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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성과연봉제:
새누리당 적극 지지, 더민주당 당론 없음, 국민의당 노사 자율, 정의당 반대

9월 23일 금융노조의 파업을 시작으로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는 공공운수노조 파업이 예고돼 있다. 파업을 앞두고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는 노동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는 점을 보여 줬다. 공공부문 노조원 3백여 명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 노동자들은 정부 측 토론자들의 주장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한 노동자는 성과 평가에 따른 임금 지급이 “공정한 보상”이라는 정부 관계자의 주장을 이렇게 반박했다. “지난 10년 동안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임금 수준은 물가 인상률에도 못 미쳤다. 10년 동안 낮은 임금에 허덕였는데, 이제는 성과연봉제로 목줄을 죄려 한다. 이것이 공정한 보상인가?”

서울대병원 노조의 한 간부는 “정부는 저성과자가 생기기를 바라는 것인가? 병원 측은 직원 교육도 제대로 시키지 않고 신규 직원을 투입해 놓고 저성과를 받자 ‘직장은 학교가 아니’라고 말한다. 부족한 인력 충원이 대안이다” 하고 말했다.

또 다른 노동자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말하지만 [정부는] 그런 방법이 없다. 방법도 없이 시행하자는 거냐”며 객관성과 공정성 운운하는 정부의 위선을 꼬집었다. “우병우 수석이 고위 공직자 인사를 담당하는 현실에서 공정 인사는 불가능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정의당과 부르주아 야당들의 차이

이번 토론회는 양대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대위와 더민주당의 김부겸, 이용득, 강병원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지금 야당들이 모두 정부의 일방적 성과연봉제 추진 방식을 비판하고 있으므로, 이들과의 공조를 통해 성과연봉제 시행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노동운동 내에 적지 않다.

그러나 야당이라고 다 같은 견해는 아니다.

성과연봉제 일방 강행 성과연봉제 찬반 대표 정치인의 입장
정의당 반대 반대 심상정 대표, 공공운수노조 지도부와의 만남에서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한 공공운수노조 파업 지지” 표명
더민주당 일방 강행은 문제 성과연봉제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 주류. 박원순, 이용득 등은 반대 입장 / 당론 없음 추미애 대표, 성과연봉제 비판은 하지만 ‘점검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모호한 결론에 그침
국민의당 노사 자율 추진 성과연봉제 자체는 반대하지 않음 박지원, 일방 추진은 문제, 그러나 “성과연봉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
새누리당 적극 지지 적극 지지 정진석 원내 대표 정년 연장 “혜택을 주는 대신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려는 것. 그런데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일단, 정의당은 옳게도 성과연봉제 자체를 분명하게 반대한다. 최근 심상정 대표는 공공운수노조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성과연봉제 반대 원칙을 분명히 밝히며 파업에 지지를 보냈다. 이정미 의원은 “성과연봉제 도입은 상대평가에 따른 과도한 강제 임금 차등과 강제 퇴출로 연계되어 공공기관 노동자의 노동조건뿐만 아니라 기관의 공공성을 심각하게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과연봉제의 핵심 문제점인 임금, 노동조건, 공공성 악화를 모두 분명히 비판한 것이다.

6월 하순 10만 명이 모였던 성과연봉제 반대 공공부문 집회 때, 심상정 의원이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은 것도 노동자들의 불만을 대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정의당 중앙과 기층 당조직들은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는 행동에도 동참하고 있다.

반면 부르주아 야당들의 견해는 이와 다르다. 꾀죄죄하게도 국민의당은 한국노총도 폐기한 2015년 노사정 합의문을 거론하며, ‘노사 자율로 기준을 마련해서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박지원은 정부의 일방 강행을 비판하면서도 “성과연봉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더민주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 환노위 소속 의원들이 공공부문 노조들과 공조하고 있지만, 이들이 더민주당의 주류는 아니다. 오히려 공공부문의 “방만함”을 개선하려면 성과연봉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다수다. 그래서 더민주당은 ‘성과연봉제 일방적 강행 반대’라도 당론으로 채택하라는 공공부문 노조들의 요구조차 수용하지 않고 있다. 더민주당의 대표 추미애와 원내대표 우상호는 성과연봉제의 폐해와 정부의 일방적 추진을 지적하면서도, ‘점검과 대책이 필요하다’거나 ‘문제제기와 개선 방안 제시가 필요하다’는 모호한 결론을 내놓았다.

근본적으로 더민주당이나 국민의당 같은 부르주아 정당들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처를 지지한다. 그래서 노동자들을 쥐어짜 기업의 이윤을 키우려는 성과연봉제 같은 정책에 일관되게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경제 위기와 사회 양극화 극복을 위해 기업과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모두 양보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더민주당의 이용득 의원이나 박원순 서울시장처럼 노동계에 기반이 있는 정치인들은 성과연봉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들도 더민주당 소속이라 당 주류의 견해를 거슬러 행동하는 데까지 나아가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박원순 시장은 “개인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한다고 했지만, 정부 정책을 비판하지는 않고 있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들도 ‘성과연봉제는 정부 정책’이라며 도입 의지를 고수해, 최근 서울시 공기업과 노조들 사이의 교섭이 결렬됐다. 현재 조정이 진행 중인데, 서울시 산하 공기업들도 성과연봉제 위협에서 전혀 자유롭지 않다.

