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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반도체 평택공장 건설 현장에서 죽어 가는 노동자들

삼성반도체 평택공장 건설 현장에서 난 사고에 항의하며 플랜트건설노조 충남지부 노동자들이 서울 강남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제공 전국플랜트건설노조

11월 29일 삼성반도체 평택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플랜트건설 노동자 조성호 씨가 작업 중 가스에 질식돼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삼성반도체 평택공장은 삼성전자가 발주하고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시공을 맡고 있다.

사고를 당한 조성호 씨는 70센티미터 대형 배관 안쪽에 스펀지를 제거하려고 들어갔다가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이며 의식을 잃었다. 동료들이 쓰러진 조성호 씨를 급히 배관 밖으로 옮겨 심폐소생 응급처치를 했다. 그러나 제세동기가 작동하지 않아 시간이 지연됐다.

사고 당시 주변에는 노동자 13명이 일하고 있었지만, 반드시 있어야 할 안전 관리자는 없었고, 응급처치 장비 관리도 엉망이었다. 병원 후송도 119 구급차가 아닌 회사 소유 일반 승합차를 이용했다. 노동조합이 입수한 증언을 보면, 당일 소방서 119 구급차가 출동했으나 정문에서 차단돼 돌아갔다. 플랜트·조선소·건설 현장에서는 사고가 발생하면 119 구급차를 거부하고 기업들이 미리 지정한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산재보험료 인상이나 입찰 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고 지정병원을 통해 산재를 은폐한다는 의혹이 거듭 제기되는 이유다.

사고가 나자 원청과 하청업체는 조성호 씨가 산소 측정도 하지 않은 채 배관에 들어갔다며 책임을 떠넘기려 했다. 그러나 동료 노동자들은 사측이 산소 측정기를 지급한 일이 없다고 증언했다. 삼성은 사고 경위서와 사고 현장을 직접 확인하겠다는 가족들의 요구도 몇 차례나 묵살했다. 경찰은 사경을 헤매는 조성호 씨에게 지병이 없는지 검사해야 한다며 소변 검사와 혈액 검사를 요구했다. 사고 당시 조성호 씨 구조에 나선 다른 노동자도 가스에 질식됐으므로 사고 원인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지병’ 운운하는 것에 분노한 가족들은 검사를 거부했다.

결국 조성호 씨는 의식을 잃은 채 중환자실 병상에서 생사를 넘나들다 결국 일주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같은 현장에서 또 다른 노동자가 작업 중에 10층 높이에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이 노동자는 안전모·안전벨트를 착용했지만, 추락 방지를 위해 설치해야 하는 안전 그물망은 없었다.

최근 삼성반도체 평택공장 건설 현장에서는 산재사고가 끊임없이 벌어졌다. 8월에는 크레인 전복으로 기사가 목숨을 잃었다. 11월에만 해도 감전사, 골절과 인대 파열, 다발성 골절, 손가락 절단 등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는 원인으로 안전 관리 소홀과 함께 장시간 노동, 열악한 작업 환경을 지목한다. 삼성전자는 2017년 상반기에 공장을 가동시키겠다며 공사 기간을 무리하게 3개월이나 단축시켰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장시간 노동을 한다. 조성호 씨도 사고 이틀 전 페이스북에 장시간 노동이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작업 환경도 열악하기 짝이 없다. 삼성반도체 평택공장 건설 현장에는 노동자들 1만 5천여 명이 일하고 있는데 화장실과 휴게 시설이 턱 없이 부족하다. 탈의실조차 없어 노동자들은 숙소에서부터 안전 장비를 모두 입은 채 출근한다. 식당도 협소해서 땅바닥에서 식사한다. 점심 식사 후 휴식 시간에는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맨 바닥에서 추위를 달래기 위해 서로 몸을 붙인 채 누워서 휴식을 취한다. 이런 조건에서 누적된 피로는 현장 곳곳에 도사리는 위험을 피하는 데 어려움을 낳는다. 그럼에도 최근의 사고에서 드러났듯이 안전 관리자 부재, 고장 난 제세동기, 안전 그물망 미설치 등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조처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조성호 씨의 사고에 항의하며 플랜트건설노조 충남지부 노동자들이 서울 강남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시각에 이재용은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 청문회에 출석했다. 삼성이 미르žK스포츠재단에 2백억 원이 넘는 돈을 갖다 바쳤기 때문이다. 결국 건설 현장 노동자들의 목숨과 맞바꿔 긁어모은 돈이 박근혜와 최순실에게 건네진 것이다.

또한 청문회에서 이재용은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들의 책임을 추궁 당하자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 작업환경을 신경 쓰겠다' 하고 답했지만 새빨간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비록 박근혜가 탄핵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다고 해도 이재용 같은 기업주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며 악행을 계속할 것이다. 기업의 탐욕 때문에 노동자들이 다치고 목숨을 잃는 비극을 건설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중단시켜야 한다.

건설 노동자들이 노동자 사망 사고에 항의할 때 청문회에 참석해 피해자 행세를 한 박근혜 비리의 '또 하나의' 몸통 이재용. ⓒ이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