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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삭감, 노동강도·통제 강화, 노동시간 연장, 공공서비스 후퇴:
성과연봉제 시행을 저지하자

올해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 공격은 공공부문에 대한 성과연봉제 추진에 집중됐다. 정부는 노동자들 반발을 무릅쓰고 이사회 통과를 강행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오죽하면, 국회입법조사처와 국가인권위조차 정부 지침으로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이는 것은 사실상 불법이라고 지적했겠는가.

이는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를 강화해 경제 위기의 고통을 전가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와 사용자들은 심각한 경제 위기 때문에 노동자들을 더 쥐어짜 수익성을 지키는 데 혈안이다. 저들이 IMF 구제금융 시기 때부터 본격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기도해 온 것도 그 때문이다. 그동안 노동자들의 저항에 밀려 효과적으로 관철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노림수

공공기관, 금융, 보건 등 공공부문 노조들이 연이어 9월 파업을 예고하고 나서자, 정부와 보수 언론은 지긋지긋한 “철밥통” 레파토리를 반복하며 비난을 시작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임금과 노동조건을 지키기 위해 투쟁에 나서는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

정부가 공공기관들에 적용하려는 성과연봉제는 성과 평가에서 하위 성적을 받은 노동자 약 25~30퍼센트의 임금을 삭감하고, 머지 않아 대다수 노동자의 임금 삭감을 낳을 것이다.

또 성과 경쟁을 통해 작업장의 규율과 통제를 강화하고, 노동강도 강화와 노동시간 연장을 감수하도록 강요할 것이다. 실제로 영국 공공·상업서비스노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성과연봉제 도입 이후 업무량과 노동시간이 늘고 이에 따른 스트레스와 병가가 증가했다.

철도공사의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의 사례에서 보듯, 성과 평가는 결코 “공정”할 수도 없다. 이 곳에서 성과 평가를 좌우한 것은 연가·생리휴가·병가 사용 실적, 휴일 봉사활동 등이었다. 노동자들은 심지어 복장·화장 상태 등 주관적 요소가 평가 잣대로 사용된다고도 증언했고 불이익을 걱정해 산재 신청을 못하는 경우도 흔했다.

성과연봉제 시행은 ‘저성과자’ 퇴출제 도입으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도시철도공사에서는 매년 3퍼센트를 ‘저성과자’로 낙인 찍고 괴롭혀 결국 대다수가 일을 그만두게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한 노동자가 자살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게다가 노동자들에 대한 조건 후퇴는 질 좋은 공공서비스 제공을 어렵게 만든다. 수익 실적 경쟁이 요금인상과 공공서비스 축소로 이어질 우려도 크다. 따라서 성과연봉제를 저지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조건을 지키고 대다수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피해를 막는 데도 중요하다.

중요한 전선

정부가 앞장서 성과연봉제 도입의 ‘모범’을 보여 민간 기업들로 확대하려 하는 만큼, 철도 등 공공부문 노동자 투쟁은 노동개악에 반대하는 중요한 전선이다. 이런 투쟁에서 때 임금·노동조건 방어를 내세우길 수줍어하거나 주저해선 안 된다. 정부의 ‘철밥통’, ‘기득권’ 공격과 비난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그렇다고 임금·노동조건 방어를 꺼리면 노동자들이 자신감있게 투쟁에 나서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정부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여 성과연봉제가 도입은 됐지만, 시행을 못하도록 저지할 기회는 있다. 한국보다 앞서 성과연봉제가 도입된 나라들의 경험은 일단 한 번 시행되면 이를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고, 시행 후 성과연봉제 폐기시킨 사례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행 저지라는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성취하려면, 9월 하순 파업에 돌입해 강력한 힘을 보여 줘야 한다.

박근혜의 위기를 이용해 9월 파업에 힘있게 나서자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성과연봉제 저지 파업이 하반기 노동운동의 주요 전선으로 떠올랐다. 9월 23일 금융노조 하루 파업, 9월 27일부터 공공운수노조 산하 공공기관 노조 파업, 9월 28일 보건의료노조 파업 등.

