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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총학생회 선거:
시흥캠퍼스 철회 투쟁을 이어나갈 ‘U’ 선본의 당선을 바란다

12월 1일부터 임기가 시작하는 59대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가 진행 중이다. 내일(23일)이면 연장투표까지 종료되고 당선자가 나올 듯하다.

이번 선거는 서울대 본부의 비민주적·친기업적 시흥캠퍼스 추진에 맞서 학생들이 본부를 점거하고 있는 상황에서 치러지고 있다.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는 이번 점거 농성은 10월 10일 학생총회 의결로 시작해 11월 22일 현재 44일에 이르고 있다.

당초 이번 선거에는 세 선본이 출마했다. 현 총학생회의 부총학생회장이 정후보로 출마한 ‘닿음’ 선본, 현 농생대 학생회장이 정후보로 출마하고 민중연합당 경향인 부후보가 연합해 출마한 ‘U’ 선본, 그리고 정·부후보 모두 변혁당 경향인 ‘더:하다’ 선본이었다.

이 중 ‘더:하다’ 선본은 “시흥캠퍼스 투쟁 승리”를 전면에 내걸고 선거운동을 벌여 점거 농성 참가자들과 학생들의 지지를 적잖이 받았다. 그런데 지난 11일 ‘더:하다’ 선본은 부후보가 선거 운동 기간 중 여성 지인의 SNS로 저열한 야한 말을 게시한 것이 문제가 돼 중도 사퇴했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는 ‘닿음’과 ‘U’ 선본 간의 경선으로 치러지고 있고, 어느 쪽이 당선할 지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시흥캠퍼스 추진에 맞선 점거 농성을 책임 있게 이어갈 선본이 이번 선거에서 당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험천만한 길로 이끌 ‘닿음’ 선본

‘닿음’ 선본은 대놓고 시흥캠퍼스를 반대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흥캠퍼스는 대학 본부의 돈벌이 외에 이렇다 할 계획이 하나도 없어 분명 잘못됐지만, “계획이 부족하기에 … 반대할 근거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학생총회에서 실시협약 철회 요구에 찬성표를 던진 학생 1천5백여 명이 시흥캠퍼스에 ‘근거 없이’ 반대했다는 말이다. 고약한 엘리트주의자가 아니고서야, 학우들의 무거운 결정을 이렇게나 깎아 내릴 수 있을까?

학생들이 시흥캠퍼스에 반대하는 데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성공적인 신도시 개발 외엔 안중에도 없는 시흥시 정치권과 건설사, 그리고 학벌 프리미엄을 팔아 공짜로 땅을 받고 돈을 벌어 보려는 서울대 당국 사이 이권 거래의 결과로 시흥캠퍼스에 학생 수천 명이 이전하기로 했는데, 별 합당한 이유도 없이 졸지에 시흥시로 통학하게 될 학생들로서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20만 평이나 되는 제2캠퍼스를 운영하려면 엄청난 돈이 든다. 그런데 시흥캠퍼스는 신도시 개발 비용으로 초기 건설비를 마련한다는 것 외에 이후 재정 조달 계획이 하나도 없다. 학교는 이를 “제대로 된 산학협력”으로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학문을 기업의 필요에 종속시키는 산학협력 강화 자체가 문제다. 2014년 준공된 서울대 평창캠퍼스는 학교 당국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기업이 겨우 몇 개만 들어왔고, 결국 학교 재정만 축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대학의 운영을 시장에 맡길 때 재정이 매우 불안정해져, 결국 학생들의 등록금을 인상하거나 비용 절감을 위해 기숙사, 매점 등을 외주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 ‘닿음’ 선본은 자신이 당선하면 더 이상 “실시 협약 철회”를 요구하지 않고, 시흥캠퍼스는 용인하되 그 세부 조건들에 관한 본부의 ‘약속’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들이 없을 것이라는 본부의 ‘약속’만 받아내면 “승리를 선언”하자고 제안한다. 이들이 학교 당국에 약속을 받아내자고 하는 요구들은 연세대 송도캠퍼스와 같은 의무기숙 제도를 시행하지 않을 것, 등록금과 학내 물가의 인상을 막을 것, (산학협력으로 인한) 연구의 자율성 침해와 기초 학문의 축소를 막을 것, 그리고 이러한 사항이 이행될 수 있도록 시흥캠퍼스 추진위에 (본부와) “동등한 수준의 의결권”을 보장할 것 등이다.

