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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파업:
두 달 넘게 투혼을 발휘하는 철도 노동자들

철도 노동자들이 놀라운 투지를 발휘하며 두 달을 넘겨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파업이 시작될 때만 해도 정부는 노동자들이 이렇게 오래 버틸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기업 복지 삭감, 근속승진제 폐지, 임금피크제 도입 등 다른 공공기관 ‘정상화’ 공격은 이미 관철됐다.

그러나 정부의 오판이었다. 노동자들은 올해 4월 박근혜의 총선 참패를 보면서 서서히 자신감을 회복했고, 정부의 정치 위기가 깊어지던 9월 하순 파업에 돌입했다. 철도 노동자들은 우호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 굳건하게 파업을 지속했다.

박근혜 퇴진 운동이 성장하는 데도 기여한 철도 파업 11월 30일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에서 행진하는 철도 노동자들. ⓒ이미진

철도 파업은 다른 노동자들의 투쟁도 고무했다. 화물 노동자들이 정부의 화물 정책을 저지하고자 파업에 나서 물류 수송에 타격을 줬다.

철도 파업이 한 달을 경과하던 때 박근혜 퇴진 운동이 솟아올랐다. 10월 29일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대중 투쟁이 시작된 그날부터 철도 노동자들은 퇴진 운동의 핵심 부대 자리를 지켜 왔다. 덕분에 과거 어떤 파업보다 더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철도공사 사장 홍순만은 ‘정치 파업’이라고 비난했지만, 철도 노동자들은 이 비난을 자랑스러워 한다. “주말 백만, 이백만 촛불의 불씨를 간직한 것은 묵묵히 평일 촛불에 참여한 우리 철도 노동자들”이라며 “역대 어느 파업 투쟁보다도 자부심과 긍지”를 느낀다.

이기적?

철도 파업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이기적인 투쟁만 해 노동운동을 망치고 있다’는 주장이 완전히 틀렸음을 또다시 입증했다. 철도 노동자들이 임금과 노동조건을 지키고자 나선 투쟁이 박근혜 퇴진 운동이 솟아오르는 데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또, 노동자들은 투쟁 속에서 정치 의식도 발전시키고 있다.

노동자들이 자기 고유의 요구를 앞세우면 지지받을 수 없다는 주장도 틀렸음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현재 박근혜 퇴진 운동에서 성과연봉제 등 노동개악 반대는 큰 지지를 받는다.

노동운동 활동가들은 더 많은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내걸고 투쟁에 나서도록 조직해야 한다. 노동자 투쟁 확산은 철도 파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

현장 노동자들

무엇보다 이번 파업에서 현장 노동자들이 보여 준 투지는 매우 놀랍다.

노동자들은 야 3당이 요구한 파업 종료 종용에 거세게 반발했다. 서울차량, 성북승무, 서울기관차, 청량리차량 지부 등의 노동자 1백50여 명이 노조 사무실 앞에서 집회와 연좌를 하며 파업 지속을 촉구했고 대다수의 지부장도 이에 동조했다.

이 위기를 넘긴 후에도 지도부는 또다시 파업을 종료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사측과 정부의 강경 태도 때문에 또 실패했다. 노동자들은 불과 며칠 만에 다시 찾아온 파업 철회 위기에 맞서 파업 지속을 촉구했다. 두 번의 위기를 견뎌 내면서 노동자들은 파업 대오를 강력하게 유지하고 있다.

이후 파업 지속도 현장 노동자들의 투지를 얼마나 발휘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한 활동들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필공 파업을 고수해 파업의 효과가 상당히 줄어드는 불리함이 있지만, 효과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사측은 지난 두 달 동안 무리하게 끌어 온 KTX 운행률 1백 퍼센트를 12월 2일부터 9퍼센트가량 낮추기로 했다. 화물열차 운행률은 여전히 40퍼센트 수준에 머물고 있다. 화물열차 운행률 저하로 건설 현장 시멘트 수송이 타격을 입어 공사를 중단한 곳도 있다.

대체인력을 저지하거나 필공 근무자들도 파업에 동참시키는 등 파업 효과를 높이는 시도가 결합되면 좋을 것이다.

물론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을 지속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정부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상황이지만, 두 달 넘는 파업을 하면서 노동자들은 정부 정책 폐기가 만만찮은 일이 라고 느낀다.

그러나 (탄핵을 피하려는 꼼수지만) 박근혜가 물러나겠다는 말을 스스로 하게 만들 정도로 퇴진 운동이 성장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노동자들이 투쟁할 수 있다.

철도 활동가들은 이런 정세를 이용해 김영훈 위원장의 파업 종료 시도에 반대하며 투쟁을 지속해 나갈 구심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