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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프랑스 빈민 청년들의 반란:
뿌리깊은 인종차별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다

2월 초부터 파리 외곽 빈민 거주지에서 청년들이 일으킨 반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직접적 발단은 2월 2일 경찰이 한 20대 흑인 청년을 구금한 상태에서 항문에 곤봉을 쑤셔 넣은 사건이다. 해당 청년은 장기가 손상돼 지금도 입원 중이다.

경찰 측은 이 사건에 대해 “실수로 벌어진 일”이라고 발표하고, TV에 출연한 한 경찰 간부는 해당 경찰관들의 인종차별적 언사가 “대체로 적합한 수위였다”고 말해서 분노를 더 키웠다.

프랑스 청년들의 반란은 인종차별에 맞선 저항의 일부이다.

경악을 넘어 황당하기까지 한 이 사건은 프랑스가 인종차별이 뿌리 깊은 사회라는 것을 봐야 이해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흑인, 아랍계, 로마인[‘집시’] 등은 툭하면 경찰 폭력과 박해에 시달리고, 평균 한 달에 한 명꼴로 죽임을 당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흑인과 북아프리카인은 백인보다 6~8배나 더 많이 불심검문을 받는다.

역대 프랑스 정부는 이런 경찰의 부당한 행위를 제지하기는커녕 체계적으로 인종차별을 부추겨 왔다. 다가오는 4월 대선에서 경찰의 절반 이상이 파시스트 정당인 국민전선(FN)에 투표할 것으로 예상될 만큼 프랑스 경찰은 지독하게 인종차별적인 집단이다.

프랑스 지배자들에게 경찰은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강력한 노동자 운동을 탄압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지난해에도 사회당 정부는 경찰 폭력에 의존해 노동법 개악을 밀어붙였다. 반면, 경찰 폭력 피해자들은 대부분 과거 프랑스의 중동·북아프리카 식민지 출신 이주민의 가난한 후손들이라서 지배자들의 안중에 들지 못한다.

2015년 11월 파리 공격 이후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해 경찰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자 경찰 폭력은 한층 더 늘었고, 이에 항의하는 목소리에 대해 정부는 ‘지금은 경찰을 의심할 때가 아니다’ 하며 일축했다.

프랑스의 빈민 청년들은 1980년대 초 이래 거듭 저항에 나섰다. 비록 그 형태는 조직된 운동과 산발적 반란을 오갔지만 말이다. 1983년에는 “우리를 토끼인 양 쏴 죽이지 말라”고 요구하며 10만 명이 행진을 벌였다. 2005년에는 파리 교외 빈민가에서 흑인 청소년 2명이 경찰을 피해 달아나다 죽은 것에 항의해서 최대 규모의 반란(‘방리유 반란’)이 벌어졌다. 지난해에도 파리 교외에서 한 20대 흑인 청년이 연행 도중 경찰차 안에서 죽자, 미국의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을 본 딴 시위(#BLMfrance)가 벌어졌다.

이번 빈민 청년들의 반란은 프랑스 사회의 뿌리깊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이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혁명적 좌파의 구실이 중요하다

불행히도 프랑스의 많은 좌파들은 이슬람을 반동적으로 보며, ‘프랑스 국가가 이에 맞선다’는 지배자들의 거짓말에 휘둘려 빈민 청년들과 효과적으로 관계를 맺지 못했다. 알제리 등 대표적 식민지의 주민들과 그 후손들이 무슬림인 상황에서, 이런 태도는 인종차별에 대한 타협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그 결과, 프랑스는 유럽에서 앞장서서 무슬림의 히잡 착용을 금지시킬 수 있었고, 이를 거부하는 노동자는 해고까지 당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에도 사회당 정부는 법원 판결까지 거스르며 부르키니(부르카+비키니) 착용을 금지한 지방 자치 단체의 조처를 지지했고, 난민촌도 대대적으로 파괴했다.

파시스트 정당인 국민전선은 한편으로 자신이 이주민과 무슬림을 더 잘 괴롭힐 수 있음을 내세우고, 다른 한편으로는 주요 양당이 긴축을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반감을 이용해 지지율을 끌어올려 왔다. 대표 마린 르펜은 현재 25퍼센트가량의 지지율을 보이며 4월 대선에서 1위를 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그러나 결선에서는 패배할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다.)

이번에도 르펜은 “안전은 모든 프랑스인에게 보장돼야 할 근본적 권리”라고 말하며 경찰이 반란에 나선 빈민 청년들에게 더 강경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머릿속에서 흑인·아랍계 주민들은 이미 프랑스인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 좌파적 단체들이 빈민 청년들의 불만을 대변하는 시위를 준비 중이다. 2월 18일에는 노동총동맹(CGT)과 교사노조(FSU), 프랑스대학생연합(UNEF), ‘SOS 인종차별’ 등이 경찰 폭력을 규탄하는 시위를 열 계획이다. ‘인종차별 반대 국제 공동 행동’과 맞물리는 3월 19일에는 경찰 폭력 희생자 유가족들과 반자본주의신당(NPA) 등이 ‘정의와 존엄을 위한 행진’을 벌일 것이다.

이런 행동이 더 많아져야 하고, 특히 혁명적 좌파의 구실이 중요하다. 프랑스 좌파 사이에도 크고 작은 형태의 인종차별과 무슬림 배척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혁명적 원칙으로 무장한 좌파만이 빈민 청년들에게 다가가고, 그들의 저항과 노동자 운동을 연결시키고, 프랑스에서 기승을 부리는 파시스트 운동에 맞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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