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세월호에 과적된 철근이 향한 곳:
제주 해군기지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최근 〈한겨레21〉은 세월호 도입에 제주 해군기지가 일부분 영향을 줬다고 보도했다. 청해진해운의 ‘2010년 영업실적 보고’를 보면 제주 해군기지 공사는 중요한 영업 고려 요소였고, 실제로 청해진해운은 무리하게 세월호를 도입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철민은 7월 13일에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주요 건설자재의 입항 화물량이 2012년 중순부터 급격히 상승해 2013년에는 이전에 견줘 갑절가량 폭증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가 구럼비 바위를 폭파하며 기지 건설에 박차를 가하던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지난 4월 국방부가 더민주당 김광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한 해에만 제주 해군기지로 운송된 철근이 1만 8천 톤에 이른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는 철근 조달 경로 중 인천-제주 경로가 누락돼 있다. 국방부가 제주 해군기지와 세월호 참사의 관련성을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이다. 국방부는 최근까지도 제주항에 입항한 건설자재 중 제주 해군기지로 소요된 건설자재 내역과 조달 현황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국방부·검찰 등이 청와대를 비호해 왔음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박근혜는 대선 후보일 때 “제주도를 제2의 하와이로 만들자”며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찬성했다. 그런데 기지 건설이 원래 계획보다 늦어지자 과적도 용인했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의 진정한 책임자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

김대중 정부 당시 계획되고 노무현 정부가 결정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정부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무시하면서 공사를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강정마을 주민들을 비롯한 평화 활동가 수백 명이 경찰에 연행되고 법원에서 벌금형을 받아야 했다. 자연은 물론이고 주민들의 삶도 파괴됐다.

박근혜 정부는 동아시아 불안정을 심화시킬 제주 해군기지를 건설해 놓고는 제주도를 '평화의 섬'이라 우기고 있다. 뻔뻔한 해군은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구상금 34억 원을 청구했다. 강정을 파괴한 제주 해군기지는 세월호 참사라는 비극의 배경이기도 했다. ⓒ이윤선

역대 정부들이 이토록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안달이 났던 이유는 이 기지가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 전략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 지배자들은 미국의 전략에 협력해 해양에서의 군사적 입지를 다지고 싶어 했다. 노무현 정부가 주창한 “대양강국” 구호가 이를 보여 준다.

미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최고의 해군력을 자랑한다. 미국은 ‘아시아로의 회귀’를 선포한 이래 이 지역에서 군사력을 계속 증강시키고 있다. 미군 기관지 〈성조〉가 공개한 미국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태평양사령부 예하 병력은 24만 4천 명에서 2만 2천 명이 더 늘었다. 올해 세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미국의 항공모함은 4척으로 2012년 이후 4년 만에 수가 늘었다. 일본 요코스카 기지에 있던 로널드 레이건호가 출항했고, 태평양에는 스테니스호가 배치됐다. 이 항공모함은 남중국해에서 오랜 시간 머물렀는데 명백히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특히 한미일 동맹은 미국의 중국 봉쇄 전략 강화에서 핵심적이다. 이명박 정부가 비밀리에 추진하려다 실패한 한일 군사 정보 협정도 이런 동맹 강화 구상 속에서 진행된 것이었다. 특히 2010년 미국 국무부의 프랭크 로즈 부차관보는 “아시아에서 일본과 한국은 이미 중요한 MD 파트너들”이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는 MD(미사일방어체계) 편입을 거듭 부인했지만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것을 보면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가을 미국과 MD기구 창설에 합의했다. 2013년에 한미일은 제주 동남쪽과 일본 규슈 사이 공해상에서 비공개 해상 합동 훈련을 실시했다. 당시 국방부는 이 훈련이 인도적 목적의 수색 구조훈련(SAREX)라고 주장했는데, 정작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을 때 이 훈련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2016년에도 한미일은 하와이 해상에서 해상 MD 훈련을 실시했다. 지금 박근혜는 기어코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고 있다.

