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세계의 지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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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트럼프 반대 운동은 좌파가 성장할 잠재력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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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은 체제의 위기가 극심해서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정치 구조가 불안정해지면서 생긴 일이다. 이 일은 노동자와 한층 더 차별에 시달릴 여성과 유색인, 이주민뿐 아니라 세계 지배계급에게도 무척이나 난감한 상황이다.
지배자들이 곤란함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제2차세계대전 종전 이래로 유지한 세계 전략, 곧 자유시장 자본주의 세계 질서를 트럼프가 흔들려 하기 때문이다. 이 전략에 대해 트럼프는 적어도 1980년대부터 일관되게 비판적인 입장을 발전시켜 왔다
트럼프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트럼프 정부는 중국이나 멕시코뿐 아니라 독일 같은 미국의 주요 동맹들에게도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월 말 신임 백악관 국가무역위원장인 피터 나바로는 달러 대비 유로화 환율이 지나치게 높은 상황의 배후에 독일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래서 독일이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의 다른 나라들을 계속 착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바로는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이 해외 하청공장
트럼프 개인의 스타일도 지배자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예컨대, 오바마도 이민자 수백만 명을 강제추방했지만, 트럼프는 더 나아가 지독한 인종적 편견을 강하게 드러내며 자신의 권한 바깥의 일들까지 행정명령으로 추진하려 한다.
이런 점들 때문에 세계 지배자들은 트럼프를 가까이해야 할지, 거리를 둬야 할지를 두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예컨대, 영국 총리 테리사 메이는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를 과시하려고 1월 말 맨 먼저 백악관을 방문해서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했다. 그리고 그에게 국빈 방문을 제안해 성사시켰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트럼프가 중동 7개국에 대해 비자를 취소하는 인종차별적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영국 정부는 이것을 옹호하지도 비판하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모양새를 취하다가 국내의 호된 비판에 시달렸다. 런던에서는 트럼프 국빈 초대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도 벌어졌다. 2월 초 아일랜드에서도 총리가 트럼프를 초대하겠다고 했다가 바로 다음 날 번복하는 일이 있었다.
물론 미국 지배자들은 트럼프가 경기부양책, 규제완화, 감세 등 비교적 협소한 금전적 이익을 약속하는 것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트럼프는 월스트리트를 대변하는 자들을 정권으로 대거 끌어들였고,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도입된 금융시장 규제 강화법
그럼에도 일부 기업들은 트럼프의 정책에 비판적이다. 특히, 외국인 인력에 많이 의존하는 주요 IT 기업들
자본가 계급은 태생적으로 분열된 계급이다. 노동자 계급한테서 착취한 이윤 가운데 더 큰 몫을 차지하려고 서로 경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자본가 계급을 “서로 싸우는 형제들”이라고 불렀다.
대개 국가가 나서서 지배계급 전체의 관점에서 그런 갈등을 조율하려 든다. 하지만 트럼프에게 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체제의 위기는 트럼프라는 불안정 요인을 낳았지만, 그 불안정은 다시금 자체의 동역학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반대 운동과 그 잠재력
트럼프에 맞서는 운동이 크게 분출했다. 이 운동은 2000년대 초 반전 운동 이후 최대의 잠재력을 보여 줬다.
트럼프 취임 다음 날 워싱턴DC에서 벌어진 시위의 참가자들은 대체로 진보파로 분류될 사람들, 샌더스 지지자들, 또는 정치에 처음 관심 갖게 된 사람들이다.
조직노동자들도 여러 곳에서 트럼프에 항의하는 행동에 함께 했다. 고무적이게도, ‘점거하라’ 운동이 강력했던 오클랜드에서는 항만 노동자들이 트럼프에 항의하는 뜻으로 그의 취임식 날 부두를 마비시키기도 했다.
운동의 참가자들은 11월 대선 결과를 보고 우울했지만, 대규모 반트럼프 운동에 참가하면서 트럼프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고무됐다. 법원이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트럼프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자신감을 북돋고 있다.
이 사람들은 자기 지역에서도 트럼프에 반대하는 투쟁을 건설하려 한다. 그러는 가운데 운동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두고
이런 자발성이 기존 좌파 활동가들의 축적된 경험, 적절한 정치와 결합된다면 운동 자체의 성장과 함께 좌파의 성장도 도모할 수 있다.
세계적 정치 양극화 속에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정당들
3월 18일 '인종차별 반대 국제 공동 행동'
여러 나라의 사회주의자들은 트럼프 반대 운동이 낳은 흐름을 이어가려고 3월 18일 ‘인종차별 반대 국제 공동 행동’을 건설하고 있다.
인종차별 문제에 관한 한, 트럼프는 말할 것도 없고 유럽의 지배자들도 다를 바 없다. 지난 3일 남유럽 몰타에서 열린 유럽연합
인종차별 반대는 갈수록 조직화하는 극우·파시즘 세력을 견제하는 데 중요하다. 이 자들은 경제 위기와 유럽연합에 대한 노동자들과 서민층의 불만을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공격으로 돌리면서 빠르게 성장해 왔다.
프랑스의 파시스트 정당 국민전선의 총재 마린 르펜은 트럼프 취임에 맞춰 유럽 극우 정당들을 모아 ‘반
한편, 인종차별 반대 운동도 성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경찰의 흑인 살해에 항의하는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이 인종차별의 심각성을 알리고 급진화를 촉진하는 구실을 해 왔다. 캐나다에서도 최근 퀘벡 이슬람 사원을 겨냥한 우익 총기 난사에 항의하고 무슬림에게 연대하는 집회가 여러 지역에서 터져 나왔다.
난민 위기가 심각한 유럽에서도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성장하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정부 정책에 맞서 난민 자녀들의 학교 입학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거기에 사회주의노동자당
영국에서는 사회주의노동자당
독일에서도 우익 대중주의 정당 AfD
국경을 넘어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건설하려고 수년 전부터 사회주의자들은 유엔이 지정한 ‘국제 인종차별 철폐의 날’
지난해에도 한국을 비롯해 20개에 달하는 나라에서 수많은 항의 집회가 같은 날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