정부와 사측이 워낙 강경하게 나오는데다 상반기에 성과연봉제 도입 계획이 이사회를 통과한 상황에서, 이를 저지하려면 만만찮은 저항이 필요하다. 지난 2년 동안 노조 지도부가 근속승진제, 임금피크제 등을 내주며 사측에 밀려왔지만, 노동자들이 ‘이번만큼은 더 이상 밀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투쟁해 박근혜 정부를 위협한다면, 연대의 초점을 모을 수도 있다. 성과연봉제는 박근혜 노동개악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다. 그만큼 많은 노동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특히 4월 총선 참패 이후 박근혜 정부의 위기와 분열은 점점 더 첨예해지고 있다. 내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범여권의 위기감 때문에 쟁투가 극심하다. 지배자들의 갈등과 분열을 기회로 삼아 투쟁을 전진시키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사용자인 정부의 위기를 한층 가속화시킬 수 있고 투쟁이 성과를 낼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철도노조를 비롯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9월 27일 실제 파업에 돌입해 강력한 힘을 보여 줄 때 성과연봉제 저지 목표를 성취하는 데 한 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이럴 때 필수공익서비스 제공을 중단시키는 것도 마다 않고 싸워야 양보를 얻어 낼 확률이 커질 것이다.

현장 투쟁과 성과연봉제 반대 투쟁을 연결시켜야 한다

철도공사가 전방위적으로 노동자들을 옥죄고 있다. 철도공사는 “흑자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며 최근 임금교섭에서 통상임금 기준·법정수당 산정 기준 변경 등 임금 삭감안도 들이밀었다.

7급 정원의 상위 직급 배분, 약속한 신규 충원 등 기존 합의 이행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규 사업이 증가하는데도 정원을 늘리지 않아 철도 현장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인력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외주화 추진, 노동강도 강화, 사고 책임 전가와 징계 남발 등도 벌어지고 있다. 신규 직원들은 연봉제 시행에도 불만이 매우 높다.

그런 점에서 현장에서 벌어지는 여러 항의와 투쟁들을 잘 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철도노조 안산승무지부 노동자들은 사측의 ‘다이아 개악’에 등에 맞서 지난 8월 1일부터 사복 근무와 휴일근무 거부 등을 해 왔다. 최근 구로승무지부 노동자들도 징계 남발 중단과 사고 방지 조처를 요구하며 투쟁했고, 차량·시설·전기 직종 노동자들은 인력 충원과 외주화 중단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기층 활동가들이 9·27 파업 조직과 함께 이런 현장 투쟁들이 승리할 수 있도록 지지와 연대를 확대해 가야 한다. 이는 성과연봉제 저지 파업 조직 역량을 분산시키거나 힘을 소진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본격적 전투를 앞두고 투쟁의 근육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인 파업 조직 방법이다.

현재도 지속되고 있는 안산승무지부 등의 투쟁이 승리를 거두면, 이 노동자들뿐 아니라 다른 지부·직종의 조합원들도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고 곧 있을 성과연봉제 저지 파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13년 파업 전에 벌어진 기관사 1인 승무 저지 투쟁이 성과를 거둬 노동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듯이 말이다.

최근 철도 민영화(민자 철도 사업) 추진도 활발하게 추진되는 만큼, 민영화 반대 요구도 함께 내걸고 싸우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더민주당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여소야대 국회를 이용해 정부를 압박하면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노동운동 안에 적지 않다.

그러나 더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은 성과연봉제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 더구나 최근 더민주당이 세월호 특별법 개정 열망을 배신하는 등 정부 숨통을 틔어준 점을 봤을 때, 이들에 기대는 것은 위험하다. 이런 점에서 공공운수노조 집행부 등이 더민주당에게 노사정 논의와 사회적 합의의 장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것은 부적절하다.

설사 국회에 사회적 합의의 장이 마련된다 해도, 집권당은 노동자들에게 후퇴를 압박하려 할 것이고 더민주당 등이 노동자들 편에 서리란 보장도 없다. 더민주당은 일방 도입이 아닌 노사합의를 통한 도입이라든지, 정규직 임금 양보를 포함하는 임금체계 같은 위험한 안을 노동자들에게 들이밀 수 있다.

공무원연금 개악 당시 민주당이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설득하는 구실을 했던 것에서 보듯이, 더민주당은 거듭 노동자 투쟁의 교란 요인이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