전략적 요충지

제주 해군기지는 이런 그림 속에서 건설이 추진됐다. 미국은 아시아에 추가적인 기지와 시설, 기항지를 확보해 “미 해군의 접근 능력 및 신속성과 기동성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2011년 당시 미국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는 “앞으로 미군은 아시아에서 기항지를 늘리고 다수 국가와의 다국적 훈련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남중국해, 서해, 일본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요충지로서 중요성을 가진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제주도 인근 해역은 오키나와와 괌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의 요격을 시도할 수 있는 최적의 전략적 요충지”라고 지적한다. 평화 활동가이자 ‘글로벌 네트워크’ 사무총장인 브루스 개그넌은 “제주 해군기지는 사실상 '중국의 머리에 총을 겨냥하는 격'”이라고 비유한 바 있다. 당연하게도 중국 지배자들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 왔다.

이런 반발을 의식해서 한국 정부는 제주 해군기지가 미군의 군사 기지로 기능하지 않을 것이라 우겨댔다. 그러나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은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의에서 제주 해군기지 대상 선박은 한국군이 보유하지도 않은 핵추진항공모함(CVN-65급)을 전제로 설계됐고, 주한미해군사령관(CNFK)의 요구를 만족하는 수심으로 설계적용이 계획됐다고 폭로했다.

해군은 애써 제주 해군기지를 민군복합미항이라 이름 붙여 반감을 줄이려 하지만 15만 톤급 크루즈 선박은 전 세계에 7척에 불과하다(2012년). 심지어 크루즈 선박 외에 민간 선박은 입항할 수도 없다는 것이 2012년에 밝혀졌다. 그러니 민군복합항이라는 국방부의 주장은 거짓말이다.

또한 주한미군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미국은 얼마든지 한국 정부의 사전 동의 없이도 제주 해군기지를 이용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가 합의한 전략적 유연성 개념에 따라 제주 해군기지는 대만, 오키나와, 남중국해 등 미국의 필요에 따라 활동의 전초 기지가 될 수 있다.

2013년 미 해군 중령 데이비드 서치타의 ‘제주해군기지 동북아의 전략적 함의’는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제주 해군기지는 센카쿠 열도에서 일본과 중국의 무력 충돌 발생시 일본을 지원할 수 있다. 게다가 중국 동부 대륙붕의 약 70퍼센트는 서해와 동중국해에 있다. 대만해협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제주 해군기지를 이용하는 미국 함정과 잠수함, 그리고 항공모함은 남쪽으로 향하는 중국의 북해함대를 막을 수 있다. 또한 중국의 동해함대의 측면을 공격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주한 미 해군사령관이었던 리사 프란체티는 2015년에 “미 해군은 제주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즉시 항해와 훈련을 목적으로 함선들을 보내기를 원한다”고 노골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한국 정부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정당화하려고 내세운 이어도 초계 활동도 이 지역에서 중국과의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 중국은 2013년 이어도를 포함한 동중국해 방공식별지역을 선언했다. 이어도 상공에는 한중 양국이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이 중첩돼 있다.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선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진짜 “세금도둑”

패권 경쟁의 격화는 군비 증강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항공모함을 무력화하기 위해 탄도미사일 둥펑에 돈을 쏟아 붓고 있고 이에 대응하려고 미국이 만든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호는 건조 비용만 15조 원에 이른다. 동아시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무기를 만드는 데에만 천문학적 액수의 돈이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이 지역 5위의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위해 막대한 군비를 쓰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특조위가 세금 도둑이라며 강제 종료를 밀어붙이고는 군비에는 아낌 없이 세금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는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고 강정마을 주민들의 삶을 짓밟고 있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제주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라고 비판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필자는 2012년 3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는 정부와 해군 당국을 ‘해적’에 빗대는 인증샷을 트위터에 게시했고, 해군참모총장이 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고발했다. 노엄 촘스키를 비롯해 수많은 인사들이 필자를 방어한 덕분에 이듬해 1월 검찰이 최종 불기소를 결정했다. 

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