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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10월 27일 박근혜 퇴진 시국 선언의 취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생들에게

연세대학교 일부 학생들이 10월 27일 학내 단체들과 일부 단과대학 학생회, 그리고 학생 약 6백 명이 연서명해 발표한 시국선언에 대해 몇가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중 일부는 왜 총학생회가 포함되지 않은 채 일부 단과대와 단체들만 연명한 시국선언이 발표됐을까 의아해하는 듯하다. 일단 이런 정당한 의문에 대해 해명해야 할 듯하다.

먼저 이번 시국선언에 총학생회를 비롯해 더 많은 단과대 학생회들이 참여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었다. 연서명에 호의적이었던 일부 학생회도 내부 의견 조율 과정을 거치느라 시국선언에 참가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연세대학교 시국선언 참가자’(이하 ‘참가자’)들은 JTBC 등의 폭로가 시작되고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했을 때 학생들의 정당한 항의가 표현될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특히 하루가 갈수록 더욱 충격적인 폭로가 나오는 상황에서 시급히 이런 항의를 조직할 필요가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정부와 보수언론이 물타기를 시작할 것이고, 무엇보다 이미 여러 대학에서 시국선언 움직임이 있었던 터라 10월 26~27일 무렵에는 동시다발적인 항의 선언이 이뤄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연하게도 ‘참가자’들은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내 다양한 단체들에 함께할 것을 제안하는 것으로 시국선언 준비를 시작했다. 또 선언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부터 의견을 구해 여러 단체들이 하루이틀만에 시국선언에 동참 의사를 밝혔다.

다만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의견수렴이나 중앙운영위원회 회의를 거쳐야 하므로 당장 이 논의에 참여하기는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특히, ‘참가자’들은 26일 저녁 총학생회가 소집한 중운위가 성원 부족으로 열리지 못하자 이미 모인 단체들만이라도 먼저 시국선언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안의 시급성은 시국선언을 준비하던 일부 학생들만 느낀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총학생회가 26일 오후 2시에 의견수렴을 위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일부 학생들이 “시각을 다투는 사안에 대해 언제까지 의견을 수렴할 것…인지 의문이다” 하는 등 아쉬움을 토로하는 댓글들이 많이 달렸다.

그래서 ‘참가자들’은 1차로 참여 의사를 밝힌 학생들과 함께 시국선언을 하고, 추가로 연서명을 받아 2차 시국선언을 발표하자고 제안했다. 총학생회장도 논의가 늦어지는 것을 아쉬워하면서도 우리의 계획을 양해해 줬다.

시급히 발표한 시국선언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수십 명의 기자들이 취재하러 왔고 방송 카메라만 여섯 대가 설치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다만 아쉽게도 오늘 오전에 있었던 시국선언과 기자회견에 총학생회는 참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오늘 오후 3시에 개회된 중운위에서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시국선언’이 의결된 것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의 추가적 시국선언을 계기로, 부패로 얼룩진 박근혜 정권에 항거하는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더욱 확산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부당한

한편, ‘참가자들’의 시국선언에 대해 부당한 문제제기를 하는 학생들도 있다. “대표성 없는” 단체들이 시국선언을 주도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일부 학생들은 마치 ‘참가자들’이 총학생회인 것처럼 학생들을 속였다고 까지 주장하는데 이번 시국선언에는 이과대 학생회 운영위원회나, 공과대 학생회, 사회대 학생회도 참가했으므로 대표성이 아예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왜곡이다. 이 학생회들은 집행부나 운영위원회 회의 등의 정당한 절차를 걸쳐서 참여를 의결했다. 공과대학 학생회는 단일 단과대로서는 가장 많은 학생들을 대표하는 학생회이기도 하다.

일부 단체들은 선출된 기구는 아니지만 선출되지 않았다 해도 박근혜 퇴진을 선언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단체든 개인이든 말이다. 27일 오후에 열린 중운위에서 결정된 것처럼 “’연세대학생 일동'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는 총학생회 혹은 중앙운영위원회 등 그 어떠한 단체도 제한할 권리가 없고”, 그런 명의를 사용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회원들의 권리”이다. 무엇보다 6백 명 넘는 학생들이 시국선언의 취지에 공감해 연서명을 남겼다.

