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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내각 하에서 가속되는 노동개악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가 노동개악 공격에 팔을 걷어붙였다. 국회에서 박근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금융위원장 임종룡은 민간 시중 은행들에 성과연봉제를 관철하겠다고 선언하고 12일 KB국민·KEB하나·NH농협 등 8곳에서 일제히 긴급이사회를 열어 의결 처리했다. 올해 상반기 공공기관들에서 추진했던 불법적 이사회 강행 통과를 재연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만 발이 묶였을 뿐 박근혜 정부는 계속 유지되고 있고, 그것도 작심한 듯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데 사활적으로 매달리고 있음을 보여 준다. 민주노총은 최근 한 성명에서 철도 파업이 “성과퇴출제를 무력화”시켰다고 평가하고 노동개악의 “불씨”를 살리려는 정부의 노력이 “허망한 짓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이는 섣부른 낙관이었다. 정부는 내년 1월 1일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시행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민간부문으로도 공격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예컨대 당장 올해 연말까지 임금피크제 협상을 완료키로 한 현대차에서도 사측의 공격에 탄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경총이 거듭 밝혀 왔듯이, 현대차에서 노동개악 관철은 자동차 제조업뿐 아니라 민간부문 전체에 영향을 미칠 ‘기준 모델’이 될 수 있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는 민간 사업장에 대한 ‘단체협약 시정명령’도 강행하고 있다. 이는 노동개악의 일환으로 추진돼 왔는데, 전환배치·해고 등을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는 단협 조항을 공격하는 내용이다. 기업의 “인사·경영권을 제한”하는 조처라며 말이다. 노동자들이 투쟁해 만든 최소한의 안전망을 허물려는 시도인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노동개악에 가속도를 내는 현 상황은, 이 와중에도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투쟁하지 않으면 양보를 얻기는커녕 임금·노동조건이 후퇴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조직 규모가 크고 단체협약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는 금융·공공기관의 주요 노조들, 현대·기아차 등 금속노조의 주요 기둥들이 공격의 타깃이 되고 있는 점을 보면 말이다.

실제로 기아차에선 최근 노동시간 단축(주야 8시간 교대근무제)에 관한 노사합의가 체결됐는데, 노조 지도부가 이렇다 할 투쟁을 조직하지 않은 채 협상에만 기대다가 잔업 연장, 조기 출근, 신입사원 임금 차별 확대, 노동강도 강화 등의 후퇴를 수용하기도 했다. 기층 노동자들은 이미 지난 4월에 유사한 협상안을 압도적 반대로 부결시켰고 이번에도 상당한 불만을 토로했지만, 노조 지도부는 올해 내내 투쟁 건설을 회피했고, 이에 맞설 대안적 리더십이 없는 상황이다.

이와는 달리 정부의 위기를 이용해 투쟁에 나선 곳에서는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얼마 전 집단 해고에 맞서 투쟁해 온 서울대 음대 강사들이 승리를 거뒀다. 통계청 무기계약직, 충북의 일부 학교 청소·경비 비정규직, 방과후 교사들 등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과 투쟁에 나서고,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에 맞서 부분 파업을 시작한 것도 좋은 사례일 것이다.

노동 현장의 좌파 활동가들은 현 정세 속에서 기층 조합원들의 자신감을 북돋고 이를 이용해 자기 요구를 걸고 투쟁을 건설해 나가려고 애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