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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당사 앞 성소수자 단체 기자회견:
“문재인은 모두의 인권·존엄 요구한 촛불의 목소리 거스르지 말라”

‘차별금지법 반대하는 문재인·민주당 규탄’ 더불어민주당 앞 기자회견.

2월 16일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문재인과 민주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성소수자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가 주최했다.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은 2월 13일 보수 기독교 단체들을 만나 동성결혼과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관련 기사: https://ws.or.kr/article/18352) 촛불의 염원을 비트는 문재인의 발언이 알려지자 곳곳에서 규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기자회견에 많은 사람들이 참가한 데서도 문재인과 민주당에 대한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기자회견은 ‘선거 공학’에만 치중해 촛불의 요구를 훼손하는 문재인을 규탄하며 성소수자 차별 반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발언들로 채워졌다.

특히, 참가자들은 문재인이 “모두의 인권과 존엄을 요구”한 촛불운동의 염원을 거스른 것임을 지적했다. “매서운 겨울 추위도 마다하며 광장에 나온 것은 단순히 박근혜 정권을 향한 분노 때문만이 아니었다. 시민들이 외친 ‘적폐 청산’은 국정농단에 대한 처벌을 너머 모두의 존엄을 보장하고 이 땅에 민주주의 가치를 새롭게 세우자는 엄중한 요구였다 … 하지만 문재인 전 대표는 거리 위의 민심에 귀 기울이기는커녕 변화의 불길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기자회견문)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하늘 님의 절절한 발언은 기자회견 참가자들을 눈물짓게 했다. 하늘 님은 “나도 내 아이가 잘못 선택한 것으로 오해했다. 그러나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성소수자들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사회의 편견 속에 고통받는 성소수자들이 더 걱정”이라면서 “문재인 씨! 차기 대선 주자로서 부끄럽지 않습니까?” 하고 일갈했다.

고무적이게도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주노총도 함께했다. 민주노총 양동규 정치위원장이 연대발언을 해, “이번 촛불은 단지 박근혜-최순실 커넥션에 분노한 것이 아니다. 천만 촛불은 바로 우리가 잘못된 현실을 고치겠다는 함성이었다. 민주노총은 모든 차별에 맞서 싸워 왔다. 이번 사태 역시 용납할 수 없고 타협할 수 없다. 민주당의 사과 받아내고 약속 받아낼 때까지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이런 연대가 거리에서, 작업장 곳곳에서 확산되면 좋을 것이다.

그밖에도 많은 활동가들이 문재인을 규탄하는 발언을 했다.

“권력과 기득권 눈치만 보면 [문재인이] 수구보수 세력과 다를 게 무엇인가? 무엇을 근거로 지지를 요청할 수 있겠는가.”(권순부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활동가)

“[문재인은] 온갖 차별과 혐오를 선동해 온 자들에게 찾아갔다. 어느 누가 국정을 맡기겠는가? 광장에서 촛불로 다시 세워진 대한민국은 차별과 혐오를 딛고 일어서서는 안 된다.”(김찬영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대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참가자들은 더불어민주당에 항의서신을 전달했다. 이날 오후 2시 문재인은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7차 포럼'에서 성평등 정책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성소수자 단체들은 포럼 장소에 찾아가 기습 시위를 해 통쾌하게도 발언권을 얻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 하늘 님이 문재인을 눈 앞에 두고 "차별 발언 사과하고 차별금지법 제정, 성소수자 인권 보장 약속"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촛불의 염원을 비트는 문재인과 민주당은 우클릭을 중단하고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입장을 철회해야 한다.

‘차별금지법 반대하는 문재인·민주당 규탄’ 더불어민주당 앞 기자회견.
‘차별금지법 반대하는 문재인·민주당 규탄’ 더불어민주당 앞 기자회견.
‘차별금지법 반대하는 문재인·민주당 규탄’ 더불어민주당 앞 기자회견.

기자회견문

성소수자 인권 배제하는 대통령 후보는 필요 없다

차별금지법 반대하는 민주당과 문재인을 규탄한다!

지난 2월 13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찾았다. 차기 유력 대선 주자로서 우파 개신교의 표를 의식한 행보였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은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다른 성적 지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배제되거나 차별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으므로, 추가 입법으로 인한 불필요한 논란을 막아야 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의 공식 입장” 이라 발언하며 차별 선동 세력 비위 맞추기에 나섰다. 심지어는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요구한 목사들에게 “동성애나 동성혼을 위해 추가적인 입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된다”며 그들을 안심시키기까지 했다. 차기 대선후보들이 통합 운운하면서 교회를 찾아가 비위 맞추는 것이 언제부터 상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문 전대표의 태도는 2012년 대선 출마 당시 차별금지법 제정 약속을 뒤집는 것이기도 하다.

