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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인터뷰:
“고(故) 백남기 엉터리 사망진단서 발급에 대한 분노가 아주 광범합니다”

어제(10월 3일) 서울대병원 측의 기자회견 이후에도 고(故) 백남기 님의 사인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울대병원 측 발표의 요지는 무엇이었고 뭐가 문제가 되고 있는 건가요?

어제 기자회견은 서울대병원과 서울대 의대 두 곳이 공동으로 만든 특별조사위원회의 발표였고요. 발표 요지는 첫째, 사망진단서 지침과 다르다. 둘째, 그러나 사망진단서를 작성하는 것은 의사 개인의 권한이므로 이를 수정하도록 권고하지 않는다. 셋째, 외압은 없다.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그런데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에 위반된다는 것은 사실상 사망진단서가 틀렸다는 뜻인데 지침과 “다르다”고만 말했지 ‘틀린’ 진단서라고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죠. 또 서울대병원의 직인이 찍혀 서울대병원의 이름으로 발행된 사망진단서인데 의사 개인의 권한에 달려 있는 문제라고 한다면 그것은 의사의 진단이 틀렸는데 병원이 이를 바로잡을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서울대병원이 책임을 회피한 거죠.

마지막으로 외압이 없었다고 얘기하는 것은 특별조사위원회가 판단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거든요. ‘외압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거나 ‘당사자들이 외압이 없었다고 소명했다’ 하고 말하면 모를까 외압이 없었다고 얘기하는 것은 사실상 특별조사위원회가 월권해서 판단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가족들의 의뢰를 받아서 고 백남기 님의 의무기록을 검토하고 있는데요.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신경외과 전공의가 차트[의무기록]에 아주 예외적으로 어떤 기록을 남긴 것을 발견했어요. ‘사망진단서를 작성할 때 신찬수 진료부원장, 백선하 신경외과 과장 등과 상의해 작성함’ 이렇게 남긴 거예요.

저는 이런 내용을 차트에 쓰는 일을 본 적이 없는데 그렇게 썼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거거든요. 백선하 신경외과 과장이야 수술을 한 의사니까 상의할 수 있지만 진료부원장과 상의했다는 것은 좀 의외예요. 서울대병원 운영진과 상의했다는 뜻이거든요. 그럼 서울대병원이 개인의 책임이라고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죠.

특위위원장이 다른 곳에서 밝히기를 다른 사람들은 모두 외인사라고 했는데 백선하 교수가 혼자 병사라고 주장했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서울대병원이 특위 입장에 따라 수정하도록 지시하거나 아니면 서울대병원의 직인을 찍지 말아야죠.

백선하 교수의 얘기는 망언 수준인데요. 가족들의 연명의료 중단 결정에 따라 제대로 된 치료를 하지 못해서 고칼륨혈증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병사라고 얘기한 건데요. ‘연명의료에 관한 법률’이 있어요. 이 법에서 규정한 바에 따르면 연명의료는 말기환자 또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한 의료예요. 그리고 말기환자란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수개월 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예요. 또 임종과정이란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아니하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이 임박한 상태’라고 돼 있어요.

따라서 환자가 연명 치료를 중단해 달라고 할 때 이를 의사가 받아들인다는 것은 이 환자가 적어도 수개월 안에 사망할 것이라고 스스로 인정한다는 뜻이예요. 법에는 아예 연명의료 계획서를 담당 의사가 작성하도록 돼 있어요.

그런데 유족들이 치료 중단을 요구해서 병사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백선하 교수가 그 환자가 회생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었다고 얘기하는 것밖에 안 되요. 그러면 치료 중단은 의사가 책임을 저버린 부도덕한 일이 되는 거죠. 그래 놓고 유족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의료윤리는 물론이고 상식적으로 볼 때에도 의사로서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례적으로 의대생 수백 명이 항의 입장을 발표하고, 수백 명의 의사들도 의견을 밝혔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처음에 발표한 것은 서울대 의대생들이었는데 우리도 깜짝 놀랄 정도의 일이었어요. 의대생들조차 틀렸다고 생각할 정도로 외인사라는 사실이 명백하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경찰 폭력 때문에 사람이 희생된 것에 대한 분노가 ‘공부만 하는’ 의대생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칠 정도로 광범하다는 겁니다.

그 뒤에 서울의대 동문들의 서명은 하루밖에 받을 수가 없었어요. 특히 젊은 의사들이 주도하고 많이 참가했고, 나이든 선배들은 이런 서명을 준비하고 있는지 잘 몰라서 참여하지 못했어요. 그런데도 수백 명이 참가한 것을 보면 이 엉터리 사망진단서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광범한지 보여 주는 거죠.

뒤이어 다른 의대생들의 서명도 자발적으로 이뤄졌는데, 요즘에는 의과대학 학생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곳도 많아요. 그런데도 의과대학 15 곳에서 수백 명의 학생이 참가했다는 건 놀라운 일이죠. 그것도 서울대 특위가 그날 발표한다는 것 때문에 [서명을] 중간에 끊고 발표했다는데도 그랬어요. 매우 보수적인 층으로 알려진 의대생들과 의사들 사이에서 이런 움직임이 있다는 것은 이 정부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지 보여 주는 겁니다. 의사들이 경찰 폭력을 반대해도 모자랄 판에 그걸 합리화하는 데 거들면 안 된다는 정서가 확인된 겁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 병원 노동자들이 성과급제 도입에 맞서 파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파업 중인데도 고 백남기 사망 항의 운동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고 있는데 어떤 관계가 있나요?

사실 의학적 사인 논란이 많이 되고 있지만 진정한 사인은 명백합니다. 경찰 폭력이죠. 그런데 이 경찰 폭력이 언제, 왜 일어났는지를 보면 노동자들의 행동이 완전히 이해가 됩니다. 지난해 민중총궐기 때 수만 명의 노동자·농민·시민들이 참가해 정부에 여러 요구를 했습니다.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 성과연봉제 반대 등 말이죠. 그런데 이 요구를 정권이 폭력으로 진압하면서 고 백남기 님이 희생된 겁니다. 이런 요구를 내걸고 함께 싸웠던 고 백남기 님에 대한 정권의 태도에 노동자들이 분노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서울대 의대 학생들이 성명을 발표하기 하루 전에 파업중인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분회가 성명을 발표했어요. 사망진단서에 대한 항의 성명이었어요. 거기에서도 노동자들은 “서울대병원은 어떤 정권의 외압에도 의료인의 양심이 살아 있는 공공병원이어야 한다. 그것이 서울대학교병원의 존재 의미이고 그래야 국민들이 믿고 찾아올 수 있다” 하고 얘기했습니다.

서울대병원은 물론이고 공공기관이 단지 돈 버는 수익기관이 아니라 국민들을 대변하고 국민이 믿을 수 있는 기관이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의 주장입니다. 저는 이번 파업이 서울대병원의 엉터리 사망진단서 발행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노동자들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공병원은 정권의 이익이나 기업적 수익을 위해 운영돼선 안 된다는 것이 이번 파업의 요구이자 목적이죠. 그런 점에서 백남기 엉터리 사망진단서는 이런 파업의 취지에 근본에서 배치되는 것이므로 노동자들이 이를 대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0월 1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3만여 명이 모여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를 열고 있다. ⓒ이미진
10월 1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3만여 명이 모여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를 열고 있다. ⓒ이미진

인터뷰 장호종

10월 6일, 인터뷰이의 요청에 따라 일부 사실 관계를 정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