“정치성향이 의심되”고, 최순실게이트 이외의 정치쟁점들을 다루었다는 것을 문제 삼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지극히 정치적인 시국선언에 정치 성향을 문제 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비판이다. 진보·좌파 단체 등에서 활동하며 진보적이고 급진적인 정치를 가진 학생들은 박근혜에 맞서 오래 전부터 투쟁해 왔다. 정치성향을 이유로 이런 사람들을 시국선언에서 배제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정치 성향이나 이념이 편향되게 보여서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입장도 발표할 수 없을 것이다. 한 여론조사를 보면 20대의 2퍼센트만 박근혜를 지지하고 있다지만 2와 0은 다르다. 만약 총학생회가 학생 전체를 대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압도적으로 많은 학생이 박근혜 퇴진을 지지할지라도 입장을 내서는 안 된다고 말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맥락에서는 지금 시기에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을 하지 말자는 것은 박근혜를 이롭게 하는 일일 뿐이다. 결국 지금과 같은 첨예한 시기에 정치를 배제하자는 말 자체가 공상적이고 실제로는 정치적으로 어느 한 편을 지지하는 행위가 된다. 그런 거짓된 중립을 가정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하게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내놓고 토론을 하는 것이 더욱 민주적일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 이외의 정치쟁점을 다루는 것이 “초점을 흐린다”고 생각하는 학우들도 있지만, 이 부패 사건은 박근혜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 왔던 온갖 정책들이 비민주적이고 정당성이 없었다는 것을 드러내는 사건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런 사건들을 언급하는 것은 전혀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이 입장문은 소수 단체의 정치적 입장만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박근혜 퇴진을 위한 시국선언이라는 대의에 동의하는 단체라면 누구든 참여해 선언문의 내용에 의견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고 이를 충분히 반영하려 했다. 이 시국선언에 참가한 단체들은 이 선언문의 내용에 동의해 참가를 결정했으므로 참가하지 않는 사람이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은 아니다. 개인 자격으로 연명한 사람들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선언문을 읽고 참가했을 것이라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일부 학생들은 마치 이들이 대부분 속아서 서명한 것이라고도 비난을 하는데 이는 지독한 엘리트주의적 태도다. 요컨대 논의는 완전히 개방적이었으며, 참가한 단체들과 학생회 사이에 이뤄진 민주적 의사소통의 결과였다는 것이다.

일부 학생들은 도를 넘어 ‘참가자’ 일부의 명예를 훼손하며 모욕적인 비난을 늘어놓고 있는데, 이런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 특히 여성 비하적 발언까지 늘어놓는 데에는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사람에게 모욕감을 느끼게 해 그의 표현을 가로막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권리는 남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때에만 인정되는 소극적인 개념이다.

시국선언 ‘참가자들’은 최대한 민주적으로 의사 수렴 과정을 거치되 시의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애썼고 참가자들의 압도다수는 이런 취지에 공감해 참여했다. 이런 시국선언에 대한 근거없는 왜곡과 비방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 내 일부 학생들이 부당한 비난과 왜곡에 당당히 맞서기보다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반대의견이나 부당한 비난이 두려워 주장을 삼가한다면 정치적 권리를 온전히 누릴 수 없게 된다. 일부 악선동가들이 노리는 바가 바로 이것이다. 무엇보다 정치의 무대에서는 반대자가 있는 편이 아무 반대가 없는 편보다 훨씬 낫다. 전자에게 헤쳐나갈 과제가 놓여있다면 후자는 있으나마나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비난은 고작해야 온라인 상에서 일부 개인들이 목청을 높이는 것일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도 않는다. 앞서 지적했듯이 현실에서는 압도다수가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고 적어도 절반 이상은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앞으로도 당당히 능동적으로 박근혜 퇴진 운동에 앞장서야 한다.

2016. 10. 27.
노동자연대 연세대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