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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운동권” 배제 논리에 사로잡힌 일부 학생들의:
학생총회 발의 서명 방해 규탄한다

최순실 딸 관련 특혜 의혹뿐 아니라 최경희 총장과 우병우 장모의 의심스러운 연결고리가 알려지는 등 부패 스캔들로 이화여대가 매일같이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학교 측은 혀를 내두를 만한 뻔뻔함을 보여 주고 있다. 부총장은 “(총장이) 사퇴를 해야 할 정도로 잘못을 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최경희 총장 해임을 밀어붙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이어져 온 시위들에 더해 강력한 추가 행동이 필요하다. 그 강력한 행동을 논의하고 결정하려면 학생들의 최고 의결기구인 전체학생총회를 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런 취지에 공감한 학생들의 학생총회 소집 요청 서명이 17일부터 이틀 째 진행됐다. 학생회칙 제1절 6조 2항은 재학생 2백명 이상의 요청이 있을 시 총학생회가 전체학생총회를 소집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비상식적 방해 행위

서명운동은 시작한 지 두 시간 만에 학생총회 소집 요건인 2백 명을 넘기는 등 학생들의 높은 관심과 총장 해임 의지를 보여 줬다. 서명 캠페인 둘째 날인 18일에도 많은 학생들이 새롭게 드러난 부패 의혹들과 전날 열렸던 학교 측의 기만적인 해명 간담회의 문제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본관 점거 농성을 주도하며 “운동권” 배제를 밀어붙여 온 일부 학생들은 서명 운동을 왜곡하며 방해하고 있다. 10월 18일 오후에 서명 캠페인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른 명 남짓한 학생들이 모여들어 왜곡과 방해를 시작했다. ‘학생총회 소집을 바라는 학생들’ 중에 노동자연대 이대모임 소속 학생들이 포함돼 서명을 적극적으로 받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어떤 학생들은 서명하고 있는 학생에게 거짓된 정보를 퍼트리며 설득해 서명을 지우게 했고, 또 다른 학생들은 가판 테이블을 둘러 싼 채 같은 내용의 항의를 반복하면서 지나가는 학생들이 접근할 수 없게 만들었다.

심지어 한 학생은 서명대 위에 올려진 서명용지를 잡아뜯고 자신의 것이 아닌 서명을 마음대로 지워버리기까지 했다! 학생회칙이 보장하고 있는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는 행위이자 서명한 당사자의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비상식적 행위였다. 어떤 학생은 “새내기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서명한 것”이라며 1학년 학생들의 판단력을 무시했다.

또, 익명 게시판에는 강의실에서 서명판이 더는 돌지 못하도록 자신이 가로챘다는 글도 올라 왔다. ‘학생총회 소집을 바라는 학생들’이 서명을 학교나 경찰에 유출시킬 것처럼 두려움을 부추기는 황당한 주장도 벌이고 있다.

서명운동을 방해한 학생들 중 여럿은 학생총회 소집 요청 서명이 “총학생회가 아니라 노동자연대가 하는 것”이라며 학생 2백 명 이상이 참여한 서명의 명의를 노동자연대 이대모임으로 하라는 말도 되지 않는 요구를 했다.

그러나 총회 소집 서명운동에 노동자연대 이대모임 소속 학생이 적극 동참했다는 이유로 이 운동을 특정 단체만의 운동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명백한 왜곡이다. 이는 총회 소집을 바라는 더 많은 학생들을 무시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본관 점거 농성 주도자들은 지금껏 노동자연대 이대모임 소속 학생들에게 단체가 아닌 개인으로만 운동에 참여하라고 강요해 왔다. 그런데 정작 개인들의 서명으로만 발의할 수 있는 총회 소집 요청에 대해서는 정반대로 개인이 아닌 단체로 받으라고 말하고 있다. 정말이지 앞뒤가 안 맞는 명분 없는 태도이다.

학생회칙에 따르면 전체학생총회를 총학생회가 아닌 일반 학우들이 서명을 받아 발의할 수 있다. 따라서 총회 소집 요청 서명에 대해 “총학생회가 아니니 서명하지 말라”고 외치는 것은 학생회칙에 보장된 학생들의 정당한 권리를 무시하는 황당한 주장이다.

한편 이들은 학생총회 안건으로 제안된 ‘강력한 행동(점거의 확대·강화) 결정’에 대해서도 “누구 마음대로 점거 확대를 논하냐”는 주장도 했다. 이는 자신들 또는 자신이 허용하는 학생들 외에는 점거 투쟁의 방향에 대해 말 해서는 안 된다는 지독히 오만한 태도이다. “운동권”은 주장하거나 행동할 권리도 없다는 이런 태도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본관 점거 농성 주도자들의 비민주적 태도는 정말이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최경희 총장 해임이라는 대의를 우선해야

정유라 특혜 의혹 규명과 최경희 총장 해임을 위한 강력한 행동방침을 결정할 학생총회 발의 서명을 왜곡·방해하는 것은 총장 해임을 진정으로 바라는 학생이라면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 행동으로 득을 얻는 것은 최경희 총장과 박근혜 정부일 뿐이다.

전체학생총회는 학생회칙이 보장하고, 누구나 인정하는 민주적인 의사결정기구다. 이견이 있다면 학생총회에서 이견안이나 수정동의안을 제출해 얼마든지 민주적으로 논의에 부칠 수 있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최경희 총장 해임을 어떻게 하면 이뤄낼 수 있는가’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당연한) 현실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럴 때에만 민주적 토론과 진정한 단결이 가능하다.

운동에서 정치 단체 배제하기라는 퇴행적인 공상에 집착해 운동의 대의를 저버리는 일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

총장 해임 운동의 대의는 점점 커지고 있다. 사상 최초로 이화여대 교수님들도 시위에 나서기로 했다. 지금은 정유라 특혜 의혹 규명과 최경희 총장 해임을 위해 이화여대 학생들이 최대한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앞으로도 총회 발의 서명은 계속될 것이다. 다음 서명은 10월 20일(목) 12시~1시 30분 이화여대 정문 근처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방해에 굴하지 않고 서명 운동이 계속될 수 있도록 많은 학생들이 힘을 모아 주길 호소한다. 진정으로 정유라 특혜 의혹 규명과 최경희 총장 해임을 바란다면 이 캠페인에 함께 참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