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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공장, 미국으로 귀환?:
폭스콘 원청 기업의 미국 투자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대만의 홍하이그룹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고려하고 있고, 애플이 위탁생산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트럼프가 강조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때문일까?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 때 해외에 진출한 제조 기업들의 생산공장을 미국으로 옮기고(리쇼어링) 중국·멕시코산 제조업 제품에 35퍼센트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대선이 끝난 뒤 트럼프의 요청에 따라 애플은 위탁생산 공장 이전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고, 아이폰7이나 맥 등 애플의 주요 제품을 납품하는 홍하이그룹(2010년 노동자들의 잇단 자살로 유명한 폭스콘을 소유한 그룹)도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그런데 홍하이그룹이 아이폰과 맥의 주요 생산공장인 중국의 폭스콘을 폐업하고 미국에 애플 위탁공장을 건설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홍하이그룹이 미국에 투자하려는 쪽은 반도체 분야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설사 중국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옮긴다 해도 노동력 비용 차이 때문에 30~40달러의 추가 비용이 든다. 그 때문에 애플은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면 로봇을 활용하는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 이는 애플과 홍하이그룹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더라도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그런데 다국적기업들이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주장에 머리를 조아리며 해외 생산시설들을 미국으로 옮기고 해외 투자를 자제할 것이라고만 보는 것은 일면적이다.

미국 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옮기거나 투자를 하면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트럼프의 엄포에도 월마트는 멕시코에 13억 달러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멕시코의 유통시장에 진입하려면 현지 유통센터를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애플과 홍하이그룹이 미국에 휴대폰 생산공장 설립을 고려하는 것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활용해 미국의 휴대폰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애플의 주요 경쟁자인 삼성은 베트남에서 휴대폰을 생산하고 있는데, 트럼프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을 포기하면 삼성은 관세 부담이 대폭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계 자본주의 체제가 많은 국가들과 다국적기업들의 연결망 구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미국 같은 경제 대국이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더라도 그 효과가 일률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보통 자본주의에서 투자의 목적은 이윤 증대다. 다국적기업들이 임금 억제, 노동 강도나 노동생산성 증대, 산출량과 시장 점유율 확대 등을 추구하는 이유도 궁극으로는 이윤 증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 투자는 임금 수준뿐 아니라, 소비 시장에의 진입 장벽이나 현지 국가의 지원 정책 등에 따라 달라진다.

트럼프가 천명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정책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시장으로 진입하려고 다양한 재편을 추진하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기업이 미국으로 회귀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무역 상대국의 보복을 초래해 미국 기업들의 수출도 줄어들게 만든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제조업 일자리 증대에 효과적일지도 의문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든 주된 이유는 산업 합리화와 공장의 해외 이전 때문이다. 경쟁에서 살아남겠다며 기계화로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합리화’를 통해 노동비용을 줄인 결과로 나타난 일자리 감소가 생산시설 해외 이전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보다 훨씬 많았다.

자유무역이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장기 불황을 해결할 대안은 아니지만, 보호무역주의도 그 해결책이 아니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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