그러나 애초에 이 모든 조건들이 동시에 충족하는 것은 시흥캠퍼스 설립 추진과 양립할 수 없다. 총 사업비 1조 8천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가 들어가는 거대한 캠퍼스 사업에 등록금도, 외부 상업시설·기업에의 임대료도, 산학협력을 통한 수익금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대체 어떻게 운영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불과 몇 년 전 국가로부터 ‘자율적’으로 재원을 확보하겠다며 법인화까지 한 마당에 말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불편을 전혀 겪지 않고 시흥캠퍼스를 지을 수 있다는 것은 공상에 가깝다.

총학생회가 시흥캠퍼스 설립을 전제로 하는 요구사항을 전달하면 본부는 이 중 몇 가지를 겉치레로 ‘약속’해 줄 순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흥캠퍼스를 용인하는 한, 본부가 하는 이런저런 ‘약속’은 믿을 수 없다. 시흥캠퍼스를 일단 추진하기 위해 허울뿐인 약속 몇 개를 해 주는 것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본부는 이미 학생총회 이전부터 “등록금 인상으로 시흥캠퍼스 짓는다고 하면 누가 동의하겠냐”고 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은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또한 2013년 오연천 전 총장이 국정감사에서 직접 “1학년 신입생의 의무기숙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습니다”라고 답변했고, 올해도 본부가 4월과 5월 두 번에 걸쳐 의무기숙은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 약속했지만, 사실 총장이 참가한 회의와 교무처에서는 단계적 실시를 꾀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11월 8일, 15일자 〈서울대저널〉 보도) 이는 ‘닿음’ 선본이 이야기하는 ‘약속’을 받아내더라도 손바닥 뒤집듯 뒤집힐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학생총회의 결정을 이행하겠다는 ‘U’ 선본

반면 ‘U’ 선본은 ‘닿음’의 노선을 비판하며 “실시협약 철회 기조를 계속해서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시흥캠퍼스 건립을 전제한 상태로 시흥캠퍼스 추진위에서 ‘동등한 수준의 의결권’ 보장을 요구하자는 것은 이미 서울대 학생들이 여러 차례 기각한 바 있다.

올해 7월 1일 총학생회가 실시한 총조사에서 “시흥캠퍼스 전면 철회”(63.2퍼센트, 3천93명 지지) 안이 채택될 때, ‘닿음’ 선본의 정후보가 당시 부총학생회장으로서 제출한 ‘동등한 수준의 학생 의결권 요구’ 안은 소수의 지지만을 받았다. 최고의결기구인 학생총회에서도 이 같은 안은 부결됐다.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은 학생총회의 결정을 이행해야 할 책무가 있다. ‘닿음’ 선본은 정후보가 학생총회 당시 부총학생회장이었음에도, 총회 결과를 대놓고 배반하겠다고 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U’ 선본이 후보자로서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한다”라는 총회 결정을 옹호한 것은 옳다.

또한 ‘U’ 선본은 학생총회를 뛰어넘는 의사결정구조를 통해 결정하지 않는 이상 본부 점거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며, “3월까지는 본부 점거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 분명하게 약속했다.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이 철회될 때까지 본부 점거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것은 옳은 자세다.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라는 쉽지 않은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본부 점거를 끈기 있게 이어갈 필요가 있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끈질긴 본관 점거 농성과 커다란 정치적 압력으로 최경희 총장을 사퇴시키는 데도 무려 86일이 걸렸다.

이러한 점들을 봤을 때 이번 59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U’ 선본이 당선하는 것이 점거 투쟁의 승리에도, 서울대 학생들의 권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U’ 선본을 지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