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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사드의 모든 것》 (정욱식 지음):
사드 배치는 한국을 미·중 갈등의 “최전방”으로 만들 것

“이번 [조기] 대선을 안보 대선, 사드 대선으로 만들려고 하는 [보수 진영의] 정치적인 셈법”에 평범한 사람들이 맞서도록 도울 책이 나왔다. 저자 정욱식 씨는 평화네트워크 대표이자 〈프레시안〉 등에 오랫동안 한반도 문제로 글을 써 온 전문가다.

지금 정부는 사드 배치를 막가파식으로 밀어붙이면서 금세 완료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그는 “정부의 기대와 달리 사드 공사가 시작되더라도 그 진행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며, “대선 후보들은 ‘공사가 시작되더라도 집권 시 바로 중단 조치를 내리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도 촉구한다.

사드의 모든 것 정욱식 지음, 유리창, 240쪽, 12,000원

첨단 무기나 지정학 문제 등이 낯선 사람들을 위한 책인 만큼, 사드를 둘러싼 24가지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짬짬이, 또 골라서 읽기 편하다. “두세 시간 정도 투자하시면 다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하고 저자는 약속한다.

이 책은 당장 ‘북핵 때문에 사드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주장을 논박하는 데 유용하다. 사드의 기술적 한계를 조목조목 지적할 뿐만 아니라, 전 한미연합사 미사일작전 담당자 등 정부 측 인사들도 전문가들끼리 있을 때는 그런 한계를 익히 인정한다는 대목은 독자를 놀라게 만든다(86쪽).

미국 의회조사국조차 “한국은 북한과 너무 가까워서 … 미사일 방어 공조에서 이득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는 대목(142쪽)에 이르면, 북핵 위협은 거짓 명분일 뿐 정부의 사드 배치 추진에는 다른 저의가 있다는 것을 누구도 반박하기 어렵게 된다.

이 책에서 가장 유용한 부분은 바로 그 저의를 설명하는 13장이다.

저자는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문서와 역대 미국 관리들의 공개적 발언 등 탄탄한 자료를 바탕으로, 미국 정부가 중국 포위 구상의 일환으로 미·일 동맹을 강화해 오면서 한국을 “최전방 척후병[적의 지형 등을 정찰·탐색하는 병사]”으로 삼고자 수년 동안 차곡차곡 과정을 밟아 왔음을 보여 준다.

사드 레이더는 바로 척후병의 눈 구실을 할 비밀 병기다. 박근혜가 탄핵 표결을 목전에 두고서도 끝내 밀어붙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도 바로 이 레이더 정보를 일본과 공유하기 위한 것이다.

이어지는 14장에서는 이런 관점에서 사드 배치가 동중국해 댜오위댜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갈등, 중국·대만 간 양안 관계 등 동아시아 갈등의 최전방으로 한반도를 밀어 넣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예컨대, “성주 배치 X-밴드레이더는 [미국 항공모함 전단을 겨냥하는 중국의 탄도 미사일을] 일본 교토에 배치된 레이더보다 … 3분 정도 빠르고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다.” 촌각을 다투는 미사일 격추에서 3분은 몹시 긴 시간이다.

저자는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는다 해도, 사드 배치는 동아시아 정세를 더한층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반도 내 사드 레이더를 통해) 방어력이 강화될수록 최강의 공격 능력을 갖춘 미국의 ‘지역 분쟁’ 개입은 수월해질 수 있고, 이를 믿고 역내 일부 국가들이 중국을 상대로 대담한 행보를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국이 사드에 대한 군사적 대응책을 마련하면 국내에서는 다시 그에 대응해 군사력을 키우자는 주장이 커지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고도 경고한다.

그러나 이 책에는 대안과 관련해서 약점도 있다. 바로 국가 지배자들 간 협상과 합의에 기대를 거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저자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긴밀하고도 진솔한 협의”를 제안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현재 사드를 둘러싸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이 벌이는 갈등은 자본주의적 제국주의에서 비롯하는 것이고, 각국 정부들은 그 체제의 본성에 가장 충실한 자들로 채워진다.

그럼에도 이 책은 사드를 밀어붙이는 미국과 박근혜 정부의 저의를 폭로하고 그들의 거짓말을 논박하는 데 유용하다. 따라서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한 참고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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