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동성결혼 합법화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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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동성결혼 합법화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12월 10일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동성결혼 합법화를 지지하는 음악회(‘더 이상 생명이 꺼지지 않도록 하고 혼인평권을 보장하기 위한 음악회’)가 열렸는데 무려 25만 명이 참가했다. 대만 인구는 약 2천3백만 명이다. 대만에서는 동성결혼 합법화 운동을 ‘혼인평권(婚姻平權) 운동’이라고 부른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동성결혼 합법화를 찬성하는 사람은 46.3퍼센트이고 반대하는 사람은 45.4퍼센트다. 40대 이하 청년층의 65퍼센트는 동성결혼을 찬성한다.

동성결혼 합법화는 대만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 집권당인 민진당을 비롯해 대만의 3대 정당인 국민당과 시대역량이 각각 혼인평권초안을 제출했다.(대만에서는 민법(民法)에 혼인에 관한 규정이 정해져 있다. ‘혼인평권초안’은 민법 일부를 수정하는 초안(개정안)을 뜻한다.) 그중 민진당과 국민당의 초안이 11월 초 입법원(한국의 국회에 해당) 제1독회를 통과했다.(제1독회는 한국 국회의 상임위원회 의결과 비슷한 절차다.)

10월 29일 8만여 명이 참가한 역대 최대 규모의 동성결혼 합법화 시위(‘대만동성대행진’), 제14회 ‘대만동지대행진(台灣同志大遊行)’이 열린 직후였다. 대만에서 동지는 동성애자를 일컫기도 한다.

혼인평권초안’

3대 정당이 제출한 혼인평권초안 중 민진당의 입법위원(국회의원) 요메이뉘(尤美女)가 제출한 것이 통과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한다. ‘요메이뉘 안’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동성 혹은 이성의 혼인 당사자에게 평등하게 부처[부부]의 권력·의무에 관한 규정을 적용한다. 동성 혹은 이성 배우자 및 그와 자녀의 관계는 평등하게 부모자녀 권력·의무에 관한 규정을 적용한다.” “혼인은 쌍방(현재 민법 규정: 남녀) 당사자가 스스로 결정할 것이다.”

대만에서 동성결혼 합법화는 이번에 처음 추진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성공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것임에는 틀림없다.

1986년 남성 동성애자 기가위(祁家威)가 처음으로 동성결혼 합법화를 추진했다. 2006년 민진당 입법위원 샤오메이친(蕭美琴)이 처음으로 입법원에 ‘동성혼인법초안’을 제출했지만, 지지하는 입법위원을 확보하지 못해 의정(議程)에 들어가지 못했다. 2009년 부녀신지(婦女新知), 동지자문핫라인협회(同志諮詢熱線協會) 등 성평등 운동 단체가 대만반려권익추진연맹(台灣伴侶權益推動聯盟, 약칭 반려맹)을 조직해 다원가정의 법제화 운동을 추진해 왔다.

2012년 7월 입안된 다원가정민법수정초안(多元家庭民法修正草案)은 동성결혼, 반려제도, 그리고 다인가족이라는 세 가지 가족 형태를 인정하며, 성별, 성적 지향, 성적 인식과 관계없이 혼인할 수 있도록 했다. 성관계를 기초로 하지 않고 결합한 커플이 각자의 선택에 따라 결혼/반려/다인 가족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당시 입법원은 대만 사회의 여론을 고려한다며 동성결혼만 심의했다.

2013년 민진당 입법위원 증리쥔(鄭麗君)이 반려맹의 동성결혼 합법화 초안을 입법원에 제출하고 제1독회를 통과했지만, 사법 · 법제위원회에 계류된 채 2016년 1월 회기가 종료됨에 따라 자동 폐기됐다.

△대만 인구 1백 명 당 한 명에 해당하는 거대한 인파가 동성결혼 합법화 지지 집회로 쏟아져 나왔다. 출처 風傳媒

차이잉원 총통의 지지 표명

민진당 총통 차이잉원은 2016년 1월 대선 당시 자신의 SNS에 “사랑 앞에서는 모두 평등하다. 혼인평권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아마 많은 동성애자들이 차이잉원에게 투표했을 것이다.

차이잉원 당선 후 동성애 운동 단체(동지자문핫라인협회, 동지가정권익촉진회, 부녀신지기금회, 동지인권법안로비연맹)는 다시 적극적으로 정부에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10월 혼인평권초안이 입법원에 제출돼 11월 초 제1독회를 통과한 것은 바로 이 운동의 성과였다. 물론 아직 사법·법제위원회 심사가 남아 있고, 제2독회와 제3독회를 통과해야 법안이 성립(개정)된다.

