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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복권은 정치적 자유의 문제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영한의 비망록이 공개되면서, 2014년 통합진보당(이하 ‘진보당’) 해산 심판 중에 청와대와 헌법재판소가 긴밀하게 의견을 조율했다는 정황이 폭로됐다.

비망록에는 2014년 10월 4일 김기춘이 진보당 해산 심판의 ‘연내 선고 방침’을 얘기한 것으로 나오는데, 17일 헌재소장 박한철이 이 방침을 똑같이 천명했다. 김기춘은 헌재의 해산 결정 이틀 전에 그 결과를 미리 알고 있었다.

진보당 탄압은 박근혜가 자행한 반민주적 폭거의 하나였다.

2013년 박근혜 정권은 이른바 ‘RO 회합’에서 “내란 음모” 등을 획책했다며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진보당 활동가들을 구속했다. ‘내란의 예비·음모·선동·선전’ 혐의였다.

그러나 검찰은 ‘RO 회합’ 참가자들이 내란을 실제로 계획하고 준비했다는 증거를 재판에 내놓지 못했다. 검찰이 제출한 ‘RO 회합’ 녹취록은 국가정보원이 총 8백여 곳을 위조한 것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법원은 이석기 의원 등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그 와중에 박근혜 정권은 헌재에 진보당 해산 심판도 청구했고, 헌재는 청와대와의 교감 속에 신속하게 해산 결정을 내렸다. 소속 국회의원 6명에, 수십만 명의 지지를 받는 정당을 고작 헌법재판관 9명의 헌재가 해산시켜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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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해산을 결정하며, 헌재는 문제가 된 ‘RO 회합’을 “내란 관련 회합”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설사 그 회합에서 나온 얘기가 모두 사실이고 거기서 일부 과격한 주장이 있었을지라도, 그 회합은 본질적으로 토론이었다. 내란이라 할 만한 계획의 구체성이 없는 데다가, 실현 가능성이 없는 터무니없는 얘기가 많아 계획이라고 보기가 어려웠다. 주제가 무엇이든 자신의 생각을 토론하고 표현할 자유를 완전히 보장해야 한다.

설사 당시 진보당의 일부 지도자들이 친북 사상을 가지고 있었더라도, 진보당 자체는 의회민주주의의 규칙을 따라 선거를 통한 집권을 추구해 왔다.

박근혜 정권은 노동운동 일부의 친북 사상을 마녀사냥하고 처벌해 경제·안보 위기 속에서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저항을 분열시키고 위축시키려 했다.

그러나 박근혜의 시도는 결과적으로 실패한 공작이 됐다. 진보당이 탄압받았지만, 조직 노동자들이 박근혜의 공격에 맞서 저항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박근혜는 민중의 저항으로 제 임기를 채우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지금은 박근혜를 포함한 온갖 적폐들을 청산할 좋은 기회다. 적폐 청산 요구에 이석기 전 의원 등 진보당 마녀사냥 구속자들의 석방이 포함돼야 한다. 더 나아가 친북 좌파든 혁명적 좌파든 누구나 자신의 정견을 주장하고 조직을 구성할 수 있을 정치적 자유까지 쟁취해야 한다.

진보당 마녀사냥을 진두지휘했던 “미스터 국가보안법” 황교안의 내각을 용인해선, 정치적 자유를 위축시켜 온 적폐를 청산하기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