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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노믹스’, 미국 금리 인상, 그리고 세계경제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1퍼센트로 발표했는데, 이 수치는 연초에 비해 낮아진 것이다. 미국 대선으로 인한 정치 불안, 브렉시트의 여파, 선진국 경제의 장기 침체, 기업 부채 상승이 낳은 신흥 시장 불안을 그 이유로 꼽았다.

모리스 옵스펠드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회복세가 더딘 데다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선진국의 정책 불확실성과 정치적 긴장 등이 세계경제 전망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데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하자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이 형성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추세가 미칠 전 세계적 파장이 내년 경제를 좌우할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과연 트럼프노믹스가 선거 공약대로 미국 경제 성장률을 현재의 2퍼센트에서 4퍼센트로 끌어올리고 이것이 세계경제 회복을 이끄는 견인차 구실을 할 수 있을까?

△트럼프에게 미국 경제 위기는 독이 든 성배가 될 것이다. ⓒ그래픽 김준효

트럼프노믹스

아베노믹스와 마찬가지로, 트럼프노믹스도 신자유주의와 케인스주의의 조합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트럼프는 당선하면서 법인세와 소득세를 감면하고 금융과 노동시장의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해 기업주들에게 환대를 받았다. 또한 트럼프는 사회간접자본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때문에 로버트 스키델스키(케인스 전기(傳記)의 저자) 같은 케인스주의자는 트럼프노믹스에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JP모건의 경제학자들은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이 매년 2천억 달러에 지나지 않아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들의 추정에 따르면, 소득세 감면으로 2년 뒤인 2018년 말에 성장률이 0.4퍼센트 정도 높아질 뿐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 예측은 소득세 감면으로 기업 투자가 늘어나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트럼프가 내세운 사회간접자본 투자도 ‘소문난 잔치’에 지나지 않는다. 트럼프는 사회간접자본에 4년 동안 1조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하지만, 그 투자금은 대부분 공공 지출이 아니라 민간 기업에게서 조달할 계획이다. 트럼프가 소유한 부동산 기업이나 건설회사들은 큰 수익을 얻을 테지만, 민간 투자를 흡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는 큰 효과가 없을 것 같다.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공공 지출로 되더라도 성장률은 고작 0.2퍼센트 오를 것이라고 골드만삭스는 예측했다.

트럼프가 규제 완화, 세금 감면, 공공 지출 등으로 약속한 4퍼센트 성장을 달성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게다가 트럼프가 추진하려는 보호주의와 연준의 금리 인상 추세는 세계경제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다.

금리 인상

한편 2015년 12월에 한 차례 금리를 인상한 미국 연준은 올 12월에 또 한번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측된다. 2017년에도 기준금리는 두어 차례 더 인상될 전망이다.

2009년 경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4.25퍼센트에서 0퍼센트로 인하했고, 네 번의 양적완화로 시중에 많은 자금을 공급했다. 그런데 경제 위기가 발생한 지 8년이 지났지만 미국 경제는 경제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저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낮은 이윤율 때문에 시중의 풍부한 자금이 투자 증대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중에 풀린 돈은 부동산 쪽으로 흘러갔다. 그 결과, 부동산 부문이 경제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제는 금융자본의 수익성을 회복해 주고, 자산 거품을 진정시키려는 의도가 금리 인상의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연준은행장 존 윌리엄스는 주택 거품을 잡으려 금리를 올리는 것이 득보다는 실이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전 세계 유동 자본의 재편과 통화정책의 변경도 촉진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이탈리아의 불안정 때문에 유럽중앙은행은 내년 3월에 종료하기로 계획된 양적완화를 내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신흥국들은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이미 직격탄을 맞고 있다. 11월 한 달 동안 신흥국 주식펀드에서 73억 달러, 채권펀드에서 97억 달러가 빠져나가 순유출액은 20조 원에 이른다. 중국에서도 올해 수백조 원이 빠져나갔고 위안화 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내년에도 미국 금리 인상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신흥국에서는 자국 화폐 가치가 하락하면 그로 인해 더 많은 자금이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그 때문에 신흥국들은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압력을 받는다. 한국에서 금리 인상은 1천3백조 원 넘게 부채를 진 가계를 파탄으로 내몰고 그들에게 대출해 준 금융권을 부실하게 만들 것이다.

전 세계 차원에서도 가계·기업의 부채는 급속히 증가했다. IMF와 국제결제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 세계의 빚은 18경 원으로 세계 GDP의 2백25퍼센트에 이른다. 이 때문에 “돈의 향연이 끝나고 빚의 복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멕시코·터키·한국 등 신흥국 경제는 오랫동안 저성장을 거듭한 선진국 경제 때문에 내년에도 회복은커녕 또 다른 불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의 보호주의, 미국 금리 인상, 브렉시트에 이은 이탈리아의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신흥국 경제를 더 불안하게 만들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의 부패로 촉발된 정치적 불안정성은 한국 경제를 더 심각한 위기로 내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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