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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교육청은 영전강의 고용을 보장하라

인천에서 해고된 영어회화전문강사(이하 영전강) 노동자들이 인천 교육청에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무기한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현재 인천에서는 수업시수 부족 등을 이유로 19개 학교에서 일하던 영전강 노동자 23명의 계약이 종료된 상태다.

영전강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과 해고는 매해 반복되는 심각한 문제다. 그래서 전국 영전강 노동자 수는 2013년 대비 24.4퍼센트나 줄었는데, 인천에서도 이런 감원 추세가 매우 뚜렷하다(2015년 256명 → 2016년 168명 → 2017년 현재 145명).

이는 인천 교육청이 “무기계약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1년마다 재계약·4년마다 공개 채용으로 꼼수”를 부려 왔기 때문이다. 이번에 해고된 노동자들도 7년을 근무했지만 “매해 11월부터는 학교 눈치를 보면서 불안에 휩싸이고, 신규채용시험을 보면서도 해고가 무서워 숨죽”여야만 했다.

"매해 채용시험을 봐야 한다는 부담이 커서, 한번은 유산까지 했어요. 그 이후에는 제가 당장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고, 먹고 살기 급급해 출산 계획조차 하기 무서웠어요."(영전강 해고 노동자)

또한, 인천 교육청은 “물가 상승률을 임금에 한번 적용하지도 않고, 무리한 수업시수를 [강요해] 영전강 스스로 지쳐 나가도록” 만들고 있다.(2월 23일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인천지부 기자회견)

“유독 인천 교육청은 영전강이 한 주 동안 해야 하는 수업을 22시수로 못박아 놓았어요. 만약 그만큼 못 채우면, 방과 후 수업이나 다른 업무로 메워야 해요. 그래서 점심시간에 영어 카페를 운영하느라고 밥을 10여분 만에 먹고 달려가기도 했어요. 그리고 학교에서 ‘영어’가 들어가는 모든 사업의 업무를 맡는데도 초과 근무 수당은 신청조차 할 수 없었어요."(영전강 해고 노동자)

“지난 7년 동안 임금은 거의 그대로였어요. 그리고 학교에서 유일하게 저만 급식비를 내고 밥을 먹었어요. 명절상여금은 물론이고, 설 명절 때마다 다들 받는 선물 하나 받지 못했고요."(영전강 해고 노동자)

떠넘기기

게다가 인천 교육청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영전강 인건비 일부를 일선 학교에 떠넘기고 있다. 이 때문에 영전강 노동자들의 열악한 조건과 고용 불안은 더 심각해졌다.

“인천시 교육청은 퇴직금과 4대 연금을 개별 학교 부담으로 돌렸어요. 이런 비용 부담이 학교 측의 고용 회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저희는 교육청이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해 왔어요."(영전강 해고 노동자)

“저는 세 학교를 순회하며 수업하는데 원래 교육청이 부담해야 할 순회 수당을 수년 전부터 개별 학교에 떠넘겼어요."(4년차 영전강 노동자)

그래서 영전강 노동자들은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인천 교육청에 고용 보장에 대한 책임과 대책을 요구해 왔다. 그러자 인천 교육청은 “2017년 예산을 확보해 교육청 차원의 인위적 해고가 없을” 것이라고 노동자들을 안심시켰다. 그런데 결국 해고된 영전강 노동자들이 절박한 마음으로 다시 찾은 인천 교육청에서 들은 대답은 “학교의 계약 종료”에 관여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인천 교육청 관계자가 “[일선 학교에] 영전강 사업 종료 권고 전화를 돌”린 것은 관여가 아니란 말인가.(2월 23일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인천지부 기자회견)

뿐만 아니라 인천 교육청은 치사하게도 지난 2월 10일 무렵에는 영전강 노동자들의 교육청 출입과 전기·화장실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그리고 면담이 진행된 2월 17일에는 경찰력을 배치해 출입문을 가로막고 노동자들의 신분증을 일일이 검사했다. 그래서 영전강 노동자들은 면담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4시간을 밖에서 추위에 덜덜 떨어야만 했다.

이런 인천 교육청의 태도에 분노한 영전강 노동자들은 2월 21일부터 교육청 앞에 천막을 차리고 "해고된 동료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가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게 될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며 투쟁하고 있다. 또한, 지난 2월 25일에는 인천지역 박근혜 퇴진 촛불 집회에 참여해 자신들의 투쟁을 알리고 연대를 호소했다.

인천 교육청 정문 앞에 있는 영전강 노동자들의 천막 농성장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진 영전강 제도는 비정규직만 양산한 잘못된 정책이다. 7년 넘게 일해도 처우 개선·임금 인상이 전혀 없었다. 우리의 고용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나마 현재 대구·부산·경기도 교육청은 영전강을 교육청 소속으로 인정했는데, 인천 교육청은 여전히 학교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인천 교육청이 책임지고 우리의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박근혜 탄핵 인용·적폐 청산이 이뤄지는 것이야말로 우리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2월 25일 인천촛불집회에서의 영전강 해고 노동자)

인천 지역의 다양한 노조가 천막에 지지 방문을 했다. 그 중에는 같은 학교 현장에서 일하는 교사 노동자들이 소속된 전교조 인천지부도 있다.

“학교 관리자들이 사업 종료(해고)를 할 때 영어과 정규직 교사들을 모아 의견을 묻는 방식으로 해요. 우리 해고에 대한 책임을 일반 정규직 교사들에게 떠넘기는 것이죠.”(영전강 해고 노동자)

이런 이간질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 자주 고립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영전강 노동자들에게, 정규직 교사 노동자의 연대와 지지는 중요하다.

연대

한 영전강 노동자는 자신에게 무조건 22시수를 채우라고 강요한 학교 관리자에게, "로봇이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하냐"며 "강사의 노동 조건이 교육의 질"이라며 항의했던 한 영어과 정규직 교사에 대해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영전강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고용 보장 투쟁이 "[정규직 교사와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지 않"기를 바랐다.(4년차 영전강 노동자)

“정규직 교사들이 우리를 학교 현장에서 함께 교육하고 성장해 나가는 동료로 봐주었으면 해요.”(영전강 해고 노동자)

비록 해고를 당한 상황이지만, 천막을 지키고 있는 노동자들의 표정이 밝았다.

“저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하다가 7년 만에 처음 목소리를 냈어요. 4년 전에도 어이없이 해고된 적이 있는데, 두 번이나 겪고 나니 부당함을 참는다고 계속 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에는 부당함을 외롭게 참아야 했지만, 지금은 많은 이들이 공감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느껴요. 지역의 다양한 노동자들이 많이 연대 방문을 와서 감사해요. 오히려 싸우기 시작하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올해 정말 제대로 싸울 거예요.”(영전강 해고 노동자)

어느새 개학이 다가왔지만 인천 교육청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영전강 노동자들의 말대로 영전강 사업 계획을 세우고 예산 편성을 하는 인천 교육청이 영전강의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 교육청이 이들을 직접 고용하고 정규직화해야 한다.

"아이들이 자라고 배우는 학교 현장에서의 차별에 대해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투쟁하는 영전강 노동자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