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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파업:
꾀죄죄한 민주당 중재안 거부하자

철도 파업이 50일 넘게 지속되고 있다.

들끓는 퇴진 압박을 받는 속에서도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시행은 기어코 밀어붙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태도다.

11월 15일 국토부장관 강호인은 ‘철도파업 관련 관계부처 합동 담화문’에서 “고액 연봉자들의 무책임한 집단행동”, “명분 없는 불법 파업” 운운하며 철도 파업을 비난했다. “성과연봉제가 안정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계기”라는 거짓말도 빼놓지 않았다.

11월 12일 박근혜 퇴진 1백만 집회에 참가한 철도 노동자들. ⓒ조승진

박근혜와 기업들이 뇌물과 특혜로 서로의 뒤를 봐주며 힘 모아 추진한 것이 성과연봉제 등 노동개악임이 만천하에 드러난 상황에서, 이런 거짓말을 믿을 사람은 없다.

무엇보다 이 주장은 50일 넘게 파업을 하며 싸우고 있는 철도 노동자들을 완전히 멍텅구리 취급하는 것이다. 정부가 더 좋은 임금 체계를 선물하는데도 싫다고 파업을 한다고 주장하는 꼴이니 말이다.

게다가 국토부 장관은 철도 공사의 자회사 분리를 앞당기고 순환 근무 등 탄력적 인력 운영, 역 무인화 등도 확대해 가겠다고 협박했다. 분할 민영화 수순을 계속 밟겠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노동부 장관 이기권도 노동개악을 계속 추진해 가겠다고 밝혔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박근혜가 권력을 전혀 내놓지 않겠다며 기를 쓰고 ‘반격’에 나선 시기와 일치한다. 박근혜는 대기업을 비롯한 자본가들의 지지마저 흔들리면 버티기 어렵다는 점을 알기에, 노동개악 같은 핵심적인 정책을 여전히 추진해 갈 수 있음을 보여 주려는 것이다. 박근혜 퇴진과 그가 추진한 온갖 개악 정책들을 폐기시키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성과연봉제를 저지하고 박근혜를 물러나게 하려면 더 힘껏 싸워야 한다. 철도 노동자뿐 아니라 더 많은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11월 16일 민주당 의원들이 노·사·정에게 중재안을 제시했다. 중재안의 내용은 ▲정부와 철도공사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예정인 성과연봉제와 임금 등 페널티 시행을 내년 2월까지 한시적 유보, ▲노조는 파업중단, ▲성과연봉제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에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해 내년 2월까지 합의 도출 등 3개 항목이다.

간단히 말해 이 중재안이 보장하는 것은 노조가 파업을 중단하면 성과연봉제 시행을 2월 말까지 유보한다는 것이다. 그 이후에 대해서는 전혀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중재안에 대해 “이러려고 내가 파업했나” 하고 기도 안 찬다는 반응이다.

이런 고약한 안을 내놓은 민주당은 지금 박근혜 퇴진 운동에서도 비슷한 구실을 하고 있다. 거리에서 1백만 명이 퇴진을 요구한 후에야 퇴진 당론을 내놓을 정도로 꾀죄죄할 뿐 아니라 지금도 특검과 국정조사나 추진하며 즉각적인 퇴진 요구에 물타기를 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의 중재안에 휘둘리지 말고 굳건하게 파업을 지속해야 한다.

게다가 이런 보잘것없는 중재안에 대해서도 정부와 철도공사는 수용할 의사가 없는 듯하다. 현재까지 정부와 철도공사는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직 공식 거절 의사는 표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의구심

이런 상황에서 철도노조 김영훈 위원장이 “의회가 중재에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국회의 중재를 존중하고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적절치 않다. 노조 집행부는 중재안 자체를 수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노조가 발표한 성명에는 중재안의 내용에 대한 비판은 한 마디도 없다. 그래서 노조 집행부가 이 중재안을 수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하다.

집행부가 이런 모호한 입장으로 민주당의 중재에 계속 문을 열어 두는 것은 결코 이롭지 않다. 그 사이에 ‘고작 이 정도의 합의를 위해 최장기간 파업을 지속했나’ 하는 회의만 키워 투쟁 대열의 사기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국회 논의 시한이 2월 말 이후에 추가로 3개월 정도는 연장될 수도 있다며 기대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이는 보장된 일도 아니다. 무엇보다 성과연봉제에 대한 입장이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국회 논의기구에서 성과연봉제 (사실상) 폐기라는 합의를 이끌어 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많은 철도 노동자들이 2013년 파업 이후, 철도 민영화를 다룬 국회 소위가 성과는커녕 오히려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여야가 합의한 보고서로 마무리된 것을 불쾌하게 떠올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철도 노동자들은 3일 만에 1백억 원의 ‘투쟁 채권 모금’에 동참할 정도로 여전히 투지가 상당하다. 사업장에 남아 근무를 하는 필공 조합원들도 이 모금에 적극 참가했다.

파업 노동자들은 온갖 집회, 거리 홍보전, 사업장 내 집회 등에 헌신적으로 참여했고 파업 참가율도 여전히 높다.

특히 박근혜 퇴진 운동이 솟구치자 노동자들의 자신감도 한층 높아졌다. 박근혜 정부에 맞서 투쟁해 온 철도 노동자들이 이 운동의 길을 닦았다는 자부심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현재와 같은 필공 파업 전술에서 투쟁 수위를 높여 전면파업을 추진해 봄 직하다. 불법 파업과 상당한 처벌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는 위험이 따르지만, 이런 위기 속에서도 물러서지 않은 정부를 압박하려면 장기 파업을 고수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크다. 지금은 더 단호한 대응으로 정부와 사측을 압박해야 한다.

지금 철도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투지, 철도 파업에 대한 상당한 지지를 감안하면, 활동가들이 이를 위한 논의와 준비를 해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전면파업이 추진된다면, 철도 파업에 투쟁 기금뿐 아니라 연대 파업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공공부문 활동가들의 주장도 더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