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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중앙위원회는:
자동차 판매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을 승인해야 한다

금속노조가 2월 20일 중앙위원회에서 판매연대(전국 자동차 판매 노동자연대)의 금속노조 가입 문제를 다룬다. 판매연대는 현대차·기아차·쌍용차·르노삼성 등 자동차 판매 대리점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결성한 노동조합으로, 지난해 5월 말 총회를 거쳐 금속노조에 가입을 신청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금속노조는 내부 논란을 이유로 벌써 8개월째 결정을 미루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같은 일을 하는 현대·기아차의 정규직 노동조합 지도부가 판매연대의 가입을 꺼리고 있는 데 있다. 유감스럽게도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 집행부는 자체 대의원대회에서 “대리점 노조의 금속노조 일방 가입 허용 저지” 결정을 이끌어내고, 20일 금속노조 중앙위원회에 간부·대의원들을 동원해 실력행사를 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기아차지부 판매지회 집행부는 현대차 판매위원회 집행부와는 견해가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부 보수적 조합원들의 반발을 의식해 아무 입장도 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지부 지부장을 비롯해 금속노조 지도부도 이런 정규직 판매위원회(지회)를 눈치 보면서 차일피일 결정을 미뤄 왔다.

판매연대의 금속노조 가입 문제로 이렇게까지 날카로운 긴장이 빚어진 데는, 사측이 노동자들 사이에 실적 경쟁을 구조화해 정규직·비정규직 간에 반목과 충돌을 조장한 문제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흔히 자동차 판매점은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 지점과 지점의 관리하에 위탁 판매를 하는 대리점으로 나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대리점에서 특수고용직으로 일하고 있는데, 기본급이 없고 4대보험 적용도 받지 못한 채 판매 실적에 따라 건당 수수료를 지급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 노동자들은 자기 호주머니를 털어 현금 할인, 각종 옵션 제공 등의 혜택을 주면서 영업을 뛰는 경우가 흔하다. 자동차가 팔려야만 임금을 받을 수 있으니 생계를 꾸려나가려면 어쩔 수 없이 손해를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상대적으로 조건이 나은 정규직에게도 성과 경쟁의 압박을 가한다. 지점에서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은 안정적 기본급을 받고 임금·단체협약의 적용을 받지만, 대리점보다 못한 판매실적 때문에 상시적인 압박을 받는다. 특히 사측이 현장에 노동개악을 관철하려 하면서 판매 부문에서부터 성과퇴출제 도입을 시도해 왔다.

이런 점들 때문에 정규직 노조들은 그동안 성과퇴출제 반대와 함께 대리점의 불법적 영업행위 근절, 대리점 제도 폐지 등도 요구해 왔다.

그런데 노조가 대리점 제도 폐지를 요구한다고 해서, 그곳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까지 내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이들은 정규직과 혈투를 벌이는 경쟁 상대가 아니라, 사측이 강요하는 실적 경쟁의 압박 속에서 가장 커다란 고통을 겪고 있는 동료 노동자들이다.

무엇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단결할 때, 사측의 부당한 압박에 더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을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조건을 방치할수록 정규직의 조건도 하향 압박을 받기가 훨씬 더 쉽다. 그리고 바람직하기로는 대리점 제도의 폐지와 함께 이곳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도 함께 요구하며 투쟁을 건설해 나가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판매연대 노동자들은 지난해 노조를 결성한 이후 수개월간 사측의 탄압에 홀로 맞서며 수십 명이 해고를 당하고 조합원 수가 줄어드는 등 고통을 겪었다. 이 노동자들이 더는 외롭지 않도록, 금속노조 중앙위원회가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더 늦기 전에 20일 중앙위원회에서 즉각 판매연대의 금속노조 가입을 결정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을 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