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예산안 경제 위기의 책임을 전가하는 내핍 강요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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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예산이 4백조 5천억 원으로 12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확정됐다.

정부는 “최대한 확장적”으로 내년 예산을 편성했다고 주장한다. 보수 언론들도 예산이 처음으로 4백조 원을 넘는 “슈퍼 예산”이고 경기 부양을 목표로 한 “확장적 재정 운용”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2017년 예산은 사실상 긴축 예산이다.

2017년 예산 총지출은 올해보다 3.7퍼센트(14조 1천억 원) 늘어났을 뿐이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에 견주면 고작 2조 원밖에 늘지 않았다. 내년 예산 증가율은 2011~15년의 4~5퍼센트보다 낮을 뿐 아니라, 정부가 제시한 내년 경상성장률 예상치 4.1퍼센트(실질성장률 3퍼센트 + 물가상승률 1.1퍼센트)보다도 낮다.

게다가 내년 예산 총수입은 4백14조 3천억 원으로 책정됐는데, 이는 올해보다 23조 원 늘어난 것이다. 즉, 예산 수입은 23조 원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지출은 14조 원만 늘린 것이다.

이러다 보니 2017년 복지예산은 1백29조 5천억 원으로 올해보다 고작 4.9퍼센트(6조 1천억 원) 올라 증가율이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중 보건복지부 예산은 기초연금·국민연금 등에 대한 의무 지원금 증가분을 빼면 실제 증가액은 1천62억 원밖에 안 된다.

게다가 의무 지원금 중 건강보험 지원 예산은 2천2백11억 원을 삭감하기까지 했다. 건강보험 보장률이 63퍼센트밖에 안 돼 많은 사람들이 의료비 부담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정부가 이를 지원해 보장성을 높이기는커녕 지원금을 삭감한 것이다. 건강보험 지원금이 삭감된 것은 정부가 건강보험을 지원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정부는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의 20퍼센트를 지원해야 하는데, 지난 5년간 법조차 어기면서 고작 15퍼센트 정도만 지원해 왔다. 그러다 기어이 2017년 예산에서는 지원금을 삭감했고, 국회에서도 삭감된 채 그대로 통과됐다.

이 외에도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예산은 2016년보다 26퍼센트(78억 원)나 줄었고, 송파 세 모녀 사건을 방지하는 긴급복지지원 예산도 1백억 원이 줄었다.

반면, ‘나라사랑교육’, ‘나라사랑정신계승발전’ 예산처럼 박근혜가 중시하는 ‘안보교육’ 예산은 2백20억 원이나 책정됐다.

게다가 정부는 끝까지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으나, 여야 합의로 누리과정 예산 8천6백억 원이 책정됐다. 그러나 나머지 1조 2천억 원은 시·도교육청이 마련해야 하는 데다 3년간 한시적으로만 지원하기로 해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법인세

정부가 이처럼 보통 사람들에게 내핍을 강요하는 예산을 짠 것은 기업·부자 증세를 완강히 거부할 뿐 아니라 국가부채를 감축하려고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주류 야당들도 기업·부자 증세에 큰 열의가 없었다. 민주당은 과세표준 5백억 원 초과 기업에 대해 법인세율을 기존 22퍼센트에서 25퍼센트로 인상하는 법안을 내놨지만 밀어붙이지 않았다. 여야는 대신 5억 원 초과 소득에 세율을 40퍼센트로 올리기로 했지만, 이조차도 애초에 민주당·국민의당이 내놓은 소득세 인상안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번 소득세 인상으로 세금 6천억 원 정도가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대표적인 ‘서민 증세’인 담뱃세 2천 원 인상으로 더 걷은 1조 8천억 원에 견줘도 얼마 안 되는 돈이다.

한편, 긴축적 예산 편성은 지배자들 내에서도 분란을 심화시키고 있다.

KDI(한국개발연구원)는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3퍼센트포인트 더 낮춰 2.4퍼센트로 예측했다. 정부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퍼센트로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KDI는 경기를 부양하려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재정을 지출해야 한다며 내년 상반기에 추경을 편성해 정부 지출을 10조 원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예산안이 처리된 지 채 1주일도 안 돼 추경을 제안한 것이다.

한국은행과 IMF도 한국은 재정적 여력이 있으니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을 더 늘려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정부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한국은행을 압박해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하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은행으로서는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다. 1천3백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가 더 늘고 부실해질 위험이 클 뿐 아니라, 외국인 자금이 이탈해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금리를 올리기도 쉽지 않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12월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 거의 확실한 데다가, 트럼프가 경기부양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로 국내외 금리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 한국의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5퍼센트까지 급등했다. 아울러 금리 인상은 구조조정이 한창인 해운·조선업과 부채가 많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2017년 예산은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와 서민에게 떠넘기려는 박근혜 정부의 의지를 보여 준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균형재정”이라는 이름으로 내핍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부자 증세를 해 복지를 늘리는 것이다. 그래야만 노동자·서민의 삶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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