11월 17일 입법원 사법·법제위원회가 심사 절차에 들어가자 대만수호가정연맹(台灣守護家庭聯盟)과 차세대행복연맹(下一代幸福聯盟) 등 반(反)동성애 단체들이 심사를 중단시키려고 2만 명을 동원해 입법원을 포위했다. 그들은 ‘혼인·가정은 전 인민이 결정한다’는 구호를 내걸며 동성결혼 합법화를 국민투표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다수당 민진당은 반(反)동성애 단체의 압력을 받아 심사를 중단하고 두 번의 공청회를 연 후 한 조항씩 심사하기로 타협해 버렸다. 심지어 민진당의 입법원 당단(黨團, 소속 의원총회) 총 소집인은 반(反)동성애 단체의 제안을 수용해 민법 수정이 아니라 동성결혼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동성결혼 지지자들은 민진당의 후퇴를 강력히 비판했다.

반()동성애 단체의 혐오·차별

11월 24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혼인평권 공청회가 열렸다. 대만에서는 2012년부터 지금까지 입법원 및 법무부 주최로 모두 열 차례의 동성결혼 합법화 공청회가 열렸다. 반(反)동성애 단체·인사들은 이런 공청회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 · 차별 발언을 퍼부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파의 견해 대로 동성애는 이성애의 정지, 억제, 퇴화 상태다.”

최근 열린 공청회에서도 반동(反同)의 혐오스러운 ‘8대 경구(驚句)’가 다시 한번 큰 논란을 일으켰다. 예를 들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회(FFWPU)를 대표하는 쉬훼쯘(許惠珍)는 ”나는 단지 성기의 관리자이지 주인은 아니다. 주인은 (이성인) 상대방이다”하고 말했다. 중정대학(中正大學) 재경법률 교수 증핑지에(曾品傑)은 “[동성결혼 합법화는] 대만 백성으로부터 남녀부처[부부]로 된 가정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입법위원 시에치다(謝啟大)는 “시각 장애인을 위해 모든 도로에 점자 블록을 깔 것인가? 이만한 사회적 대가를 치를 필요가 있느냐?”는 말을 내뱉었다.

동성결혼 합법화 반대 측의 논리는 종교나 전통 문화의 가족 윤리를 바탕으로 한다. 이들은 동성결혼이 합법화되면 가족 윤리, 성교육, 에이즈 전파 등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려맹의 연구자 루이신지에(呂欣潔)는 가족 윤리를 중시하는 유교적 전통이야말로 대만 동성애자 운동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대만에서 불교, 도교 인구는 종교인의 약 95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런데 불교나 도교 교의는 동성 성행위를 명백하게 금지하지 않는다. 기독교인은 겨우 5퍼센트만 차지한다. 이는 대만인의 절대다수는 자기 신앙을 근거로 동성애를 반대하지 않을 것임을 뜻한다.”

한편 반려맹 집행장 쉬쇼원(許秀雯)은 동성결혼 반대 주장을 대중적 의제로서 다루는 것 차제가 큰 의미가 있다고 지적한다. 즉, 동성결혼 입법 운동은 사회적으로 “동성애자를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대만 동성애 운동가들은 합법화 운동과 함께 동성결혼 금지에 대한 위헌 심사를 사법원(한국의 대법원에 해당)에 신청했는데, 쉬쇼원(許秀雯)은 “입법 과정에 수반된 진통은 괴물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사실을 분명하게 밝힘으로써 사회 분위기를 바꿔 동성애자의 삶과 처지를 이해할 기회가 될 것이다. 이는 사법원 판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하고 설명한다.

12월 10일 25만 명이 참가한 동성결혼 합법화 지지 음악회. ⓒ출처 Argent_Lai (플리커)

동성결혼 지지 목소리가 폭발하다

동성결혼 합법화가 반대 측의 편견 섞인 왜곡 때문에 입법원에서 정체되자 지지자 측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왜곡에 맞서고 있다. 동성결혼에 관한 지식을 풍부하게 제공하는 ‘혼인평권 플랫폼’은[1] 간단하고 명료하게 동성애와 동성결혼 합법화를 설명해 주는 웹사이트로 인기가 높다. ‘혼인평권 데이터베이스’는[2] 동성결혼 합법화 관련 입법 절차의 최신 정보, 서명운동 등 혼인평권 운동 자료가 풍부하게 수집돼 있어 아주 유용하다. 변호사들로 구성된 혼인평권소문풀이사무소(婚姻平權闢謠事務所)는[3]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한편 대만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페이스북에 동성결혼을 응원하는 페이지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 페이지들은 단시간에 지지자들을 수만 명 모았다. 학생과 일반인뿐 아니라 기독교 신자들도 자발적으로 동성결혼 옹호 페이지를 개설했다.

인터넷에서뿐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동성결혼 지지 활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동성결혼 지지단체인 ‘혼인평권 작은 꿀벌(婚姻平權小蜜蜂)’은[4] ‘침묵하는 다수’를 적극적으로 지지 측으로 이끌기 위해 만들어진 그룹이다. 이들은 “나는 혼인평권을 지지한다. 혼인평권이란 무엇인가? 문제 있으면 나한테 물어보세요”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동성결혼 합법화와 동성애에 관한 질문에 답한다. ‘혼인평권 작은 꿀벌’은 벌써 2만 명에 가까운 회원을 확보했다.

12월 26일 입법원 사법 · 법제위원회에서 혼인평권초안이 실질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차이잉원 정부는 약속을 지켜야 하고, 동성애자에게 기본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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