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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퇴각할 때가 아니다:
김영훈 위원장은 파업을 종료해서는 안 된다

이 글은 노동자연대가 11월 28일 발행한 리플릿에 실린 글이다.

지난 11월 21일 야3당 원내대표 공동 제안이 발표된 후, 철도 노동자들은 이 제안이 ‘파업 접고 빈손으로 복귀하라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런데 김영훈 위원장이 이 제안을 수용하려 한다는 것이 알려지자, 노동자들은 위원장이 파업 종료를 선언하지 못하도록 강한 압력을 가했다. 11월 22일 야당들의 제안에 대한 입장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확대쟁대위 회의에서 김영훈 위원장이 ‘파업 종료를 하려는 것이 아님’을 거듭 강조한 것도 이런 압력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과 며칠 만에 김영훈 위원장은 다시 파업 종료를 추진하고 나섰다.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말이다. 이는 확대쟁대위 때 확인된 다수의 지부장들과 현장 조합원들의 열망을 완전히 무시하는 매우 비민주적인 처사다.

설득력 없는 파업 종료 근거

김영훈 위원장은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되면 파업을 종료한다는 입장인데, 여기에 성과연봉제에 관한 내용은 포함조차 되지 않는다. 국회 국토위 산하 조사위원회(파업 과정 발생한 각종 안전사고 및 대체인력 문제, 교섭해태 등 장기파업 원인을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책임자를 문책) 구성과 철도공사 사측이 파업기간 공사가 일방적으로 개악한 각종 규정 및 통합사업소 신설 등을 철회한다는 합의가 그것이다. 노동자들이 지적하듯이, ‘파업 전 상태로 돌려 놓기’에도 미치지 못하는 내용인 것이다. 이를 위해 두 달이 넘게 지속한 파업을 종료하는 것은 매우 불충분하다. 사실상 파업 종료를 위한 명분으로 보인다.

김영훈 위원장이 파업 종료의 필요성으로 드는 근거는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에 유리한 조건 조성을 위해서다.

그러나 11월 22일 확대쟁대위 때 김영훈 위원장 자신이 가처분 소송 결과에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고 말한 것에 비춰 봐도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매우 불확실하고 가처분 승소 가능성도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위해 파업을 끝내자는 것도 전혀 설득력이 없다.

파업을 종료하는 것이 가처분 소송에도 유리하다는 근거도 없다. 무엇보다 이런 논리라면, 애초 파업을 시작할 이유도 없었다.

지금은 퇴각할 때가 아니다

김영훈 위원장은 박근혜가 거센 퇴진 압력에도 버티기에 들어갔고 성과연봉제 등 여러 정책도 고수한다는 입장이므로, 성과연봉제 폐기 강제는 "국정이 정상화 된" 뒤에나 가능하다고 말한다. 즉 사실상 박근혜 탄핵이 확정된 뒤 야당들의 도움을 받자는 것으로 “미래권력”을 믿고 퇴각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박근혜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정세는 아직 열려 있다. 불과 한 달 전에 박근혜 퇴진 운동이 이렇게 광범한 운동으로 분출할 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철도를 비롯한 여러 노동자들의 투쟁이 길을 닦아 온 덕에 현재의 광범한 퇴진 운동이 벌어질 수 있었다.

검찰이 박근혜를 범죄 피의자로 입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야당들을 박근혜 퇴진 당론으로 밀어붙인 것은 이 운동이 가한 효과였다.

이런 위기 때문에 심지어 새누리당 김무성이 박근혜 탄핵에 앞장선다고 말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를 떠받쳐 온 지배계급의 한 부분이 박근혜에게 등을 돌렸음을 의미한다.

26일 서울 도심 시위에 1백50만 명이 모인 것을 봐도 박근혜 퇴진 운동 기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임을 보여 줬다.

따라서 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대중 투쟁을 더 강화하면 성과연봉제 등의 정책들도 폐기하도록 만들 가능성도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퇴진 압력 속에 교육부도 국정 역사교과서 적용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고 말한 것이 한 사례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퇴진 운동의 핵심 부대인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을 접고 퇴각하는 것은 성과연봉제 저지를 쟁취하는 데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야당들이 철도 파업 종료를 거듭 종용하는 것도 집권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자신들이 노동자 투쟁을 컨트롤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 주려는 것이다. 야당 주도 하에 ‘국정이 정상화’된다고 해도 이들이 성과연봉제와 같은 사용자들의 숙원을 거부할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

지금 같은 유리한 조건을 이용해 투쟁할 기회를 버리고 수 개월 뒤 야당에 기대 보겠다는 김영훈 위원장의 구상은 훨씬 불투명하고 불리한 조건을 선택하는 것이다.

파업 중인 철도노동자들이 “박근혜 퇴진”과 “성과퇴출제 중단” 을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이미진

투쟁 구심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금 이 중요한 시점에서 김영훈 위원장이 파업을 종료해서는 안 된다.

옳게도 서울지방본부는 김영훈 위원장의 파업 종료에 반대하고 있다. 28일 새벽에는 일부 철도노동자들이 철도노조사무실 앞에서 파업 투쟁 유지를 요구하는 농성도 시작됐다. 여전히 파업을 지속해야 한다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높다.

따라서 파업 지속을 요구하는 서지본과 지부장들은 단호하게 김영훈 위원장의 파업 종료 시도에 반대하며 투쟁을 지속해 나갈 구심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