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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철도사업 활성화 방안은:
“서민 주머니 털어 민간자본 주머니를 채우는 명백한 민영화 정책”

7월 6일 정부가 ‘민자철도사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수도권 광역철도를 포함한 전국 철도의 선로 건설과 열차 운영 사업에 민간자본이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에 관해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 객원연구위원이자 철도 기관사인 박흥수 씨를 인터뷰했다.

박흥수 씨는 ‘맑시즘2016’에서 ‘철도·전기·가스 민영화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망치는가?’를 주제로 연설한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 객원연구위원 ⓒ이윤선

‘민자철도사업 활성화 방안’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요?

이번 안은 [정부가] ‘앞으로의 철도는 민영철도다’라고 밝힌 것입니다. 정부는 철도공사를 민간회사로 만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민영화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나 국가 기반산업인 철도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이번 방안은 철도산업 전체의 민영화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이번 방안에 따르면] 철도공사가 하던 선로 유지보수 업무를 철도시설공단으로 넘기고, 철도시설공단은 이 업무를 외주화해 민간기업에 맡기는 식으로, 철도공사가 하던 기능과 역할을 계속 축소시키면서 결국 민영화로 갈 수 있게 됩니다.

정부는 재정이 악화됐다는 이유로 민간자본에게 선로를 건설하게 하고 선로를 건설한 기업에게 선로운영권을 주겠다고 합니다. 이번 방안에 따르면, 민간사업자는 선로운영권뿐 아니라 선로유지보수도 할 수 있습니다. (선로운영권을 가진 민간사업자는 분명히 선로유지보수를 외주화할 것입니다.) 민간사업자는 유지보수를 한다는 핑계로 철도공사에게서 시설사용료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는 공기업의 수익을 민간 투자자들에게 몰아주는 것이죠.

신규 민자철도 사업수익 유형

  • 민간사업자가 선로 등 시설 관리를 하면서 철도공사에게서 시설사용료 징수 가능
  • 민간사업자는 건설 구간을 운영하고 이를 철도공사가 사용하면 해당 구간 사용료 징수 가능
  • 민간사업자도 기존 간선망 사용 가능

정부가 그간 추진해 오던 철도 민영화와 차이점이 있나요?

과거에는 공기업인 철도공사가 하는 업무의 일부를 민간에게 맡기거나 회사를 분할하는 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했다면, 지금은 전국 곳곳에 철도를 놓으려고 하는 상황에서 새로 놓을 선로들을 민간에게 넘겨주겠다는 것이 차이겠죠. 핵심은 [과거에나 지금에나] 철도 서비스를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 민간 [경쟁] 체제로 이전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6월 30일에] 내놓은 ‘3차 철도안전 종합계획’을 보면, 철도공사를 분할하려는 기존 계획도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철도노동조합의 반대도 있고 [민영화 반대] 여론도 있으니 철도공사의 분할에만 주안점을 두는 게 아니라 철도 산업 전반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철도공사라는 공기업을 여러 철도 사업자들 가운데 하나로 만들려 하는 거죠. 그렇게 되면, ‘공정한 경쟁’을 위해 [현재는 철도공사에 있는] 관제권을 국토부가 회수하겠다고 할 수 있게 됩니다. [관제권이 분리되면 철도 경쟁 체제를] 거부할 수 없는 환경이 돼 버릴 수 있는 거죠.

정부는 ‘3차 철도안전 종합계획’에서도, 민간자본이 철도안전 분야 사업 가운데 스크린도어 사업에만 소수 진출하는 등 민간 투자가 미미하다고 지적합니다. 최근 구의역 사고로 외주화했던 스크린도어 업무를 직영으로 돌리는 마당에, [외주화를] 더 확대해야겠다고, 사회적으로 원성을 사고 지탄을 받는 시스템을 확대하겠다고 나서는 게 바로 정부죠.

이러한 방향은 이번 [민자철도사업 활성화] 방안과 맞닿아 있는 거죠. 이렇게 민간 투자가 들어오면 철도 운영뿐 아니라 안전, 유지보수까지 각 분야별로 외주화해서 외주화 천국인 철도가 되는 거죠.

이 방안은 열차 안전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심각한 영향이 있죠. 국토부는 앞으로 수백, 수천 개의 구의역[사고]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가령 선로 유지보수업체가 외주화돼 있는 경우, 선로 유지보수작업은 보통 열차가 다니지 않는 새벽 1시에서 4시 사이에 해요. 기관사는 그 시간에 선로유지보수 작업이 있다는 걸 관제를 통해 알 수 있죠. 그런데 외주업체들이 새벽 1시에서 4시 사이에만 작업을 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하거나, 더 넓은 구간을 작업해서 돈을 더 벌려고 새벽 1시가 되기 전에도 선로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1시 이전에 운행 중이던 기관사는 상상도 못했던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는 거죠. 대형 인명 사고로도 이어지기도 하고요.

또 외주화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서, 결국 유지보수가 부실해지죠. [지난해] 강남역 스크린도어 사고의 경우에도 서울메트로와 스크린도어 업체는 서로 잘못이 없다며 발뺌하다가 결국 사망 노동자가 2인 1조로 작업하지 않았다며 [노동자를] 탓했죠.

