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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조위의 확인: 제주 해군기지 건설용 철근 과적:
세월호 침몰, 한국 정부의 미국 제국주의 지원과 관계 있다

6월 27일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세월호에 제주 해군기지 건설용 철근이 실렸다는 내용을 공식 확인했다. 특조위는 전원위원회에서 ‘세월호 도입 후 침몰까지 모든 항해시 화물량 및 무게에 관한 조사의 건’을 상정해 채택했다. 세월호가 제주 해군기지 공사 자재 운반에 이용됐다는 것을 국가기관(독립) 최초로 공식 인정한 것이다. 같은 날 해수부는 제주 해군기지로 운반된 철근 물량이 2백78톤이라고 인정하는 자료를 국회에 제출했다.

〈미디어오늘〉이 의혹을 제기한 뒤에도 정부는 그동안 철저히 무시로 일관해 왔다. KBS, MBC, SBS 등 공중파 방송사는 관련 의혹을 보도하지 않아 왔다.

그럼에도 빅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 주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제주 해군기지’였을 정도로 관심이 크다. 정부의 직접 책임 문제이기 때문이다. 당대표에 출마하려는 새누리당 의원 김용태는 “검찰에서 이런 사실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게 나중에라도 드러난다면 정국에 큰 파국이 올 수 있다”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해적기지” 박근혜 정부는 미국 제국주의의 아시아 패권 정책에 협조할 해군기지 공사를 위해 여객선을 위험으로 몰아 넣고도 이를 감춰 왔다. ⓒ사진 출처 해군

제주 해군기지 건설용 철근이 세월호에 과적됐다는 사실이 가리키는 것은 그간 지적된 무책임성과 진실 은폐, 규제 완화, 부패뿐 아니라 세월호 침몰의 직접적 책임이 정부에 일부(어쩌면 대부분) 있다는 것이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특히 이들 철근 가운데 [선수갑판에 실린] 1백30톤가량은 … 세월호의 침몰과도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국정원과 청해진해운의 관계를 밝히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제주 해군기지는 한미 군사 동맹의 주요 프로젝트이므로 국정원이 세월호 운항에 깊숙이 개입했을 수 있다.

평형수 빼고 실은 철근

2014년 검찰 조사에서도 부실한 화물 고박과 과적이 침몰의 중요 원인으로 꼽혔다. 2014년 4월15일 세월호는 오후 1시경부터 화물과 차량 적재를 시작했다. 이날도 청해진해운은 화물 선적 의뢰를 출항 직전까지 받았다. 화물 적재의 계획은 없고 오로지 “좀 더 많은 화물을 적재”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췄다. 제대로 고박하면 짐을 더 실을 수 없으니 허술하게 고박이 이뤄졌던 것이다. 세월호의 정식 선장은 운항관리자에게 “규정대로 화물을 싣게 해달라고 말을 하였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검찰 조사에서 1등 항해사는 “그날은 철근과 H빔을 너무 많이 실었다”고 진술했다. 보통은 트럭 여덟 대 분량을 싣는데 4월 15일은 무려 열세 대 분량을 실었다는 것이다.

청해진해운 직원도 검찰 조사에서 비슷한 진술을 했다. “세월호 선수에 … 무거운 철근 같은 자재를 … 너무 많이 실어 밸런스[선체 균형]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있었다 … 하지만 회사의 수입 70~80퍼센트 정도를 담당하는 물류팀이 ‘누구 때문에 먹고 사는데’라며 무시했다고 한다.”

참사 직후부터 세월호가 급격히 기울고 침몰한 원인이 배의 복원성이 크게 나빴던 탓이라는 지적이 잇달았다. 증·개축으로 무게중심이 올라갔는데도 화물을 싣느라 평형수를 뺀 것이 문제였다. 게다가 제대로 고박되지 않은 화물들이 급격히 한 쪽으로 쏠린 것도 한 요인으로 꼽혔다. 특히, 합동수사본부가 제출한 ‘여객선 세월호 전복사고 특별조사 보고서’를 보면 세월호가 침몰 초기 15~20도가량 기울었다고 한다. 횡경사 20도까지는 아직 세월호가 완전히 복원성을 잃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배가 20도가량 기울어지자 선수 갑판에 2단으로 쌓여 있던 컨테이너가 옆으로 미끄러지면서 바다로 추락했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한꺼번에 쏠린 화물들 탓에 배는 침수한계선을 넘길 정도로 기울어진 것이다.

