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박근혜 무너지다》:
‘기레기’이길 거부한 기자들 이야기
〈노동자 연대〉 구독
△《박근혜 무너지다》 정철운 지음, 메디치미디어, 300쪽, 15,000원
지난 몇 달간 뉴스나 신문을 보면서 ‘내가
신간 《박근혜 무너지다》는
특히 저자는 ‘박근혜가 무너지는’ 과정에서 보수 언론이 이탈하고 분열한 장면들을 흥미진진하게 보여 준다. 최순실 게이트 보도의 최초 실마리는
왜 ‘내부자’는 돌변했나
박근혜는 집권 여당의 4월 총선 참패 이후 회복하지 못했다. 회복은커녕 집권 여당의 분열은 깊어졌다. 총선 직후 박근혜는 경제 위기와 구조조정을 부각하며 지지율 회복을 노렸지만 구조조정의 속도와 방법, 책임 소재 등을 둘러싸고 지배계급 내 이해 다툼은 거세졌다. 구조조정 대상인 대우조선해양과 구조조정 컨트롤 타워였던 청와대 서별관 회의 사이의 갈등이 한 예였다.
비슷한 시기
박근혜는 한때 자신을 “형광등 1백 개 켜 놓은 아우라가 있다”며 떠받들던 보수 언론과 치고 받았다. 그 과정에서 ‘진실의 틈’이 열렸다. 이는 경제 위기 탈출과 노동자 투쟁 제어라는 사명을 띠고 출범한 보수 정권이 그 소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채 위기에 빠지자 지배자들이 서로 싸우며 분열한 한 상황의 단면이다.
△정권의 위기와 보수 분열을 보며 대중을 자신감을 얻었다. ⓒ사진 조승진
언론이 싸울 수 있는 동력
한편 저자는 언론이 청와대에 맞설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응원과 지지 덕분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처럼 독자들과 평범한 대중의 영향력을 강조하는 관점은 좋다.
그런데 저자는 퇴진 운동이 벌어지기 전부터 박근혜 정권에 맞서 싸워 온 운동과 그 운동을 건설해 온 세력들에는 주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대신 저자는 보수 언론의 분열과 정권의 위기를 SNS 해시태그 운동
퇴진 운동이 폭발한 출발은 민주노총 중심의 민중총궐기 투쟁 본부가 개최한 10월 29일 집회였고, 민중총궐기는 지난 수년간 이어진 노동개악 반대 투쟁, 세월호 운동, 사드 배치 반대 운동 등을 한 자리에 모은 것이었다. 1백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을 때도 수많은 깃발이 나부꼈다.
2011년 이집트 혁명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를 ‘SNS 혁명’이라고 불렀다. 시위 과정에 ‘우리 모두 칼레드 사이드
“많은 사람이 이집트 혁명을 페이스북 혁명이라고 말하는데요.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사람의 혁명이었습니다. 인터넷이 없었을 때도 혁명은 있었습니다.”
이집트 활동가 기기 이브라힘은 페이스북와 이메일은 예전부터 사용됐지만, 1월 15일 이후 비할 바 없이 큰 규모의 동원이 가능했던 것은 활동가들이 국가 탄압을 피해 리플릿을 반포하고 구호를 외치는 등의 체계적인 노력과 결합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SNS의 구실에 대한 과장된 관점은 아쉽지만, 그럼에도 저자는 “정권 내부자에서 정권 심판자로 돌변한”
무엇보다 이 책은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기 아쉬울 만큼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치명적 치부를 드러내며 무너져 간 박근혜와, 무너지는 권력의 틈을 비집고 신나게 취재를 밀어붙일 수 있었던 기자들, 언론사들 사이에서 벌어진 치열한 경쟁과 협력의 에피소드들이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