 아니라, 특목고와 자사고는 물론이고 인문계고와 전문계고 구분을 폐지한 중등종합학교로의 통합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