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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 문드러진 박근혜 정부는 퇴진하라

이 글은 노동자연대가 10월 28일에 발행한 리플릿에 실린 글이다.

박근혜와 그의 최측근 최순실의 부패한 유착이 날마다 새롭게 폭로되고 있다.

최순실 측은 박근혜에게 가는 보고 자료를 받아서 검토했고, 이를 기획안으로 내면 그것이 토씨 하나 안 바뀌고 청와대의 정책과 사업으로 둔갑했다. 최순실은 대통령의 일정과 연설문 등을 사전에 받아보고 고쳤다.

고위 관료들은 최순실에게 인사 청탁을 하고, 재벌들은 최순실의 박근혜 대행 사업들이라고 의심되는 사업들에 수백억 원을 갖다 바쳤다. 이화여대는 그의 딸에게 평범한 학생들은 감히 상상조차 못 할 특혜를 준 것이 폭로돼 총장이 사퇴하는 등 학교의 신뢰가 크게 추락했다.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에는 대다수 사람들이 이름도 못 들어봤을 최순실에게 누가 이런 어마어마한 권력을 줬는가. 25일 낮 기자회견에서 박근혜는 자신이라고 실토했다. 27일에는 지난해 기업 총수를 청와대에 불러 박근혜가 직접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돈을 내라고 얘기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렇듯 박근혜와 최순실의 “인연”(또는 “신의”)은 생계를 위해 죽어라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상실감과 분노를 안겨 준 정경 유착과 부정 축재로 이어졌다. 그렇다고 재벌이 억울한 피해자인 것은 절대 아니다. 전경련을 거쳐서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수백억 원을 낸 기업들도 직간접적으로 대가성 특혜를 받았다. 사업 특혜만이 아닌 것이다.

비리로 구속된 한화 회장 김승연이나 CJ 회장 이재현은 어떻게 석방된 것일까? 최근 삼성 이재용이 그룹 경영권 승계를 마친 것은 이와 무관할까? 공교롭게도 한화와 삼성은 대한승마협회를 통해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고등학교 출결부터 대학 입학과 학점까지 책임지는 풀타임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최순실은 재단으로 모인 돈을 자기 소유의 회사로 빼돌렸는데, 이 돈이 박근혜의 퇴임 후 정치자금일 거라는 의혹이 많다.

박근혜는 최순실의 부패한 국정 개입을 마치 의견 수렴 과정인 듯 변명했다. 가당찮다. 박근혜는 청와대 앞 길바닥에서 며칠을 지새며 만나달라고 한 세월호 참사 가족들의 요청은 전혀 수렴하지 않았다. 살인 물대포로 백남기 농민을 죽여 놓고도 의견 청취나 사과는커녕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법과 노동조합을 무시하며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였다.


국가기관 대선 개입, 세월호 참사, 친제국주의 정책, 노동자·서민 공격 …
박근혜의 퇴진 사유는 차고 넘친다

박근혜 정부는 태생부터 정통성이 없었다. 국가기관의 총체적 대선 개입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박근혜 정부다. 대중의 환심을 사고자 내놓은 복지 공약은 지켜진 게 없다. 노인 기초연금 20만 원 공약은 취임도 전에 파기했다.

그래도 경제를 살리지 않을까 하는 실낱 같은 기대 때문에 어찌어찌 위기를 넘겼지만, 3년이 지난 지금 한국 경제는 심각한 위기 상태다. 그 대가는 고용 불안, 소득 감소, 집값 폭등, 복지 축소의 형태로 애꿎은 수백만 사람들이 떠안았다.

박근혜는 수백 명이 목숨을 잃은 세월호 참사에도 책임이 있다. 박근혜가 추진한 규제 완화는 세월호 참사를 예비했고, 미국 제국주의에 협조하려고 서두른 제주해군기지 공사는 참사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 박근혜는 어떻게든 진실을 은폐하려고 했을 뿐, 무고한 죽음에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았다.

어디 이뿐인가. 박근혜 정부는 임기 4년 내내 노동자들과 천대받는 민중을 쉴 새 없이 못살게 굴고 공격했다. 진주의료원 폐쇄, 노조 파괴 공작, 공무원연금 개악, 노동시장 구조 개악, 무상보육 파탄, 공공요금 인상을 추진해 왔다. 일부 지방정부가 자체 예산으로 추진한 소박한 복지마저 방해하는 사악한 시장주의 세력이다.

박근혜의 친제국주의적이고 호전적인 대북 정책 또한 동북아시아에서 제국주의 갈등과 불안정 고조에 일조하고 한반도를 군비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박근혜는 내년 국방예산도 4퍼센트 넘게 증액해 40조 원을 넘겼다. 그러면서 건강보험 정부 지원액을 깎았다.

또한 민주적 권리도 공격하려고 호시탐탐이었다. 통합진보당을 강제로 해산시키고 관련 인물들을 수년씩 감옥에 가뒀다.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에게는 5년을 선고했다.

마침내 선출되지 않은 비선 실세들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농단을 부렸음이 폭로됐다. 이미 3년간 누적된 퇴진 사유에 추하고 놀라운 측근 부패가 추가됐다.

거국 중립내각은 박근혜에게 시간을 벌게 해줄 뿐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정부가 급속도로 통치력을 상실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10퍼센트대로 폭락했고, 부정평가는 80퍼센트에 육박한다. 20대에서 박근혜 지지도는 2퍼센트로 추락했다. 사악하고 부패한 정권에 모두 등을 돌리고 있다. 박근혜 퇴진 요구에 대한 지지가 급속히 늘고 있다.

