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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 우파가 무색하게도 노동자 계급은 고립돼 있지 않음이 입증됐다
철도 파업이 서서히 효과를 내기 시작하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성과연봉제 저지 파업이 9월 하순에 시작돼 철도 파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13년 수서KTX 민영화 저지 파업 때 세운 23일 동안의 파업 기록 경신이 코앞에 있다.

대체인력을 집중 투입해도 화물열차 수송률은 여전히 절반 수준이고, 여객 열차와 수도권 전동차에서도 크고 작은 사고들이 늘며 위험 신호를 내고 있다. 이번 주부터는 수도권 전동차 운행률을 낮출 예정이고 KTX 운행률도 낮춰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철도 노동자들이 역대 최장의 파업을 굳건히 이어가고 있다. ⓒ사진 조승진

정부와 사용자들이 가장 우려하던 현대차 파업은 아쉽게도 결국 마무리됐지만, 10일부터 시작된 화물연대 파업으로 그들은 시름을 덜지 못했다. 정부와 우파 언론들이 ‘경제 위기에 국가 경제 발목을 잡는다’며 화물연대 파업에 맹비난을 퍼부었지만 10월 17일 부산신항에 5천여 명이 집결해 컨테이너 수송을 저지하며 힘을 과시했다.

박근혜의 핵심 지지층에 균열이 생기며 최근 일주일 만에 지지율이 26퍼센트까지 떨어졌다.

한국 경제 상황도 지뢰투성이다. 수출 부진, 한진해운 사태에 따른 물류 차질 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부동산 과열, 대우조선 구조조정 해법을 둘러싼 갈등도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대규모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박근혜의 최측근 최순실과 그 딸을 둘러싼 특혜와 부정 시비가 단적으로 보여 주듯, 이 부패하고 타락한 ‘이기주의’ 끝판 정권이 노동자들을 ‘이기주의’라고 비난하는 것은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철도와 화물연대 파업이 지속되면 정부는 점점 곤혹스런 처지가 될 것이다.

최근 서울대병원 사측이 ‘2017년 말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물러선 것은 시사적이다. 서울대병원 사측은 백남기 농민 사망 진단서 문제로 지탄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노동자들이 2주 넘게 파업을 지속하며 고 백남기 농민 사망에도 항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상당히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언론들이 박근혜 정부의 위기와 노동자 투쟁의 관계를 애써 외면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적 적대가 계급투쟁이라는 점은 점점 더 많은 소수에게 명확해지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좀처럼 물러서려 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강력해서가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양보한다면 현재의 레임덕 수준을 넘어 마비 상태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그래서 또한 야3당이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문제를 다룰 국회 내 논의기구를 만들자고 거듭 촉구하는데도 완강히 거부하는 것이다. 정의당만 성과연봉제를 반대할 뿐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성과연봉제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노동부 장관 이기권은 앵무새처럼 17일에도 “성과연봉제 도입은 법적 의무”라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초점

철도 파업은 화물연대 파업과 함께, 박근혜 정부에 맞서는 초점 구실을 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지지가 늘고 있다. 민주노총 특별 결의에 따른 ‘철도노조 파업 지원’ 채권 구입에 여러 노조가 적극 나서고 있다. 화물연대에도 지지 배너, 농성 물품, 투쟁 기금이 연일 모이고 있다.

이 파업들은 다른 노동자들의 투쟁을 고무하고 있는 듯하다. 보건의료노조의 신생 조직인 서울시정신보건지부는 보름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고, 고대의료원도 임금피크제에 맞선 쟁의행위 절차를 밟고 있다. 건설노조도 10월 18~19일 철도 전국 상경 집회에 맞춰 전국확대간부 상경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또, 노동자 투쟁은 학생들의 점거농성과 항의 운동에도 좋은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다. 특히 이화여대와 서울대 등 서울의 주요 대학에서 벌어지는 학생들의 전투적 항의는 정부에게도 꽤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는데, 이화여대 총장 사퇴 운동은 박근혜 최측근들이 줄줄이 엮인 비리와도 직결돼 있어 매우 곤혹스러운 문제일 것이다.

경제 위기 시기에는 지배계급도 쉽게 물러서지 않아 노동자 투쟁이 장기화하고 첨예해지곤 하는데, 이때 노동자들이 승리를 거두려면 연대를 확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른 노동자들이나 천대받는 사회집단이 자신들의 요구를 내놓고 투쟁에 나서는 것도 연대 행위의 일부이거나 적어도 그런 효과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