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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혁명 1백 주년 연재②:
러시아는 사회주의 혁명을 하기에 너무 후진적인 사회였나?

백 년 전인 1917년 러시아 혁명은 근본적으로 새로운 사회를 낳았다. 본지는 올 한 해 러시아 혁명을 주제로 한 기사를 꾸준히 번역 연재하려고 한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기 전에 대다수 사회주의자들은 자본주의가 발전한 서구 국가들에서만 사회주의 혁명이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후진적인 러시아에서는 먼저 “부르주아 혁명”을 거쳐 자본주의가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19세기 후반 자본주의는 세계 체제로 나아가고 있었다. 자본주의는 한계를 모르고 전 세계로 팽창해 가고 있었으며 그런 흐름에서 러시아도 전혀 예외가 아니었다.

러시아에서는 차르의 독재가 매우 강력했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차르에 도전하는 방식으로 등장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자본은 러시아로 몰려들었으며 외국인 투자 형태로 도시들에 흘러들었다.

혁명 전 러시아는 전체적으로는 후진 사회였지만 몇몇 도시에서는 공장 생산 방식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었다.

그 결과, 대체로 봉건적인 사회의 한가운데 거대한 공장들이 세워졌다. 사람들은 일거리를 찾아 도시로 모여들었다. 19세기 초반에 러시아의 도시 인구는 1백6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4.4퍼센트에 불과했다. 그러나 1897년에는 도시 인구가 거의 1천6백30만 명으로 늘어 전체의 13퍼센트를 차지했다.

자본주의는 혜성처럼 나타나 도시의 모습을 바꾸었지만 러시아의 나머지 지역들은 대체로 미발달 상태에 머물렀다. 그렇다고 도시의 변화와 무관한 건 아니었다.

한 추산에 따르면 1897년 당시 전체 인구 1억 2천5백만 명 중에 노동계급은 2천2백만 명이었다. 산업이 크게 성장했지만 전체 인구 가운데 여전히 소수였다. 그러나 영향력은 상당했다.

갈수록 도시를 중심으로 한 생산이 늘고 농촌이 도시의 발전을 따랐다. 1천 명 이상을 고용하는 대공장들이 중소 규모의 공장들에 비해 그 숫자, 생산력, 고용 면에서 훨씬 빠르게 성장했다.

러시아의 생산설비 규모는 다른 많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보다 컸다. 예컨대, 러시아 공장의 평균 규모나 생산량은 미국의 공장을 능가했다.

이런 이유로 러시아 노동계급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노동계급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러시아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의 위대한 통찰 중 하나는 바로 이 계급의 혁명적 잠재력을 간파한 것이다. 즉, 경제가 빠르게 집중되면서 노동자들은 막강한 힘을 가졌다. 전체 인구에서 소수였지만 노동계급은 경제를 멈출 수 있었다.

반면 러시아 자본가 계급은 차르와 외국 자본에 모두 의존하며, 그 둘 사이에 낀 처지였다. 러시아 자본가 계급은 너무나 허약해 부르주아 혁명조차 수행할 수 없었다.

1905년에 트로츠키가 썼듯이 “공장을 중심으로 한 산업 시스템은 노동계급을 전면에 등장시켰을 뿐 아니라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기반을 허물었다.”

러시아의 노동계급은 급속히 형성됐을 뿐 아니라 의식도 빠르게 성장했다. 이들은 초보적인 좌파 사상을 뛰어 넘어 사회주의 사상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노동계급은 수적 열세 때문에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인구의 압도 다수인 농민의 도움이 필요했다.

트로츠키는 나중에 이 “불균등·결합” 발전론을 자본주의 체제 전체를 설명하는 데 적용했다.

러시아 도시와 농촌의 불균등 발전은 세계적 차원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자본주의 중심 국가인 프랑스, 독일, 영국 같은 나라와 주변부 경제 사이에 비슷한 모순이 존재했다.

자본주의가 불균등하게 발전하는 방식 때문에 후진국의 노동계급은 비록 상대적 소수일지라도 그 규모를 뛰어 넘는 영향력을 행사했다.

동시에 세계 자본주의 체제는 이런 후진국들과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결합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선진 국가들의 노동계급은 이런 후진국들의 노동계급과 함께해야만 국제적 차원에서 혁명을 완수할 수 있다.

혁명은 고립돼서는 유지될 수 없다. 러시아는 바로 이 점을 비극적으로 보여 줬다. 국제주의는 그저 근사한 사상이 아니다. 국제주의는 혁명의 성공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사상이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5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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