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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합의, 사드 배치 결정, 한일군사협정:
박근혜의 친일·친미 3단뛰기, 무효다!

11월 23일 결국 한국과 일본 간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이하 ‘한일군사협정’)이 체결·발효됐다. 국무회의 의결도 체결 조인도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우파에게 자신의 존재 필요성을 증명이라도 하듯, 박근혜는 초고속 밀실 처리로 한일군사협정 체결을 강행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을 종합하면, 그동안 한·일 ‘위안부’ 합의, 사드 배치 결정, 한일군사협정 재추진은 모두 박근혜가 강력하게 밀어붙인 게 분명하다. 11월 17일 〈한겨레〉는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한일군사협정 재추진은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일군사동맹의 시작 역사에 길이 남을 배신이자 아시아를 더 위험하게 할 것이다. ⓒ출처 국방부

한일군사협정에 대한 들끓는 반대 목소리에 박근혜가 내놓은 답변은 이렇다. “국가 간에 이뤄지는 통상적인 협정.”

그러나 이 협정에는 세 가지 중대한 위험성이 있다.

첫째, 이 협정으로 미·일 군사동맹이 중국과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더욱 압박해 동북아시아가 더 위험해진다.

이 협정은 사드 배치의 마지막 구성물이다. 협정문을 보면, 한·일 간에 “구두, 영상, 전자, 자기 또는 문서의 형태이거나 장비 또는 기술의 형태”의 정보가 공유된다. 거기에는 당연히 일본 교토와 한국의 X 밴더 레이더(사드 레이더)를 통해 감식된 정보도 포함된다. 북한뿐 아니라 중국·러시아의 미사일 정보도 포함될 것이다.

사드 배치 일정을 앞당기면서 미국은 한일군사협정이 하루라도 빨리 조인되기를 원했다. 한국과 일본의 군사 정보를 신속하게 수집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개 없이 한국과 일본이 직접 군사 정보를 교류할 수 있게 되면서, 한국 이지스함과 일본 이지스함이 한반도 주변에서 위치를 분담해 감시·경계에 나설 것이다. 이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한 한·일 연합군사훈련도 벌어질 테다.

둘째, 한·미·일은 이 협정으로, 군비 증강의 핑계거리인 북한을 군사·정치적으로 더욱 압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는 일본 정찰위성과 해상초계기 전력이 수집하는 정보를 한국이 공유한다며 이 협정을 지지하고 나섰다.

일본 아베 정부는 한국 정보기관이 수집한 북한 관료 동향 등 인물에 관한 포괄적 정보들을 얻는 데 특히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그래서 일본은 이 협정을 ‘일한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이라고 부른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정보 공유 대상은 국방 비밀 전반이 포함되기 때문에, 핵과 미사일에 국한하지 않고 북한의 군사 동향 전반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11월 16일치)

한·미·일이 ‘북한 인권’ 문제 등 대북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일 각종 근거들을 수집하는 데서도 한일군사협정은 유용한 구실을 할 것이다.

국방부 밀실 합의에 항의해 카메라를 내려놓고 취재를 거부하는 사진기자들 ⓒ제공 사진기자협회

셋째, 한일군사협정으로 일본이 보유한 최신 무기체계를 도입할 수 있게 돼 한국 정부는 군비 증강에 더 많은 돈을 퍼부을 것이다. 본지가 지적했듯이(184, 186호), 이 협정은 미국과 일본이 공동 개발·생산한 SM-3 요격 미사일을 한국에 이전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무기를 공동 개발하고 생산할 가능성까지도 열어 놓게 될 것이다.

한일군사협정 체결은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라도 박근혜를 하루 빨리 퇴진시켜야 함을 보여 준다. ‘위안부’ 합의, 사드 배치 결정, 한일군사협정 등은 모두 폐기돼야 한다.


머뭇거리는 주류 야당들

한일군사협정은 반드시 파기돼야 한다. 협정문에는 ‘협정 파기 및 자동 연장’ 관련 조항이 있다. 이에 따르면, 일방이 협정을 종료하겠다는 파기 의사를 밝히면 내년에 협정은 연장되지 않고 파기된다. 이 외에도 협정의 효력을 정지하고 폐지할 방법은 더 있다.

그런데 주류 야당들은 협정 폐기에 정면으로 나서지 않고 대중의 눈치만 슬금슬금 보고 있다. 11월 22일 ‘국무회의 의결 규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한일군사협정 반대를 머뭇거린다’고 인정했다.

게다가 민주당은 한일군사협정 체결을 문제 삼아 내놓은 야 3당의 국방장관 한민구 해임 건의안을 철회하자고 주장했다. 안보 쟁점을 앞세웠다가 보수층 반발 등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궁색한 논리로 말이다. 결국 야 3당 합의로 한민구 해임 건의안은 박근혜 탄핵 표결 이후에 논의하기로 스리슬쩍 미뤄졌다.(이런 데까지 정의당이 합의한 것은 유감이다.)

지금 박근혜 퇴진 운동이 분출한 배경에는, 한·일 ‘위안부’ 합의와 사드 배치 강행 등 친제국주의적 ‘외치’를 향한 반발도 있다. 그런데도 주류 야당들은 박근혜의 친제국주의 정책을 일관되게 반대하지 않고 좌고우면한다. 박근혜 퇴진 운동이 주류 야당들에 의존하지 말고 독립적으로 강화돼야 할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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