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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이 넘도록 이어지는 이화여대 점거 농성:
최경희 총장의 ‘반격’에 대비해야 한다

이화여대 점거 농성이 20일 째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근래 보기 드문 대중적이고 단호한 점거로 6일만에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계획 철회 요구를 쟁취했다.(이 투쟁에 대한 중간평가는 노동자연대의 8월 3일자 논평 ‘이화여대생들, 점거가 가장 효과적인 투쟁 수단임을 입증하다’를 보시오.) 이후 학생들은 경찰력 1천6백 명을 학내에 투입한 최경희 총장에게 책임지고 사퇴할 것을 요구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8월 3일과 8월 10일에 있었던 시위엔 수 천명이 “총장 퇴진” 구호로 교정을 뒤흔들었다.

"최경희 총장 퇴진하라!" 이대 정문 안을 가득 메운 이화여대 학생과 졸업생들. ⓒ이미진

그러나 최경희 총장은 사퇴에 대해선 일절 언급 없이, 본관 농성을 풀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농성 학생들을 되려 ‘불통’으로 몰아가려는 듯 카메라 기자와 함께 본관을 방문해 안쓰러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그러나 기껏해야 이런 상황에서의 면담은 학생들을 회유하거나 이간질하려는 것일 가능성이 크므로 농성 학생들이 면담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하다.

최경희 총장은 앞에선 엎드리면서도 뒤에선 궁지탈출을 위해 온갖 수를 쓰고 있다. 본관 농성 학생들이 대화를 계속 거부하자 최경희 총장은 8월 11일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에 대화를 요청했다. 옳게도 총학생회는 속이 빤히 보이는 ‘대화’ 요청을 거부했다.

이화여대 학생들의 투쟁이 다른 대학과 노동자 투쟁 등에 영향을 끼치고 있으므로 최경희 뿐만 아니라 이 사회의 지배자들도 투쟁을 비난하고 사회적 고립 시도를 강화할 것이다.

학교 당국은 오늘(16일) 공문을 보내 ‘업무 방해’로 뜻하지 않은 피해자들이 생기고 있으며 대화에 응하지 않고 농성을 장기화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더 이상 지지를 받을 수 없는 일”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지난 8월 3일 최경희 총장이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 철회를 선언한 후 완전히 저자세로 나왔던 것에서 어조가 바뀐 것이다.

〈동아일보〉는 대기자, 논설위원 등이 이화여대 학생들의 농성은 ‘기득권 지키기’라며 비난을 시작했다. 오늘자(16일) 〈중앙일보〉 1면엔 ‘이화여자대학교 정상화를 바라는 졸업생들의 모임’ 명의로 점거 농성을 “불법”이라 비난하는 광고가 실렸다.

농성을 유지하고 최경희를 물러서게 하려면 이런 비난에 맞서 이데올로기적 정당성을 계속 확보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기득권 지키기’라는 주장은 전형적으로 사회적 연대를 가로막고, 학생들 내 분열을 일으켜서 학교 당국이 본관 농성을 고립시키기 쉽게 만든다.

그러나 점거 농성은 평범한 이화여대 학생들의 교육 조건과 학내 민주주의를 위한 정당한 투쟁이다. 또한 이화여대 학생들의 점거 농성이 단지 ‘기득권 지키기’였다면 왜 수많은 총학생회에서 지지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외대, 동국대 등 다른 대학 학생들이 이대를 보며 저항에 나섰겠는가.

이런 농성 고립시키기 ‘반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본관 농성을 굳건히 유지하며 항의를 조직함과 동시에 사회적 연대를 확대해야 한다. 사회적 연대를 더 강화해 다른 대학들에서도 불씨가 퍼져나갈 때, 정부와 재단 이사회도 문제를 더 크게 만들면 위험하다는 압력을 받을 것이다. 대규모 연대 시위를 조직하고 이 문제를 훨씬 정치화시켜야 한다.

그런 점에서 농성을 주도하는 학생들이 ‘외부세력’, ‘운동권’ 배제를 고수했던 태도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감금’ 혐의에 대한 경찰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 최경희 총장이 경찰에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형사 절차는 그것과 무관하게 진행된다. 특히, 점거농성의 실제 지도부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총학생회장처럼 기존에 선출된 대표자들이 표적이 될 수 있다. 이런 탄압은 학생들을 분열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따라서 이화여대 학생들이 일치 단결해 부당한 경찰 조사에 반대해야 한다. 또 탄압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라도 사회적 연대를 넓히는 게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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