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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총선 결과:
기대를 모았던 급진좌파의 돌파구가 열리지 않았다

6월 26일 스페인 총선 결과는 좌파에게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여론조사뿐 아니라 출구조사에서도 좌파가 상당히 성장하고, 특히 [급진좌파 정당들인] 포데모스와 좌파연합(IU, 공산당이 주도한다)의 선거연합이 [중도좌파] 사회당(PSOE)을 앞지를 것이라고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포데모스와 좌파연합의 선거연합체] 우니도스 포데모스는 1백만 표 이상을 잃어 71석을 얻어 지난해 12월 총선 때처럼 3위에 머물렀다. 반면, 사회당은 저조한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지지율을 대체로 유지하면서 85석을 챙겼다. 고작 5석만 잃은 것이다.

진정한 승자는 1백37석을 얻은 [전통적인 보수당인] 국민당(PP)이다. 국민당은 ‘중도’ 우파 정당인 시민당(시우다다노스)한테서 40만 표를 되찾아 왔다.

포데모스 지도자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는 보수 정당들의 비방 속에 표를 의식해 급진적 주장을 삭감했다. ⓒ출처 cyberfrancis(플리커)

이번 총선은 지난해 12월 선거 후 반년 동안 어떤 정당도 정부를 구성하지 못해서 실시된 것이다.

국민당과 사회당으로 이뤄진 양당 체제가 쇠락하던 경향은 잠시 숨을 고르게 됐다. 그럼에도 오늘날 상황이, 두 정당이 합쳐서 80퍼센트를 득표하던 1980년대 초와 크게 다르다는 것은 분명하다.

대체 왜 여론조사와 실제 선거 결과가 달랐을까? 왜 우니도스 포데모스는 양당 체제를 깨뜨리는 돌파구를 열지 못했을까?

어떤 이유에서든 일부 유권자들이 누구를 찍었는지 밝히기를 꺼린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진정한 이유는 그 이상으로 복잡하다.

선거운동 기간 다른 정당들은 우니도스 포데모스를 겨냥해서 악선동을 펼쳤다. 반공주의를 동원했고, 우니모스 포데모스가 베네수엘라한테서 뒷돈을 받는다고 비방했다.

이런 악선동은 사회당 지지자들이 우니도스 포데모스 지지로 옮겨 가는 것을 차단했을 것이다.

노년층 유권자들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양극화가 진행되는 것을 보며 전통적으로 지지하던 정당들에 투표하러 대거 참가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을 둘러싸고 조장된 공포감 때문에 “안정”을 강조해 온 국민당이 득을 봤을 수도 있다.

보수 우파 마리아노 라호이가 이끄는 국민당이 승리한 스페인 총선 ⓒ출처 스페인 정부(플리커)

혼란

그러나 더 중요한 요인은 우니도스 포데모스의 강령을 둘러싼 혼란이었다.

지도자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는 비록 선거 유세에서 몇몇 좌파적 언사도 했지만, 그가 되풀이해서 강조한 것은 자신들이 “진정한 사회민주주의자”들이라는 것이었다.

또 이글레시아스는 사회당과 함께 연정을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사회당은 이미 지난해 12월에 국민당 총리 마리아노 라호이를 쫓아낼 수 있었지만 이글레시아스가 이를 막았다고 비난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당시 사회당은 사회당-시민당-포데모스에 기반한 연정을 제안한 바 있다.

집권 시절 사회당은 일자리와 노동권, 공공서비스를 대대적으로 공격했다. 우니도스 포데모스는 그런 사회당을, “변화”를 위해 반드시 함께해야 할 동반자로 치켜세웠는데 그 때문에 많은 유권자들이 등을 돌린 듯하다.

우니도스 포데모스는 카탈루냐 분리 독립을 묻는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옹호했다. 다른 정당들은 이 주장을 가리켜 “헌법에 반한다”고 비난했다.

과거 이글레시아스는 현재의 헌법을 철저히 뜯어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이번 선거 때에는 헌법과 “애국심”을 방어했다. 이것은 혼란만 더 키웠다.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국민당이 이끄는 정부가 구성될 것이 가장 유력하다. 의석 수를 보면 사회당과 시민당, 우니도스 포데모스가 연정을 꾸리는 것도 가능하다.

유럽연합(EU)은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새로운 각종 긴축 정책을 실시해서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이미 천명했다.

우니도스 포데모스가 사회당을 앞지르지 못했기 때문에, 카탈루냐 독립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제안이 의회를 통과할 일말의 가능성도 사라졌다.

비록 선거 결과는 실망스럽지만, 포데모스는 창당 2년을 갓 넘긴 정당으로는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두었다.

포데모스는 카탈루냐와 바스크 지방에서 승리했고, 다른 지역에서도 지지표를 대부분 지켰다.

포데모스가 여기서 더 나아가려면 좌파연합 등의 세력과 함께하고, 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반대 세력을 이끌어야 한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5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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