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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 12년 기자회견:
"고용허가제 폐지하고 이주노동자 인권과 노동권 보장하라!"

오늘 8월 17일은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지 12년이 되는 날이다. 고용허가제는 한국 정부가 이주노동자를 관리·통제하는 가장 대표적인 정책이다.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자유조차 박탈하는 등 매우 인종차별적인 정책이기도 하다. 정부는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한다고 선전했지만, 이주노조는 정부의 혹독한 탄압에 맞서 10년 넘는 투쟁 끝에 지난해에야 합법노조로 인정받았다.

이와 같은 고용허가제의 폐지를 요구하기 위해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주·노동·인권·시민·사회 단체 1백여 곳이 공동 주최했고, 기자회견에도 30명 가까운 사람들이 참가했다.

고용허가제 폐지하라! 고용허가제가 만들어진 지 12년이 된 8월 17일 고용노동부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박희은

기자회견에 참가한 이주노동자들은 자신이 고용허가제 때문에 어떻게 고통 받는지 생생하게 증언했다.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밸베스 씨는 산업재해를 당해 3개월째 일도 못 하고 월급도 못 받고 있는데도 산재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거운 것을 많이 들다가 발목이 아파서 병원에 갔다. 의사가 이 일을 계속하면 치료를 받아도 발목이 낫지 않을 것이라며 공장을 옮기라고 했다. 의사가 작성해 준 서류를 사장에게 보여 주며 공장을 옮기게 해달라고 했지만 사장은 바꿔 주지 않으며 싫으면 [본국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한국에 올 때는 노동자로 왔지만 몇 달 일해 보니 노예로 온 것 같다.”

고용주의 동의 없이는 사업장 이동도 할 수 없고, 사업주가 고용을 해 줘야만 한국에 머무를 수 있는 고용허가제의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이다.

캄보디아에서 온 농업 이주노동자 리후이 씨도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생생하게 폭로했다.

"8시간 일하게 돼 있는 근로계약서와 다르게 매일 10~11시간 일하고 한 달에 이틀밖에 쉬지 못해 사장에게 항의한 적이 있다. 그러자 사장은 기숙사비 50만 원을 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낼 수 없다고 했더니 농장에서 나가라고 했고 이후 사장은 내가 사업장에서 이탈했다고 신고를 해 버렸다. 그래서 지금 나는 비자를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다른 일자리를 구해서 일할 수도 없다."

이 더운 여름에 비닐하우스에서 살아가고 있는 농촌지역 이주노동자 사진 가운데에 있는 여성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리후이 씨는 이 비닐하우스에 살면서도 기숙사비로 50만 원을 지불해야 했다. ⓒ정선영

리후이 씨를 돕고 있는 ‘지구인의정류장’ 김이찬 상임역무원이 준비해 온 사진들을 보면 50만 원 씩이나 받는 그 '기숙사'는 도저히 주거공간이라고 말하기조차 어려운 곳이었다. 비닐하우스 안에 가설된 컨테이너 박스에 간이 벽을 사이에 두고 남성과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생활해야 했다. 남성과 여성이 쓰는 방 사이 벽에 구멍을 뚫어 에어컨을 하나 설치해 놓고는 여성들에게는 리모콘도 주지 않아 마음대로 쓸 수도 없었다. 기록적인 폭염이라는 올여름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고용허가제뿐 아니라 근로기준법 63조도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고통을 가중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63조는 농어촌 지역 등에서는 근로시간, 휴게 시간, 휴일 등에 대해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63조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고용허가제 이전에 이주노동자를 들여오는 제도였던 산업연수제도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제도'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일부 남아 있다. 산업연수제는 당시 '현대판 노예제'로 불리며 국내 거주 이주노동자의 80퍼센트를 미등록으로 전락시킨 실패작이다. 현재 남아 있는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제도 역시 과거의 문제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이 제도로 한국에 들어온 인도 출신 이주노동자 스리칸트 씨는 멀리 김해에서 서울고용노동청까지 올라와 이 제도의 야만성을 폭로했다.

"주야 2교대로 월 평균 3백 시간 이상 일했다. 그런데 임금은 15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인도에서는 혼자 기계 1대를 조작했으나 한국에 와서는 3대를 조작해야 했다."

이런 높은 노동강도 때문에 스리칸트 씨는 작업 도중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그런데도 그는 노동자가 아니라 산업연수생이라는 이유로 산재 보상이 거부됐다. 손피켓을 들고 있는 그의 손에 남은 선명한 흉터가 이주노동자의 고통을 증명하고 있었다.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제도 역시 하루 빨리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

민주노총 김종인 부위원장도 참석해 민주노총도 "이주노동자 조직화를 위해 실질적으로 인력과 재정을 투입해 앞장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이주노동자를 조직하고 고용허가제 폐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고용허가제는 도저히 고쳐 쓸 수 없는 제도이다.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박탈하는 고용허가제는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