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미국 대선: 힐러리 클린턴은 ‘차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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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이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서, 좌파를 클린턴 지원 부대로 동원하기 위한 뻔한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레퍼토리는 민주당 후보의 장점보다는 공화당 후보의 단점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공화당 후보가 당선하면 전례 없는 우경화가 몰아칠 것이라는 주장은 참으로 오래 쓰여 왔다. 1964년에는
물론
냉소적인 사람이라면, 트럼프는
그러나 트럼프의 약진이 미국 공식정치의 지형이 1960년대 이래 점차 우경화해 왔음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그래도 클린턴에게 투표하자는 주장이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힐러리 클린턴은 제 힘으로 성장한 정치인이므로 그녀를 남편
공세적인
빌 클린턴은 미국 민주당이 이른바 ‘레이건 혁명’을 수용하도록 해서 미국 공식정치의 지형을 우경화시키는 데 핵심적 구실을 했다. ‘레이건 혁명’은 미국 국내에서는 신자유주의를 추진하고, 국외에서는 이전보다 공세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뜻한다. 빌 클린턴 정부는 전 세계에서 자유시장 정책을 독려하고, 복지를 난도질하고, 외교적 수단으로 군사 개입을 사용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2008~13년
정부 요직에 있든 아니든, 클린턴 부부는 자신들의 정책으로 한몫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최근
이처럼 힐러리 클린턴은, 도널드 트럼프와 버니 샌더스가 이끈 유권자들의 반란에 맞서 기득권층을 대표하기에 안성맞춤인 주자다. 물론 억만장자인 부동산 개발업자 도널드 트럼프 역시 기득권층의 일부임이 분명하다.
트럼프는 클린턴 재단에 기부금을 내니 클린턴 부부가 자신의
허위 선전
그러나 트럼프의 아웃사이더 자처가 완전히 허위 선전인 것은 아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자신의 군사력과 각종 동맹 관계를 기초로 전 세계적으로 자유무역 경제를 구축하고 주도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지배해 왔다.
그런데 트럼프는 바로 이 자유
트럼프는 보호무역주의 경제정책을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최근 트럼프는 발트 해 연안 공화국들이 나토에 대한 재정적인 ‘의무’를 다할 때만 러시아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해 주겠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 발언에 《이코노미스트》는 격한 분노를 쏟아 냈다. “사상 최강의 군사 동맹을 삐걱거리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반면 힐러리 클린턴은 이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가 역겨운 인종차별주의자이자 성차별주의자라는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트럼프는 기회주의자이기도 해서, 일단 당선하면 미국 제국주의의 이해관계에 맞춰 움직일 것이 분명하다. 그가 허풍스레 내놓은 공약들도 미국 사회의 문제를 풀 해결책이 전혀 되지 못한다.
누가 당선하든, 평범한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쓰라림과 환멸이 계속 자라날 것이다.
클린턴이든 트럼프든 둘 다, 갈수록 대다수 미국인을 거스르는 권력 기구를 대변하는 인사들이다. 클린턴은 트럼프에 대한 “차악”이 아니다. 클린턴과 트럼프 모두 상대방의 악함을 근거로 자신의 정당함을 주장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