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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부패 정권:
‘최순실 게이트’는 ‘박근혜 게이트’로 가는 문

대중은 “퇴진이 사과”라고 외친다. ⓒ청와대

박근혜 정부의 추악한 실체가 까발려지고 있다. ‘처음에는 어디까지 팔 수 있을까 했는데 이제는 이렇게까지 파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 기자들 사이에서 나올 정도다.

이 얽히고설킨 더러운 부패 사슬의 핵심에 박근혜가 있음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전방위적으로 폭로된 사실들을 종합해 볼 때, 박근혜는 권력을 독점하고 이를 마치 개인 재산처럼 여기고 사용하려 했다. 연설문 따위에 최측근 머리를 빌린 것은 일도 아닌 것이다.

박근혜는 의심증 때문에 최순실 자매와 그 가족, 김기춘 같은 유신체제 하 중앙정보부 공안검사 출신 같은 인물들만 믿을 수 있었던 것 같다. 7인회니 십상시니 하는 비선실세 의혹이 취임 초부터 끊이지 않았다. 국가권력을 사유화해 자기가 믿는 사람들과만 달콤한 특혜를 누리려 한 것이다.

박근혜는 이 부패 고리에서 단지 관망이 아니라 플레이어 노릇도 했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을 위한 모금을 박근혜가 직접 재벌 회장에게 요구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제는 전경련 부회장 이승철도 청와대의 지시였다고 밝혔다. 모금 주역인 안종범이 증거 인멸을 시도한 사실도 드러났다.

청와대 기밀 문서들이 밖으로 유출된 것도 민정수석 우병우, 문고리 3인방 정호성 등이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가능하다는 분석들도 나왔다. 박근혜의 지시나 교사가 아니고 이것이 가능할까?

박근혜와 최순실(과 그 가족들)의 40년간의 특별한 관계를 볼 때, 이런 부정 축재는 박근혜의 재산관리인(집사)인 최순실이 박근혜 퇴임 후를 대비해 작업해 놓은 것일 공산이 크다. 이 과정에서 최순실(과 그 자매)이 개인적으로도 재산을 챙긴 것은 일종의 수고비 조였을 것이다.

실제로 최순실의 최측근인 고영태는 검찰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최순실이 두 재단 일을 챙기면서 박근혜에게 재단 운영과 관련된 내용을 보고하고 보고서를 보내는 것을 봤다.” 최순실 자신은 주변에 이렇게 말했다. “언니[박근혜] 옆에서 의리를 지키고 있으니까 내가 이만큼 받고 있잖아.”

‘창조경제’

박근혜를 정점으로, 최순실을 고리로 연결된 부패 네트워크는 (박근혜가 취임 초부터 강조한) 창조경제를 이용해 체육계와 문화계에서 각종 이권 사업을 독식하고 돈을 모았다.

이들에게는 (애초에 새누리당이 땅투기, 건설사업 등 다목적으로 추진한) 평창올림픽이 부정 축재의 호재로 보였을 것이고, 한류에 편승한 문화 사업들도 기회로 보였을 것이다.

최순실과 정유라는 강원도 평창에 토지 7만 평을 소유하고 있고, 전 남편 정윤회도 인천공항과 서울에서 평창으로 가는 길목인 횡성군에 수만 평 땅을 갖고 있다. 최순실의 측근 차은택의 유관회사인 광고영상회사는 평창올림픽 경기장 내 LED프로젝트를 따내어 수십억 원을 챙겼다.

최순실의 조카인 장시호(개명 전 장유진)도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와 마찬가지로 승마 특기생으로 연세대학교에 입학한 뒤 출석도 제대로 않고 졸업했다는 소문이 파다한 자다. 그가 사무총장으로 있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는 설립한 지 6개월도 안 돼 정부와 삼성으로부터 모두 14억 원을 지원받았다.

정부 예산에서 문화창조융합사업 등 관련 예산만도 1조 원으로 추정된다. 개념도 모호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에 1천2백78억 원이 배정됐다. 차은택과 CJ E&M 등이 이 예산의 특혜를 받았다는 게 밝혀지고 있다.

지난해 2월 박근혜는 삼성 이재용, 현대차 정의선, LG그룹 구본무 등을 청와대로 불러 문화체육 부문 투자 활성화와 평창 올림픽 지원을 요청했다. 박근혜는 이후에도 “문화 융성”을 강조하며 기업들에게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박근혜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의 비리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온 뒤에도 기업들의 문화체육 지원을 칭찬해, 사실상 수사하지 말 것을 강력히 암시했다.

정경유착: 기업들도 부패 공범

대기업들은 단순히 “발목을 비틀어” 갈취당한 피해자가 아니다. 그들도 부패 사슬의 일부이자 또 다른 수혜자이다. 기업인들은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순실을 찾아내어 여러 특혜와 뇌물을 제공하면서 박근혜의 환심을 사고 정부를 통한 특혜를 누리려 한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법인세 인상에는 거품 물고 반대하던 대기업들이 박근혜 정권에는 수억에서 수백억 원을 갖다 바쳤다.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을 악화시키는 노동개악을 박근혜가 추진하는 것에 대한 답례이자 격려금이었을 것이다.