차별금지법은 유엔 등 국제 인권 규범은 물론 대한민국 헌법으로 보장된 평등권으로부터 당연히 도출되는 국민의 권리다. 누구든 부당한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예방하고, 차별을 당하는 상황에 있다면 신속하고 실질적으로 구제하여 궁극적으로 사회 모든 영역에서 평등을 추구하는 헌법 이념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기에 차별금지법은 단순히 성소수자만을 위한 법이 아니며, 그 동안 어디 말할 곳 없이 차별적인 제도와 사회구조 아래 참고 견뎌온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쥐어주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매주 시민들이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고 외쳤던 이유이기도 하다. 매서운 겨울추위도 마다하며 광장에 나은 것은 단순히 박근혜 정권을 향한 분노 때문만이 아니었다. 시민들이 외친 ‘적폐 청산’은 국정농단에 대한 처벌 너머 모두의 존엄을 보장하고 이 땅에 민주주의 가치를 새롭게 세우자는 엄중한 요구였다.

성소수자 역시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는 믿음으로 무지개 깃발을 들고 광장을 지켰다. 함께 촛불을 든 다른 시민들처럼 우리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대한민국에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처벌하는 군형법 조항이 존재하고, 청소년 성소수자 두 명 중 한 명이 자살을 시도한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만으로 직장에서 쫓겨나는가 하면, 사랑하는 동성 애인이 가족으로 인정되지 못한 채 배제되고, HIV/AIDS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진료거부 당하기가 부지기수다. 성소수자에게 인권은 목숨이다.

촛불을 밝힌 이들은 지난 세월 삼켜온 울음을 모아온 이들이다.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여성, 비정규직, 미혼모, 이혼 가정, 저학력인 사람, 가난한 사람, 질병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평등과 민주주의의 거대한 흐름을 만든 시민들의 촛불은 매주 거리 위에 근본적인 사회변화를 외치며 모두의 인권과 존엄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표는 거리 위의 민심에 귀 기울이기는커녕 변화의 불길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기득 권력은 자리를 놓지 않으려 국민의 부름에 시간만 끌고 있다. 그사이 탄핵을 반대하는 수구우익 세력들은 반성과 처벌은커녕 독재를 찬양하고 계엄까지 요구하며 인면수심으로 광장에 나와 시민을 위협한다. 그런 중에 문재인 전 대표는 합의를 명분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 없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는 민주주의와 존엄을 위한 사회변화 의지를 배제한 채 때 이른 표심 장사에 국민의 기본권을 내다 버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변화의 함성을 거스르고 허울뿐인 통합의 완장을 차려는 욕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비단 문재인 전 대표에게만 해당하는 사안이 아니다. 변화의 외침에 책임을 져야할 모든 정당과 정치인이라면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율의 저울 위에 올려놓아선 안 된다. 언제까지 성소수자 인권은 합의의 대상으로 머물러야 하는가. 아니, 합의를 위해 당신들은 무엇을 노력하고 있는가. 변화를 위한 설득과 충돌의 시도조차 없는 합의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구실로 전락할 뿐이다. 표심에 휘둘려 성소수자 인권을 보장하는 제도를 배제하는 것은 언제고 사회적 소수자를 배제할 수 있다는 입장표명과도 같다. 이는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재벌에게 팔아먹고, 여성과 소수자의 삶을 혐오·차별선동세력에게 내다 버린 지난 정권과 다를 것이 없다. 민주당과 문재인은 성소수자들의 분노에 답하라. 표심계산에 함몰되어 성소수자 인권을 배제하는 정치인은 필요 없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를 규탄한다.

2017년 2월 16일

차별금지법 반대하는 문재인과 민주당을 규탄한다!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노동당 성정치위원회, 녹색당 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대구퀴어문화축제, 대전 성소수자 인권모임 솔롱고스,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레주파, 무지개인권연대, 30대 이상 레즈비언 친목모임 그루터기,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사) 신나는센터, 언니네트워크, 이화 성소수자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정의당 성소수자 위원회,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행동하는 성소수자인권연대,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녹색당 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정의당 성소수자인권위원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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