[이번 방안에 따라 민간자본이 선로 유지보수에 참여했을 때] 만약 선로에서 탈선 같은 대형 사고가 나면, 유지보수 업체는 열차 운영기관이 문제라고 하고, 운영기관은 유지보수 업체가 문제라고 하다가 결국 소송전으로 가겠죠. 영국 철도 민영화로 떼돈을 번 당사자는 이런 소송을 대리한 로펌들이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에요. 거액을 들여 서로 잘못을 따지다 보면, 재판 끝날 때까지 사고 책임을 물을 수도 없게 되고, 유지보수도 열차 정비도 개선하지 않은 채 열차는 계속 다닐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러니까 결국 가장 말단에 있는 노동자나 관리자들이 죽거나 다치면서 피해를 당하고 사고 책임을 뒤집어쓰는 경우가 생기는 거죠. 그런 점에서 최근 ‘3차 철도안전 종합계획’이 “종사자 책임” 운운하면서 노동자들이 정신차리면 된다는 식으로 노동자들에게 사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안전을 역주행하고 있는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진

정부는 민간자본이 기본 열차 서비스와는 다른 프리미엄 서비스(급행철도 운영, 고급 객실서비스 등)를 제공하고 이런 경우, 운임을 차등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동시에 일반 평균요금은 내리겠다고 하는데요.

그건 거짓말이고 사기입니다. 그간 국토부가 한 일을 봐도 알 수 있어요. 4대강 건설, 인천공항철도 건설, 민자고속도로 개통, 9호선 개통 등이 시민 편익에 이롭다고 엄청 선전했지만, 지하철 9호선은 악명 높은 지옥철이고 그 운영사는 지옥철 문제는 나몰라라 하고 어떻게든 요금 올릴 생각만 하고 있죠.

국토부가 프리미엄 서비스 운운하는데, 이건 영국 철도 같은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국토부는 앞으로 [영국처럼] 철도 요금을 공공성에 해당하는 규제 부문과 수익성에 해당하는 비규제 부문으로 나누겠다고 해 왔거든요. 비규제 부문에서는 요금 상한선을 없애거나, 다른 규제 완화로 철도 운영기관이 수익을 높일 수 있게 해 적자를 면하게 하겠다는 것이죠.

예전에는 KTX도 프리미엄 서비스라고 했어요. 과거에도 국토부 친화적 인사들은 KTX는 일반 서비스라기보다 특화된 고속 서비스이니 빨리 가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더 높은 요금을 부과해도 무방하다고 주장했어요. 그것과 마찬가지 얘기죠.

고급 철도의 수익을 일반 철도에 사용해 일반 철도 요금을 낮추겠다? 실제로 그랬나요? 서울역 가 보면 거의 다 KTX만 있지, 무궁화호, 새마을호는 거의 없어요. 대체 어떤 것이 일반 서비스냐 반문하지 않을 수 없죠. 일반 서비스를 사용하려다가도 울며 겨자먹기로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사람들은 돈을 더 내야 하고, 그러면 민간 사업자들의 주머니만 채워주게 되는 것이죠. 극단적으로, 열차에 일반실은 2개, 특실은 8개 만든다면요? [일반실 자리가 다 차면]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요금을 내고 특실을 타야 하는 거죠. 또 어떤 회사가 좌석을 조금 개선하고는 열차 요금을 좀 더 올려 받을 수도 있어요. 그런 건 비규제 부문이니까요.

수도권 광역급행 열차를 프리미엄 서비스로 하겠다? 열차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기술 발전의 결과로 당연한 것입니다. 증기기관차가 다니다가 디젤기관차가 나오면 그 기술 발전으로 인한 혜택을 시민들은 누리면 되는 것이죠. 그런데 열차 속도가 빨라졌다고 돈을 더 받겠다?

그리고 수도권 광역급행 열차는 더 많아질 텐데, 그 열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누구냐. 결국 집값, 전세값 비싸서 서울 외곽으로 나간 서민들이거든요. 특히 가난한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서울 중심부에 일자리가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출근을 빨리 해야 하고, 그러면 울며 겨자먹기로 급행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그 열차가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요금 상한선 같은 규제를 안 받는다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은 그 급행열차를 타야 할 겁니다. 이런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철도에 투자하는 민간자본의 주머니를 채우겠다는 거죠.

이렇게 되면, 철도공사도 민간자본처럼 요금을 인상하겠다고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러면 공공기관이 운영하는데도 요금은 오르게 될 것입니다. 요금체계를 더 복잡하게 만들 테고요. 가령 이동통신 사업의 경우, 정부는 여러 통신사가 공정하게 경쟁하는 모델이라고 추켜세우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과연 좋은가요? 철도 요금 체계도 이동통신 요금 체계처럼 되면, 나중에는 나에게 맞는 요금이 무엇인지 잘 모른 채 쓰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외국의 철도기업이나 투기자본들이 국내 철도 사업에 참여해 요금을 인상하려 할 때, FTA 역진 방지 조항 때문에 한국 정부는 제동을 걸 수 없습니다. 이에 따르면, 민간 기업의 자유로운 영업 활동에 대해서 정부 정책으로 요금 인하를 유도할 수 없거든요.

철도 민영화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국가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가 공공 서비스를 포기하고 기업 수익을 우선하겠다는 정책에 대한 반대와 적극적 항의가 필요합니다.

정부는 이 방안 발표 이후 어느 때나 어느 구간부터든지 사업자 입찰 공모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민간 사업자를 선정하면 당장 내년부터 공사에 착수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정권 재창출이 불안한지 임기 내에 철도 경쟁 체제를 도입해 두려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명박 정부도 임기 2년을 앞두고 수서발 KTX를 민영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때 민영화 반대 운동은 박근혜 후보에게 철도를 민영화하지 않겠다고 말하게 했던 것입니다.

물론 박근혜는 2013년 수서발 KTX 민영화를 강행했고, 지금 또 철도 경쟁 체제 도입을 강행하려 합니다. 여기에 맞서 서민들의 이동권, 생존권, 행복추구권을 지키려면 많은 시민들뿐 아니라 그간 철도 민영화를 막기 위해 싸워 온 철도노동조합이 이번에도 싸워야겠죠. 그리고 최근 전기, 가스, 우정사업 등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부문의 노동자들이 같이 싸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