삼성그룹은 2백억 원을 냈다. 이재용 경영권 세습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핵심이었는데 국민연금의 찬성표가 결정적 구실을 했다. 삼성은 장시호 법인에 5억 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박근혜가 어떻게든 통과시키려 해 온 의료 민영화는 삼성이 사운을 거는 영역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6월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과 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 올해 한화디펜스를 인수하면서 방위산업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 분야는 당연히 국가기관과의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 한화그룹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총 25억 원을 냈다. 김승연이 집행유예로 석방은 됐지만 이후 특별사면에는 포함되지 못한 것은 액수가 적어서일까?

한화와 삼성은 차례로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으며 정유라 키우기에 일조했다.

CJ의 이재현은 올해 재벌 총수 중 유일하게 광복절 특사에 포함됐고 CJ는 차은택이 주도한 K컬처밸리 사업을 맡아 헐값에 토지공급계약을 맺는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SK는 계열사 등을 합쳐 두 재단에 1백11억 원을 냈다. 최태원이 특별사면된 지 불과 두 달 후에 일어난 일이다. SK는 올해 박근혜의 이란 방문 당시 사절단으로 동행하기도 했다.

세종시 고속도로 사업을 따내고, 박근혜 이란 방문 이후 관련 사업을 따낸 대림산업도 정권과의 유착으로 특혜를 챙긴 걸로 보인다. 대림산업은 미르재단이 비리 의혹을 받은 후 교체된 이사진에 대림산업 상무가 포함되는 등 끈끈한 관계이다.

민영화됐지만 여전히 사장 임명에 정부의 입김이 큰 사실상의 국가기관인 포스코와 KT도 기금 마련(각각 30억 원, 11억 원)에 적극 협조했다.

롯데에 추가로 70억 원을 받았다가 검찰 조사가 시작되자 이 돈을 돌려줬다는 정황은 이 돈들이 시커먼 돈임을 보여 준다.

자본축적 경쟁이 동력인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본가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적, 제도적 발판을 만들려고도 경쟁해야 한다. 당연히 의회와 국가 관료들과 끈끈한 관계를 맺는 일에서도 경쟁해야 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부패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새누리당도 공범이다

새누리당도 더러운 커넥션의 중요한 일부다.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캠프의 핵심이던 이재오는 “최순실의 수백억 원대 부동산의 실제 주인을 밝히라”고 박근혜를 공격했다. 당시 한나라당 경선 TV토론을 보면, 패널이 박근혜에게 꼼꼼하게 최태민 일가와의 유착 의혹을 질문한다. 전 당대표 김무성조차 “최순실을 몰랐다면 거짓말”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박근혜의 추악한 실체를 훤히 알면서도 이들은 모두 우파 정권 재창출과 개인적 출세와 축재를 위해 기꺼이 일치단결했던 것이다.

박근혜는 어쩌다 완전 코너에 몰리게 됐나

(이 절은 최일붕의 기사 ‘박근혜 정부가 직면한 주요한 모순들’과 연결시켜 읽으면 더욱 유용하다.)

박근혜 정부의 소임은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에게 떠넘겨 자본가 계급의 이윤을 보호해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강성 우파들을 주위에 포진시켰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유신 스타일의 통치를 구사했다.

그러나 전통적 우파 지배자들이라는 인적 기반은 취임 초부터 부패 문제로 정권이 어려움을 겪게 했다. 장관 내정자들이 부패 혐의로 줄줄이 낙마한 것이다.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은 비선실세설이 있던 김기춘을 비서실장에 앉혀 정면 대응했다.

또, 미·중 간 제국주의적 갈등 고조로 동아시아 불안정이 심화되는 것도 박근혜에게는 커다란 모순을 안겨 줬다. 결정적으로 박근혜가 연설문 청탁으로도 해결할 수 없었던 것은 경제 살리기였다. 한국 경제 상황은 박근혜 정부 내내 나빠졌다.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지배자들 사이에 암투가 벌어진 배경이 됐다.

그 과정에서 성완종 리스트나 대우조선 분식회계 관련 부패들이 드러났고, 기업주들 일부의 불만을 보여 줬다. 결국 조금씩 박근혜의 내밀한 부패들이 폭로되기 시작했고, 노동자 운동이 이런 배경 속에서 투쟁을 이어간 것이 박근혜의 총선 참패와 레임덕을 끌어냈다.

그 결과, 한때 “형광등 1백 개 아우라” 운운하던 〈TV조선〉이 박근혜 폭로 경쟁의 선두에 서 있다. 노동자 운동은 대중적 분노와 지배자들의 분열을 이용해 퇴진 운동에 실질적 힘을 부여해야 한다. 생산을 멈춰 이윤에 타격을 가하는 노동계급 고유한 방법으로 거리 시위와 만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이명박이 국가 재산을 빼먹는 데 관심이 있었다면, 박근혜는 나라를 자기 재산처럼 생각한 것 같다. ⓒ이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