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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노동자들과 청년·학생들의 연대를 확인한:
‘노동자-학생이 함께하는 보이는 라디오, 불편해도 괜찮아’ 참가기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 11일차인 10월 7일 저녁 7시 고려대학교 정경대에서 ‘지키자 공공성! 끝내자 성과·퇴출제! 청년학생네트워크’(이하 청년학생네트워크)가 주최한 ‘노동자-학생이 함께하는 보이는 라디오, 불편해도 괜찮아’가 진행됐다. 이 행사에 청년·학생 30여 명과 공공부문 노동자 20여 명이 만나 성과연봉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왜 노동자들의 파업이 정당한지 대화를 나누고, 파업에 대한 청년·학생들의 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날 패널로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박유나 대의원, 철도노동조합 김정한 정책실장, 건강보험노동조합 김철중 서울본부장, 국민연금노동조합 구창우 정책위원이 참석했다.

패널들은 성과연봉제가 현장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 생생하게 이야기 했다. 서울대병원분회 박유나 대의원은 성과연봉제가 병원에 도입될 경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가장 큰 문제는 심폐소생술인데요. 지금은 다른 간호사가 담당하고 있는 환자에게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다 같이 달려 가서 도와 주는데,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내 성과가 중요해지니까 내가 담당하는 환자가 아니면 도와 주는 걸 꺼려하게 될 수 있는 거에요.

“한 수간호사가 한 병동에서 자기가 성과 평가를 해 보겠다며 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얼마나 환자를 친절하게 대했는지, 조치를 잘 취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선배 간호사 말을 잘 들었는지, 용모는 단정한지 등을 평가했어요.”

건강보험노동조합 김철중 서울본부장도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안 되는 이유를 생생하게 설명했다.

“성과연봉제는 퇴출제와 맞물려 있습니다. 고용의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이미 평가 기준이 있는 데, 추가로 성과를 평가한다니 노동자들의 분노가 큽니다. 이번 파업에 조합원 97.7퍼센트가 참여했습니다.

“정부에서는 공기업 노동자들의 효율성 문제를 말하는데, 건강보험 같은 공공기관은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에요. 건강보험에서 성과라고 하면 뭐겠습니까? 몇 만 원 체납된 평범한 시민들인 체납자들을 더 많이 압류하고 독촉하는 거죠.”

국민연금도 건강보험과 비슷했다. 이미 국민연금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평가 기준이 계속 문제돼 매년 평가 기준 개선 투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진짜 기득권은 박근혜 정부

정부와 기업주들이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 ‘기득권’, ‘철밥통’, ‘이기주의’라며 파업을 비난하지만, 부패 비리로 썩어 가는 진짜 기득권 박근혜 정부의 위선도 알 수 있었다.

철도노조 김정한 정책실장은 “정부에서는 세대 갈등을 얘기합니다. 우리를 기득권 노동자라며 청년실업의 원인인 것처럼 얘기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하고 말했다.

“철도 투쟁의 주요 사항 중 하나가 ‘민영화 반대’ 투쟁입니다. 이번 파업도 연관돼 있습니다. 특정기업한테 이윤을 몰아 주는 민영화는 대다수 국민들의 피해로 이어집니다. 자기의 권리는 자기가 지켜야 합니다. 그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보험노동조합 김철중 서울본부장은 “성과연봉제는 임금 투쟁 아니냐고 하는데, 맞습니다.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이 가게 변경될 경우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도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고 말했다.

청년·학생들의 지지를 전하는 시간도 가졌다. ‘보이는 라디오’ 시작 전 청년학생네트워크에서 고려대 학생들에게 공공부문 파업 지지 메시지를 받았는데, 30분 만에 지지 메시지 수 십 개를 받았다. 지지 메시지 작성 요청을 하기도 전에 노동자들의 투쟁을 잘 알고 있고 지지한다는 의사를 먼저 밝힌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공공 파업을 지지하는 학생들의 여론은 높다. 학내에 파업을 지지하는 대자보들도 부착됐고, SNS에서 “불편해도 괜찮아”, “파업을 지지한다”는 여러 글들도 회자됐다.

성균관대에서 온 한 학생은 노동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2013년에 저는 새내기였습니다. 그 해 겨울 철도 파업이 있었는데, 한 철도노동자가 제게 해 준 이야기가 아직까지 저를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내가 잘리는 것 각오하고 싸움에 들어 갔다. 함께 민영화를 막기 위해 싸우자.’

“저희 학교에 파업 지지 대자보 9장을 붙이고, 마지막 장에 지지 메시지를 남겨 달라는 칸을 만들었는데, 정말 많은 학생들이 지지 메시지를 남겨 줬습니다. 학생들의 지지를 보면서 ‘이 싸움 질 수 없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더 오래 싸워 주세요. 싸워서 성과퇴출제 꼭 막았으면 좋겠습니다.”

청년·학생들의 문화공연 이후 패널들의 정리발언으로 ‘보이는 라디오’는 끝맺었다. 특히 서울대분회 박유나 대의원은 “우리 철밥통 잘 지켜서, 후대에 좋은 철밥통 물려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정부와 기업주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철밥통’, ‘이기주의’, ‘기득권’이 청년실업의 원인인 것처럼 공격하며 정규직 노동자들과 청년·학생들을 이간질하려 한다. 그러나 청년·학생들에게는 부패·비리 몸통인 박근혜가 떠는 위선이 통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청년·학생들의 뜨거운 지지를 등에 업고, 박근혜의 정치적 위기를 활용해 단호하게 맞서 싸운다면 성과연봉제를 저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