갈등 조정?

한편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이 임박하자, 일각에서는 “국민 불편”을 초래하지 않도록 갈등 조정자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워낙 막무가내이니 여소야대인 국회가 적극 나서라는 촉구다. 더민주당이 노조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매우 미흡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그나마 더민주당을 압박해 일방 시행을 뒤로 미루고 국회에서 재논의 장을 만드는 게 최선이라고 보는 것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노광표 소장이 대표적으로 이런 주장을 펴고 있다. 그는 앞서 언급한 9월 19일 국회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몇 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1년간 유예하고, ‘공공기관 성과주의 진단 기구’를 구성해 정부·국회·노조가 공동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공공기관 혁신을 위한 사회적 대화 기구(특위)’를 구성하자는 것.

이 같은 주장은 꽤나 위험할 수 있다. 우선, 그가 내놓은 “대안적 임금제도”의 내용이 그렇다. 노광표 소장은 사회적 대화를 위해서는 노조도 반대만 할 게 아니라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보는 듯하다. 노조도 한 발 양보해 현행 연공형 임금체계(호봉제 등)가 “인건비 부담과 고령자 직무개발 등의 문제점”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연공·직무·성과를 모두 고려하는 “공공부문의 대안적 임금제도”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와 사용자들이 연공제 임금체계를 뜯어고치려는 핵심 목적 중 하나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따라서 연공형 임금체계가 “인건비 부담”을 키운다는 인식을 정부와 공유하면서, 이 참에 ‘합리적’ 체계를 논의하자는 식의 태도로는 임금체계 개악에 일관되게 반대하기 어렵다. 사용자들이 말하는 임금체계의 ‘합리성’은 노동자들 사이의 공정성이나 형평성이 아니다. 임금 삭감과 노동력 관리에 무엇이 유리하냐가 그들의 ‘합리적’ 기준이다.

근로기준법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를 강행하는 정부의 행태를 규탄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정부나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가장 큰 문제라고 보면, 정부 공격에 뒷문을 열어 줄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성과연봉제 저지 투쟁에서 임금·노동조건 방어를 분명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정부 공격에 일관되게 반대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노동자들이 자신감을 갖고 투쟁에 나서게 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둘째, 사회적 합의를 추구하는 데 문제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 환노위의 다수인 더민주당 등 부르주아 야당과의 협력이 중요해진다.

그런데 설사 더민주당이 중재에 나서 ‘유보 후 논의’ 등을 제안하더라도, 이는 결코 성과연봉제를 저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사실 파업이 가하는 어지간한 압력이 아니라면, 정부나 여당이 이런 중재안조차 받아들일 가능성은 별로 없다. 반면, 중재를 위해서는 투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요구와 압력이 뒤따를 것이다. 이는 결코 노동자들에게 유리하지 않다. 파업이야말로 노동자들이 정부를 압박할 가장 효과적 수단인데, 이를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동안 더민주당이 노동자 투쟁의 김을 빼고 교란시키는 구실을 해 온 점을 경계해야 한다. 더민주당은 지난해 공무원연금 개악 반대 투쟁 때도 노동자들에게 공무원연금 개악을 받아들이라고 설득하는 구실을 했다. 더민주당의 중재 시도로 2013년 철도 파업 이후 구성된 국회 소위는 민영화를 저지하기는커녕 회계 분리 등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 채택으로 마무리되기도 했다. 가장 최근 세월호 특별법 개정 염원을 배신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므로 더민주당에 의존하지 말고 노동자들이 파업을 확고하게 벌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경제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 역시 쉽사리 양보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와 집권당의 내분과 정치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완강하게 투쟁하면 이 위기를 더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면 요구를 성취할 가능성은 더 커질 수 있다. 파업과 시위를 벌이며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투지도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파업에 대한 연대가 건설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 맞선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한 지지와 연대 활동도 준비되고 있다. ‘공공성 강화와 공공부문 성과 ·퇴출제 저지 시민사회공동행동’ 같은 전국적 연대 기구가 건설돼 연대에 나서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을 비롯한 전국 여러 지역에서 공공부문 파업을 지지·엄호하기 위한 조직이 구성되거나 연대 활동이 계획되고 있다. 파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 거리 홍보전, 파업 집회 참가 등. 이런 활동들은 파업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북돋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성과연봉제 저지 금융·공공부문 노조 파업 집회 주요 일정

  • 금융노조 총파업
    일시: 9월 23일 10시 30분 / 장소: 상암월드컵경기장
  • 철도·건강보험공단노조 수도권 총파업 출정식
    일시: 9월 27일 14시 / 장소: 서울역 (그 외 각 사업장에서 출정식)
  • 성과퇴출제 저지 민주노총 전국동시다발 1차 총파업 대회
    일시: 9월 28일 / 장소: 전국 13개 지역
  • 성과퇴출제 저지! 총파업투쟁 승리! 공공운수노조 총파업 총력투쟁대회
    일시: 9월 29일 15시 / 장소: 여의도 광장
  • 지역 연대투쟁의 날
    일시·장소: 9월 30일 (지역별 일정 참고)
  • 성과퇴출제 저지! 사회공공성 강화! 생명과 안전을 위한 범국민대회
    일시: 10월 1일 15시 / 장소: 대학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