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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등학생이 본 백남기 농민 사건

경찰의 살인적인 물대포를 맞고 사경을 헤매다 3백17일 만에 운명을 달리한 고 백남기 농민. ⓒ조승진

내가 이 사건을 봤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난 사람이 있다. 바로 나의 엄마다.

엄마는 자랑스러운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로 해마다 열리는 시위에도 참가하고, 여러 잘못된 문제들을 막기 위해 다양한 곳을 누비며 목소리를 내는 분이시다.

그전에 나는 내심 엄마가 그런 활동에 참가하지 않기를 바랐었다. 이번 사건처럼 시위에서 경찰과 충돌해 다치게 될까봐 마냥 걱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생각은 다르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고 결단력 있게 나서는 엄마가 존경스럽다.

고 백남기 할아버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농민으로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시위에 참가한 것인데, 국가는 그 숭고한 희생정신을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로 날려 버렸다. 나는 그것에 휘몰아치는 분노와 원통함을 느꼈다.

시위대에게 사용한 물대포는 20~30대 청년이 맞아도 비틀거리고 쓰러질 만한 위력을 가진 ‘무기’였다. 국민들의 입을 닥치게 하려고 ‘무기’를 휘두른 것이다. 국가가 국민을 개보다 더 못한 존재로 아는 것 아닌가.

다행히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국가가 잘못 처신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경찰 측은 지금까지도 사과를 안 하고 있다.

그들은 아마 이 사건이 정말 자신들의 잘못으로 밝혀질 경우 드러나는 죗값이 무서운 것일 게다. 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심리인가? 사람이 죽었다.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남편이 목소리를 내다 죽음을 맞았다.

그런데도 이들은 자신들의 이기적인 속셈으로 사건을 매도하면서 국민을 바보 취급하고 있다.

또, 이런 사태가 벌어질 때까지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모든 국민을 원통함에 빠져들게 한 대통령은 마땅한 죗값을 받아야 한다.

대통령은 그저 예쁜 옷을 입고 TV에 나와 입만 나불거린다고 되는 사람이 아니다.

지금까지 많은 국민의 희생과 피눈물로 조금씩 나아진 이 나라가 더는 망가지지 않고, 국민이 비로소 왕이 되는 그런 나라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