그런데 더민주당은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한다. 대통령 조기 사임이 헌정 중단과 국정 공백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상 유지가 내년 대선에서 더민주당에 이롭다는 정치적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 압도다수의 국민이 느끼는 분노와 불만보다 자당의 선거적 실익이나 따지는 것이 더민주당이다. 그러나 정의당 심상정 대표의 말처럼 박근혜가 저지른 행위가 이미 “최악의 헌정유린 사태”다.

이 시점에서 거국 중립내각 구성 요구는 반동적이다.

첫째, 박근혜와 새누리당에게 면죄부를 주고 시간을 벌게 해 줄 뿐이다. 야당이 새누리당과 함께 꾸리는 거국 내각은 광범한 불신의 대상인 새누리당에게 숨쉴 틈을 줄 뿐이다.

둘째, 박근혜 정부의 부패 문제를 철저하게 국회 내 협상으로 한정시켜 대중의 불만이 작업장과 거리에서 투쟁으로 표출되는 것을 가로막는다. 대중은 최악과 차악이 정치권력을 분점하는 양당 체제의 구경꾼으로 있으라는 얘기다. 여야 간 특검 협상이 이런 미래를 예시한다.

셋째, 그리하여 대중의 분노가 식기 시작하면 우파가 반격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진정 박근혜의 퇴진을 강제하려면 국회가 아니라 일터와 거리에서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박근혜 퇴진 운동이 시작됐다
민주노총도 파업으로 동참하자

박근혜 하야·퇴진 여론이 60퍼센트를 넘고 대학가에서 학생·교수들의 시국선언이 확산되고 있다. 여러 도시들에서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들도 시작됐다.

이런 분위기는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광범하다.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등은 박근혜 하야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은 11월 12일 노동자대회와 민중총궐기에 대규모로 조합원들을 결집시킬 예정이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는 대대적인 시국선언 조직을 시작했다. 현장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뭐라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제기들이 상당하다. 임기 내내 노동개악에 열을 올린 박근혜 정부와, 이 썩어 빠진 정권에 수십억 원씩 갖다 바치면서 노동자들은 쥐어짜는 재벌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노가 상당하다.

노동자들이 박근혜 퇴진 요구 운동의 선두에 다시금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자들은 박근혜 정부 내내 끈질기게 투쟁을 벌여 온 거의 유일한 세력이다.

박근혜 취임 1년이 되던 2013년 12월,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은 강성 우파 박근혜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대중에게 심어 줬다. 2014년에는 박근혜에 맞선 총파업을 내건 한상균 집행부가 직선제로 뽑혔고, 2015년 내내 노동개악에 맞선 파업과 투쟁이 벌어졌다. 이 여파는 2016년 박근혜의 총선 참패로 나타났다.

총선 이후 여당 내분이 첨예해졌고, 재집권에 빨간불이 켜지자 박근혜의 정치 위기는 더욱 깊어졌다. 노동자들의 저항도 계속돼 정부의 노동개악 추진 동력은 급격히 약화됐다.

올해 현대차 노동자들은 수개월 동안 부분 파업과 12년 만의 전면 파업을 벌여 3조 원대의 경제적 손실을 안겨 주며 정부와 사용자들을 긴장시켰다. 노동자들은 임금체계 개악 추진에 반대해 임금 인상과 임금피크제 저지 등을 내걸고 싸웠다.

9월 하순에는 공공부문 노동자 5만여 명이 파업에 나섰다. 박근혜가 밀어붙이는 노동개악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인 성과연봉제에 맞서기 위해서였다. 이 파업은 2주가 넘게 진행됐고 철도 노동자들은 지금도 한 달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화물연대 노동자들도 부산 신항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물류 마비를 위협하며 힘을 보여 줬다.

특히 공공부문 파업이 시작된 9월 하순 이후 박근혜 지지율이 급락하고 정치 위기는 나날이 심각해졌다. 반면 노동자들의 파업은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의 부패라는 뇌관이 터진 것이다.

동력

박근혜 위기를 가속화시키는 데 노동자 투쟁이 핵심적으로 기여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노동자 투쟁은 박근혜 퇴진을 실현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동력이다. 노동계급은 자본주의 이윤에 타격을 가할 고유한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정부와 사용자들을 더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고 세력 관계를 바꿔 놓을 수 있다. 따라서 철도 파업을 계속 이어가고, 기아자동차에서도 비정규직 조건 악화 공격과 정규직 조건 압박에 맞선 파업을 확대하는 것이 박근혜 퇴진 운동에도 이롭다. 지금 노동자 투쟁을 벌이는 것 그 자체로 퇴진 운동과 긴밀한 연관을 맺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박근혜 “하야”를 재차 확인한 민주노총이(민주노총은 2013년 철도 파업을 경찰 폭력으로 공격한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퇴진을 공식 결정했다) 이를 위한 총파업을 즉각 선언·집행한다면, 노동자들뿐 아니라 박근혜 퇴진을 열망한 수많은 사람들이 열렬히 호응할 것이다.

민주노총과 산별·연맹 지도부는 박근혜 퇴진 운동이 시작되는 바로 지금, 조직 노동자들의 힘을 보여 줘야 한다.

마침 ‘민주노총 총파업 성사와 박근혜 정부 퇴진을 위한 노동자 서명’도 시작됐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선언해 박근혜 정권 퇴진 투쟁을 확산하고, 공공부문 성과연봉제를 비롯한 노동 개악을 저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