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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삼성전자 압수수색과 ‘반올림’의 삼성 규탄 시위:
직업병 피해자 외면하며 최순실에게 돈 바친 삼성

삼성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뇌종양 등 직업병 피해자는 2백 명이 넘는다. ⓒ이윤선

11월 8일 새벽 검찰이 삼성전자 서초 사옥을 압수수색했다. 수사 대상은 대외협력실과 사장 박상진의 집무실이었다. 2008년 삼성특검 이후 8년 만의 일이다.

최순실과 관계된 23억 원을 조사하기 위한 압수수색이었다. 그러나 검찰 압수수색일 기준으로 최순실과만 관계된 부패 행위가 드러난 것만 해도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2백4억 원, 정유라 말 선물 10억 원, 최순실 독일 기업 ‘비덱스포츠’ 35억 원, 승마협회 삼성 임원 파견 연간 13억 원 지원, 장시호 관련 법인 5억 원, 삼성 협력사의 독일 승마 경기장 구입 28억 원 등이다. 최순실 독일 기업 ‘비덱스포츠’에 월 10억 원을 지원한 의혹도 있다. 23억 원으로 꼬리만 자르려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런 뇌물 제공으로 삼성이 얻은 것은 직업병 증거 은폐 방조, 노조 파괴 협조, 이재용 권력 승계 찬성, 각종 감세·특혜, 규제 완화, 노동법 개악, 노동자 탄압 종합선물세트였다.

삼성은 직업병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보상하기는커녕 정상적 산재 인정마저 방해해 왔다. 산재를 인정받으려면 피해자나 유족이 관련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삼성은 공장에서 쓰이는 화학물질들의 이름과 성분을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안전보호구 현황마저 영업비밀이라며 감췄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무슨 유해물질에 노출되는지도 전혀 알지 못한 채 죽어 갔는데 말이다.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두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거나, 온몸이 마비되거나, 이틀에 한 번씩 투석을 하거나, 혼자서는 밥도 먹을 수 없는 장애에 시달리는 피해자가 너무 많다. 병든 몸으로는 일을 할 수 없어서 기초생활 수급자가 돼 가난과 병마의 고통에 시달리는 피해자도 너무 많다.

그러는 동안 권력에 가까운 자들에게는 끝도 없이 뇌물을 건넸다니, 너무도 분노스럽다. 수백억 원에 이르는 불법 로비 자금은 삼성 노동자들의 목숨과 피의 대가이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반올림)이 검찰의 압수수색이 벌어지는 삼성 본관 앞 인도에서 팻말 시위를 하자 삼성 측 경호원들은 집시법 운운하며 신경질을 부렸다. 경찰은 불법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협박하고 채증까지 했다.

검찰이나 경찰 같은 국가기구는 평상시 노동자·민중에게는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며 법을 지키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자본가들을 대할 때는 한없이 관대하다. 이들이 누구의 이익에 복무하는지는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