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파업에 나서는 화물 노동자들:
철도 파업과 결합되면 정부를 더 압박할 수 있다

전국의 화물 노동자들이 박근혜 정부의 ‘화물운송시장 구조개악’ 저지를 위해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9월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상경 집회에는 예년보다 많은 노동자들이 모였다. 그 자리에서 열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 총회는 정부의 ‘화물운송시장 구조개악’에 맞선 총파업·총력투쟁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즉각 중앙집행위원회 성원들로 투쟁본부를 구성하고 대정부 투쟁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10월 초중순 경에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고, 곧 구체적인 파업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6천여 명이 모여 파업을 결의한 9월 24일 화물연대 결의대회. ⓒ이미진

성과연봉제에 맞선 철도 노동자들의 파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화물 노동자들의 파업이 예고되자, 보수 언론들은 ‘국민을 볼모로 한 파업 도미노’라며 비난을 시작했다. 그러나 상경 집회에서 화물연대 박원호 본부장이 말했듯이, 정부가 진작 화물 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어주었다면 도로 안전은 상당히 개선됐을 것이다.

화물차 사고로 하루 세 명꼴로 목숨을 잃는다. 얼마 전 국토교통부는 화물차 사고를 줄이기 위해 화물자동차 운전자의 ‘네 시간 운전 - 30분 휴식’ 방안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30분 휴식을 강제하는 것만으로는 도로 안전을 개선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화물연대가 조사한 것을 보면 차량할부값, 보험료 등의 비용을 제한 화물 노동자들의 월평균 수입을 시간 당 임금으로 환산하면 법정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주일 내내 집에도 못 가고 화물차에서 ‘쪽잠’, ‘갈치잠’을 자며 일해도 빚만 계속 늘어요.”

박근혜의 대선 공약이었던 ‘화물차 도로비 전일 할인’도 이행되지 않고 있어, 노동자들은 기름값, 도로비를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위험을 무릅쓰고 할인이 적용되는 야간 운행을 12~14시간씩 해야 한다.

이렇게 누적되는 피로, 화주와 운송업체들의 과적 강요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은 채, ‘30분 휴식’만으로 도로 안전 개선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호주에서는 2012년에 도로안전운임법을 제정하면서 ‘부당한 경제적 압박이 도로 안전을 위협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화물 노동자를 위한 표준운임과 기본 노동조건을 보장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 조항을 명시하는 것이 도로 안전에 중요한 요소임을 인정한 것이다.

지입제

반대로 화주, 운송업체들의 ‘부당한 경제적 압박’을 가능케 하는 지입제를 유지하는 것이 한국 정부의 방침이다. 화물 노동자들이 2003년 5월 처음으로 파업에 나섰을 당시 노무현 정부는 지입제 철폐, 지입차주 차량소유권 보장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13년이 지나도록 정부는 노동자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는 도로비 할인 공약도 지키지 않고 있다.

이런 박근혜 정부도 지입제가 문제라는 것은 부정하지 못한다. 그래서 2014년 위수탁계약을 함부로 해지하지 못하도록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계약 기간 6년” 동안만 이를 보장한다는 단서를 달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개정안이 되었다.

“25년간 꼬박꼬박 지입료를 내왔는데, 어느날 갑자기 회사에서 번호판을 내놓으라고 했어요. 그리고 번호판 내놓기 싫으면 번호판값 2천5백만 원을 다시 내놓으라고 요구했습니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1천5백만 원을 내고 다시 번호판을 돌려받아 차를 몰고 있어요.”

계약 기간이 6년을 넘긴 경우에는 지입회사에서 얼마든지 노동자들에게 이와 같은 횡포를 부릴 수 있다. 그래서 여전히 화물 노동자들은 “내가 빚내서 산 차를 내 차라고 부르지 못하는 더러운 현실”에 고통받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 국토교통부는 화물 노동자들의 조건과 처지를 더욱 나락으로 떨어뜨릴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관련 입법을 강행하려 한다. 정부는 화물업종의 톤급별 구분을 없애고, 1.5톤 미만 소형화물차 수급 조절을 풀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화주, 운송업체들은 운송료 인하와 과적을 강요하기가 더 쉬워진다. 새 번호판이 늘어나는 만큼 지입회사에게는 지입료 수입과 번호판 장사를 할 기회도 늘어난다.

반면 노동자들은 기존·신규 노동자 모두 낮은 운임, 장시간, 과적 운전에 고통만 떠안게 될 것이다. 노동자들의 고통만큼 도로에서 위험도 높아질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노동자의 인간적인 삶과 도로 안전을 위해 화물 노동자들의 투쟁이 승리해야 한다.

지금 박근혜 정부는 정치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파업 중인 철도 노동자들에 대규모 직위해제를 단행하고, 현대차 파업에 군사정권 시대의 낡은 유물인 긴급조정권 카드를 꺼내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의 근저에 노동자 적대, 부패와 독선으로 찌든 정권을 향한 대중적 반감이 존재하기 때문에 위기의 수렁에서 벗어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와 기업들은 철도 파업에 화물 노동자들이 가세하면 ‘물류대란’이 벌어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철도노조와 연대 파업이 이뤄지면, 화물 노동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구호처럼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파업에 나서는 화물 노동자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