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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귀환 화물연대 대구경북지부장 인터뷰:
“화물 노동자에게 권리를, 국민에게 도로 안전을”

10월 16일 부산 신항 파업 농성장에서 여귀환 화물연대 대구경북지부장을 만나 이번 파업의 정당성과 노동자들의 결의를 들었다.

“이번 투쟁이 운송료나 기름값 투쟁이 아니어서 힘든 상황은 있지만, 법 개정을 통해서 그동안에 우리가 못했던 것들, 지입제 폐지, 산재보험 적용,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40조 2의 ①항 폐기를 반드시 이뤄야 합니다.

지금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40조 2에 ①항의 단서조항이 붙으면서 운수회사들이 편법을 써서 주사업장 소재지를 이전하고 이렇게 하면서 번호판 값을 요구하고 또 지입료를 더 많이 요구해 전국적으로 엄청나게 피해가 일어나고 있어요. 정부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 화련(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이 엄청난 로비를 하는지, 국회의원들 중에 운수회사를 했던 자들이 워낙 많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정부 입장이 한순간에 바뀝니다. 처음에는 지입제를 폐지하겠다고 했다가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하더니, 이제와서 이걸 유지시키겠다고 하는 겁니다.

ⓒ김지태

표준운임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무현 정권 때 약속하고 지키지 않았던 것을, 이명박 정부도 뒤집었고, 박근혜 정부는 완전히 갈아엎으려 합니다. 아무리 자유경쟁시장을 좋아한다고 해도, 최소한 화물차 운전하는 사람들이 부자는 못 되도 먹고살 수는 있게 해 주는 게 맞지 않습니까.

호주에서 화물차 사고로 가족이 목숨을 잃자, 남동생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했습니다. 화물차 기사가 먹고살기 위해서 18시간 이상 운전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이런 비극이 일어났으니 이런 열악한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겁니다. 결국 도로안전운임법이 제정됐습니다.

지금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것도 국민에게 안전을, 화물 노동자에게 권리를 달라는 겁니다. 당연히 정부가 해야 할 일인데, 안 하고 있어서 국민들은 위험에, 화물 노동자들은 최악의 조건에 처해 있는 겁니다. 그래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화물 노동자가 편하게 쉴 수 있어야 한다고 투쟁하는 겁니다.

공약 파기

박근혜 정부는 대선 때 공약으로 ‘화물차 도로비 전일 할인’을 해 주겠다고 화물 노동자들한테 문자를 보냈습니다. 야간운전 때문에 사고가 많이 나고, 국민의 피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으니 낮에도 도로비를 할인하겠다고 해놓고서 지키지 않습니다.

이 정부는 ‘있는 놈’들한테만 공약 지키고 세금도 면제해 줍니다. 예를 들면 구미 아사히글라스 같은 경우가 그렇지 않습니까? 구미시가 땅 12만 평을 거저 주고 국세 5년간 면제해주고, 시비(지방세)를 15년간 감면해 주는 특혜를 주었는데, 그렇게 해주면 어느 기업이 돈을 못 벌겠냐고요. 고용 창출한다고 그 법석을 떨더니 지금 거기 노동자들 짤려서 1년 넘게 파업하고 있지 않습니까.

또, 정부는 규제 철폐를 말하면서 정작 지입제처럼 잘못된 규제는 철폐하지 않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없어졌고, 처음 시작한 일본에서도 폐지된 지입제가 거의 유일하게 유지되고 있는 곳이 대한민국입니다. 10명 중 7명이 ‘이건 아니다’라고 말하면 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산재보험 적용해 달라고도 했습니다. 우리가 돈 낸다 했습니다. 다치면 병원에서 치료받고, 일을 못할 정도로 다치면 식구들 먹고살 수 있는 만큼은 보장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게 과연 무리한 요구냐는 거죠. 정규직 노동자들은 산재보험이 되는데 왜 화물 노동자들은 그게 안 되냐는 거죠.

죽어서 뼈다귀도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박정희의 뮤지컬을 만든다고 수십억을 퍼붓고, 생가 복원한다고 수백억의 돈을 쏟아붓습니다. 그런데 구미에 화물공영주차장 하나 만들자는 데 2년 싸웠습니다.

화물차는 차고지에 주차 안 하면 20만 원 벌금을 냅니다. 화물차가 문제라고 경찰이 밤새 사진 찍으며 단속하러 다녀서 제가 대구에 있는 차고지 17곳을 다녀 봤습니다. 차고지로 설정한 곳이 남의 집 앞마당, 철망으로 막힌 곳, 화물차는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길을 지나야만 하는 곳 등 17곳 중에 주차할 수 있는 곳은 한군데도 없었습니다.

화물연대 파업은 정당합니다. 월요일에 나와서 맨날 차에서 쪼그리고서 자다가 토요일 저녁이나 돼야 집에 가서 새끼들, 마누라 얼굴 한번 봅니다. 그렇게 먹고사는 화물 노동자들이 과연 폭도냐는 겁니다. 우리 요구가 폭도로 몰릴 만큼 무리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당하지 못한 것은 바로 이 나라 정부입니다. 없는 놈도 최소한 '먹고는 살아야' 할 것 아닙니까? 정부에서 1조 7천억 원 들여 유가보조금 준다고 생색내는데, 그거 안 줘도 됩니다. 운송료에 포함해서 받으면 됩니다.

대열

국토부가 우리 본부장한테 이런 말을 했다 하더라고요. “처음 시작할 때 4천, 지금 남아 있는 게 2천1백, 주말이 되면 1천, 월요일엔 6~7백으로 떨어질 건데, 우리가 왜 너희하고 교섭하느냐.” 그런데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에 대오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요. 내일은 최소 4천 명 이상으로 늘어날 겁니다.[실제로 5천 명이 집결했다.] 2주도 좋고 3주도 좋습니다. 이길 때까지 뼈를 묻는 한이 있더라도 이 투쟁 승리하자고, 지면 걸어서 나가지 말자고 지도부도 결의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조합원들 누구 하나 인상 찌푸린 사람 없습니다. 우린 아직 여유 있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각오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건 다해서 싸울 겁니다. 화물연대가 투쟁하면 어떻게 되는지 정부에 똑똑히 보여 줄 겁니다.

인터뷰 정리 장우성 · 김희준
녹취 박충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