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한국 배치는 한 · 미 · 일 MD를 위한 미국의 ‘퍼즐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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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군사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해 온 야마다 아키라 메이지대학 교수는, 최근 국내에 번역·출판된 《전쟁 국가의 부활 - 아베 저격수 5인의 기록》
첫째, 전쟁을 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그에 따르면 지배자들에게는 전쟁을 벌이기 위해 ‘위협적’인 적이 있어야 한다. 즉, “어느 나라가 ‘위협적’이기 때문에 대결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 소프트웨어에 바탕을 두고 전쟁 수행을 위한 법률이나 제도 조직 등 시스템을 마련한다. 시스템 정비가 시작되면 전략에 맞는 무기 체계나 전쟁을 위한 설비와 같은 하드웨어를 갖춘다.” “한마디로 전쟁 수행을 위한 3요소는 ‘전략→제도→무기 체계’ 또는 ‘전략→제도’, ‘전략→무기 체계’라는 순서로 만들어진다
야마다 아키라 교수는 동북아시아, 특히 일본의 군비증강 과정을 위 3요소를 중심으로 설명했다. ‘북한의 위협을 끊임없이 강조’해 군비증강의 ‘정당성’을 국가적 차원에서 확보하기, 일본 군사대국화의 걸림돌이 됐던 각종 법적·제도적 장치를 척결하기, 한·미·일 미사일방어체계
MD의 3요소①: 전략 및 이데올로기
야마다 아키라 교수의 얘기를 동북아 MD에 적용하면 어떨까? 냉전이 끝나고 더 많은 경쟁자들을 관리해야 하는 미국의 처지에서는,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가치는 갈수록 중요해졌다. 미국 지배층은 무엇보다 냉전 해체 이후의 상황에 걸맞는 새로운 핵전략을 만들려 했다.
2000년 6월 당시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이 국가미사일방어
그런데 MD 계획을 추진하려면 ‘정당성’을 확보해야 했다. 그래서 북한과 같은 소위 ‘불량 국가’의 위험성이 계속 강조돼 왔다. “독재자” “버릇없는 아이” 등의 인신공격을 동반한 북한 악마화하기 전략이 본격화됐던 것이다.
2001년 3월 영국 일간지
“부시 행정부는 미사일방어체계 구축의 명분을 전적으로 불량 국가들에서 찾으려 한다. 매파들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이 미국의 요격미사일 개발에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근거가 된다면서 쾌재를 부르고 있다.”
(강조는 필자)
국정원장과 통일부 장관을 지낸 임동원도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금창리 지하핵시설 의혹에 더하여 대포동 1호 미사일이 발사되자 럼스펠드 보고서*는 더욱 힘을 얻게 되고 강경파들의 목소리는 높아만 갔다. 그러나 미국의 한 저명한 북한 전문가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MD 개발 및 배치 고민을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 발사로 해결해주어 다행’이라고 비꼬면서 ‘북한의 미사일 능력은 군사적 가치는 없는 것이지만 정치·심리적 가치는 큰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입장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은 미국의 강경파들과 ‘적대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었다.”
(강조는 필자)
불량 국가라는 핑계를 활용해 미사일방어체계
실제로 미국은 동북아시아 MD를 통해 약 20기 정도로 추산되는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따라서 미국은 일본과 연계해서 동아시아에서 중국 편을 들어 왔거나 중국과 국경선을 마주하는 국가들과 전략적 동맹 관계를 맺으려 분주히 움직였다. 미국과 일본을 연계하는 함대 미사일방어망이 동아시아
MD의 3요소②: 법과 제도 정비, 무기체계
MD를 위한 법과 제도 완비 과정은 어땠나. 미국과 일본은 일본 군사대국화를 위해 미·일 가이드라인
무기체계는 어떤가. 잘 알려져 있다시피 MD에는 네 가지 종류의 무기체계가 있다.
특히 야마다 아키라 교수는 그중 이지스함에 주목한다. 그에 따르면 이지스함은 단지 멀리 나갈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수백 킬로미터 이상에 이르는 범위를 감시할 수 있는 레이더를 갖추는 등 고도의 정보 수집 능력이 있어 미·일 MD 시스템의 결정체다. 일본 이지스함은 북한 무수단리 미사일 발사기지로부터 하와이의 호놀룰루에 이르는 미사일 비행 궤도를 포괄한다. 호놀룰루가 아시아·태평양을 관할하는 미 태평양군 사령부가 위치한 군사 거점임을 감안하면, 일본 이지스함은 한·미·일 MD 공조의 핵심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서해와 또 다른 미국의 군사거점인 괌은 미국의 이지스함이 관할한다. 21세기는 ‘해군의 세기’라 일컬어질 정도로 해군력이 한 국가의 군사력을 가늠하는 핵심 능력이라는 점, 중국이 군사력 사용을 불사해서라도 수호하겠다고 천명한 핵심이익이 동아시아의 해상수송로 장악을 뜻하는 것임을 감안했을 때 이지스함 무기 체계는 동아시아 MD의 중요 퍼즐조각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미국의 지상요격 미사일은 이미 배치됐고 패트리어트 미사일도 한·일 지상에 들어왔으며 사드 레이더 기지도 일본 두 곳에 배치된 상황에서 이제 한·미·일 MD 공조의 마지막 퍼즐 조각은 무엇인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대뿐 아니라 중국 동북부의 미사일 발사대
물론 거기에 만족할 미국이 아니다. 그동안 미국 및 한국 정부는 SM-3 미사일을 한국의 이지스함 세 척에 장착하겠다고 얘기해 왔고, 급기야 사드 배치 지역 발표 후 SM-3 미사일 도입 결정이 보도되고 있다.
‘외부세력’
제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자국에서 먼 지역
그러나 미국이 이 지역의 땅마저 ‘내 땅’이라고 하기는 쉽지 않을 테다. 일본에 견줘 투쟁과 저항이 강력한 한국에 사드 기지를 배치하는 것이기에 투쟁의 강도가 약할 만한 지역이 어딘가도 고민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2006~7년 평택미군기지 반대 투쟁을 기억하기에 더욱더 여러 상황을 저울질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루는 것이 능사가 아니기에 서둘러 배치 지역을 박근혜 정부와 논의해 발표했다가 지금 미국은 큰 반발에 부닥쳐 있다. 정말 올바르게도 성주군민들은 MD 그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견해를 모아가고 있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여론과 주민들의 강력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외부세력’인 미국 및 일본과 합세해 사드와 SM-3를 도입하려는 박근혜 정부와 우익. 필자는 이들의 논리와 주장을 보고 있노라면, 2013년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에 실패했을 때 당시 도쿄 도지사 이시하라 신타로가 한 말이 기억난다. “미사일이 좀더 날아와서 일본 영공에 도달했을 때 쏘아 떨어뜨렸으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일본의 우수한 방위력을 과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