실제로, 청해진해운은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화물량 조작을 시작했다. 이는 화물 과적이 침몰의 직접적 원인일 수 있음을 직감해서였을 것이다.

이 위험한 운항의 배경에는 이윤 추구가 있었다. 무리한 증·개축으로 배의 복원성을 유지하려면 평형수를 더 넣어야 했지만 화물을 많이 싣는 것을 우선해 오히려 평형수를 뺐다. 그리고 그 화물에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용 철근과 H빔이 있었다.

이쯤 되면 정부는 과적을 방치한 수준이 아니라 지시했을 공산이 매우 크다. 더군다나 세월호가 국정원이 직접 보고받는 유일한 선박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개연성은 더욱 커진다.

이토록 무리한 과적과 악천후 속에서도 운항을 강행한 데에는 촉박한 제주 해군기지 건설 기한이 작용했을 듯하다. 이미 해군기지의 공사 기간은 1년 2개월가량 늦어진 상태였다. 심지어 이 때문에 정부는 건설사들에게 보상을 해 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더 많이, 더 빨리 건설용 자재를 운반하라는 압력이 있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제주 해군기지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삶을 짓밟았을 뿐 아니라 대부분이 청소년인 무고한 3백4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구조 외면 그들은 아마 여객선 승객들보다 유실된 철근을 더 걱정했을 것이다. ⓒ사진 출처 해양경찰청

안보와 안전 ― 누구의 안보와 안전인가?

제주 해군기지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 MD의 일환이다. 러시아가 MD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신형 미사일 개발·배치에 나서고, 이란과 중국도 MD에 맞설 미사일 능력 강화에 나서는 등 MD는 전 세계의 군사적 긴장과 불안정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제주 해군기지가 대중국 견제 정책에 이용된다면 미중 갈등으로 불안정이 증폭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중국 관영 언론인 〈환구시보〉가 2011년 공개적으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주민들에 대한 물리적 폭력, 벌금 폭탄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가며 강행돼 왔다. 이로써 미국은 일본의 남부와 한국의 제주도에 전략적 기지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오바마는 한미동맹을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태평양 전체 안보의 린치핀”이라고까지 부르며 한미일 동맹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동아시아 지역의 패권을 유지·강화하려 한다. 이런 이유로 올해 초 박근혜 정부는 일본과의 한일 ‘위안부’ 합의를 밀어붙이며 한미일 동맹 강화에 나섰던 것이다.

또한 미국은 한국의 전력이 더 커지길 원하고 이에 발맞춰 한국 지배자들은 미국의 첨단 무기들을 사들이는 데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최근 박근혜는 사드 배치를 서두르고 킬체인 등 위험한 무기들을 도입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단지 미국 지배계급만 이익을 보는 게 아니다. 한국 지배계급은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해 자신의 정치·경제·군사적 이득을 얻을 뿐 아니라, 세계 질서 속에서 자신들의 지위를 높이고 싶어 한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국가는 다른 국가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 더 유리한 자본 축적 조건을 조성하려 한다. 이를 위해 군사력이 동원되고 때때로 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특조위 예산과 인양 예산은 아까워하는 박근혜가 킬체인 등 무기 구입에는 수조 원을 쓰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해마다 값비싼 무기를 사들이는 박근혜 정부는 수난구호법 개정을 통해 구조 업무를 민영화하고 구조에 쓰일 예산도 삭감했다. 안보 강화는 평범한 다수의 안전과는 하등 관계가 없다. 오히려 우리를 더 위험으로 내몰 뿐이다.

안전 사회 건설이라는 세월호 진실 규명 운동의 목표를 이루려면 제국주의에도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