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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인상 논란은 뭔가?

법인세 인상 문제가 대선 주자들 사이에 쟁점이 되고 있다.

민주당 예비 대선 후보인 성남시장 이재명은 “한국의 법인세 명목세율은 22퍼센트지만 실효세율은 16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영업이익이 많을수록 실효세율이 떨어져 10대 재벌의 실효세율은 11.2퍼센트다. 복지를 하려면 세금을 더 거둬야 하는데,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하고 주장했다. 그는 법인세를 22퍼센트에서 30퍼센트로 올리는 공약을 내놓았다.

반면 같은 당의 문재인은 고소득층 소득세 인상, 상속증여세 인상,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말하지만, 법인세는 인상보다는 감면 혜택을 줄여 실효세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법인세 관련해 실효세율을 높이겠다는 점에서는 안철수와 충남지사 안희정도 마찬가지다.

이재명은 문재인과 안희정을 겨냥해 “복지도 확대해야 하고 증세 필요성도 있는데 증세 대상에서 법인세를 제외해 놓은 것을 보면 재벌의 이익을 챙겨주는 측면이 있다” 하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기업주들과 우익들은 한목소리로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법인세율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박근혜·최순실 부패 사건에서 재벌의 앞잡이 노릇을 했던 전경련이 대표적이다.

법인세를 인상하면 기업의 투자 의지가 줄어들고 고용 감소로 이어져 경제 활력이 감소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법인세 인하: 기업 경쟁력?

하지만 법인세 인하가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투자를 늘리며 고용을 증대할지는 미지수다. 법인세를 인하하면 곧장 기업의 이윤이 증대하기 때문에 기업주들은 법인세 인하를 반긴다.

그리고 법인세가 인하되면 인하된 세액만큼 이윤이 증대하기 때문에 한계기업들이 생존하거나 투자를 망설이는 기업이 투자를 늘릴 수 있다. 그런데 법인세 인하의 효과는 그 때뿐이다.

법인세가 인하되면 기업들은 인하된 법인세율을 주어진 조건으로 삼아 투자를 결정한다.

또한 기업주들은 법인세 부과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보다는 각종 비과세소득과 소득공제 그리고 이월결손금을 반영하지 않은 영업이익의 증감을 투자 결정의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 따라서 기업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는 법인세율보다는 마르크스주의 용어로 이윤율, 또는 이를 반영하고 있는 영업이익률을 주요하게 고려한다. 그 때문에 이윤율이 낮은 상태에서 법인세율 인하는 투자 증가보다는 사내유보금 증대로 나타난다.

이런 점은 실물 경제에서도 잘 나타난다. 2010년 법인세 인하 이후 2011년부터 2015년 사이에 법인세는 44.9조 원에서 45조 원으로 거의 늘지 않았지만 그만큼 투자가 증가한 것은 아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기업투자 추이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대기업의 투자증가율은 2001~08년 4.2퍼센트에서 2009~15년에 2.5퍼센트로 오히려 1.7퍼센트포인트 하락했다.

법인세 인하가 전 세계적 대세라고 할 정도로 각국 지배자들은 기업주와 부자들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일본의 아베 정권은 40퍼센트였던 법인세율을 30퍼센트까지 꾸준히 낮추었지만 일본 경제가 회복됐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또한 미국의 트럼프는 35퍼센트인 법인세율을 15퍼센트로 낮추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지만 이런 정책이 고용·투자 증대와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더 과감한 부자 증세

법인세 인하가 기업주들에게 득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박근혜 정부 4년(2012~16년) 동안 근로소득세 총액은 58.2퍼센트 증가하고 담뱃세 등 개별소비세도 58퍼센트 증가했지만, 법인세는 고작 13.5퍼센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심지어 2013년과 2014년에는 법인세가 오히려 줄어들었다. 박근혜는 기업주들에게는 덜 걷고 노동자들에게는 더 많이 쥐어짰다.

법인세를 인상하면 투자가 위축되고 그래서 세원과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것도 기업주들의 주된 법인세 인상 반대 논리다. 그래서 전경련은 법인세가 30퍼센트에서 22퍼센트로 하락하는 동안 법인세 총액이 1995년 8.7조 원에서 2015년 45조 원으로 늘어난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법인세 총액 증대는 법인세율 인하보다는 경제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1995년이나 2015년 모두 국내총생산 대비 법인세 비율은 대체로 2퍼센트대를 유지하고 있다.

법인세를 8퍼센트 인상하더라도 2.6조 원 정도의 세수 증대로는 주거, 노인, 여성, 청소년 등에 필요한 재원으로 턱없이 부족하다는 우익의 주장은 일말의 진실을 담고 있다.

필요한 복지 예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법인세 인상을 유보할 것이 아니라 더 과감한 부자 증세가 필요하다.

토마 피케티는 미국을 포함한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전후 30여 년 동안 부자들에게 세금을 거둬 복지에 사용함으로써 사회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부자와 기업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둬 이를 복지예산으로 활용한다면 사회의 빈부격차를 줄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