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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오바마, 러시아 스캔들:
미국 사회 최상층의 위기와 아래로부터의 투쟁

한국에서 박근혜가 파면당한 지금, 미국에서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탄핵 얘기가 돌고 있다. 지배계급 내 갈등이 계속 심화하며 좀처럼 수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측근이자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마이클 플린이 2월 13일에 경질된 뒤로도 트럼프 측근들의 러시아 ‘내통’ 혐의는 계속 확산되고 있다. 법무장관 제프 세션스에 이어 트럼프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 고문인 재러드 쿠슈너, 트럼프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트럼프의 선거 운동 본부장이었던 폴 마나포트까지 도마에 올랐다.

측근들의 러시아 '내통' 혐의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이 때문에 법무장관 세션스는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관련 수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 수사는 오바마 정부 시절 연방검사로 승진하는 등 ‘오바마의 검사’라고 불린 법무부 부장관 대행 다나 보엔테가 진두지휘하게 됐다. 이 수사는 트럼프 측근들의 러시아 ‘내통’ 혐의와도 관련이 있으므로 트럼프로서는 지금 상황이 크게 못마땅할 것이다.

도청

당연히 트럼프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트럼프는 처음에 FBI를 압박해서 사건을 덮으려 했다. 그러나 오히려 그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며 비판이 거세지자 정보 유출설을 흘렸다. 이것도 먹히지 않자 “나쁜” 언론과 민주당의 음모설을 제기하더니, 급기야 오바마가 대선 기간에 자기 캠프를 도청했다고 주장했다. 증거는 없었다. 오바마 정계 복귀설이 나오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고 ‘프레임’을 바꾸기 위함인 듯하다. 하는 짓이 딱 박근혜 같다.

물론 플린이 대선 기간 주미 러시아 대사와 여러 차례 통화한 장소가 ‘트럼프타워’이므로, 오바마의 직접적 지시가 있었느냐 여부와 관계 없이 FBI 등 정보기관이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를 사찰했을 가능성은 없지 않다. 트럼프가 공화당 내에서도 일치된 지지를 받지 못한 후보였다는 점도 있다.

취임 초에 있기 마련인 밀월(허니문) 기간조차 없이 공방이 오가는 모습을 보며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미국 국가라는 배가 폭풍우 치는 바다에서 표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지배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판 ‘워터게이트’가 다가온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 백악관 법률고문 존 딘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워터게이트 2탄으로 가기 시작한 것 같다.”

‘워터게이트’는 1974년 공화당 소속 대통령 리처드 닉슨의 탄핵으로 이어진 대형 정치 스캔들을 가리킨다. 즉, 트럼프도 닉슨의 운명을 밟을 수 있다는 얘기인 것이다.

지독한 성차별주의자이자 인종차별주의자인 강성 우익 트럼프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끌려 내려온다면, 정말 반가운 일일 것이다. 물론 트럼프는 순순히 스스로 내려오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의 정책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예컨대 트럼프는 항의 운동과 법원의 제동에 걸려 좌초한 ‘무슬림 입국 금지’ 행정명령을 살짝만 바꾼 새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배자들의 권모술수로 트럼프가 제거될 수 있다손 치더라도 그 자리를 잇는 것이 부통령 마이클 펜스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마이클 펜스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조지 부시의 이데올로그 중 한 명이자 극성스런 낙태권 반대론자이다.

그리고 민주당과 국가 기구 내 트럼프 반대자들은 트럼프가 자유 시장 자본주의 국제 질서에 반기를 들며 추진하는 일부 정책과 ‘막가파’식 정책 추진에는 반대할지라도, 그의 친기업·반노동자 정책, 무슬림 혐오적·인종차별적 정책, 낙태권 공격 등 반(反)여성 정책에는 큰 이견이 없다.

‘워터게이트’와 닉슨 탄핵의 배경에 당시 미국 지배계급이 베트남 전쟁 패배로 말미암아 큰 위기에 시달리던 상황과 반전 운동 등 강력한 아래로부터의 저항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즉, 미국에 맞선 베트남 민중의 영웅적 저항과 미국 국내에서 폭발한 반전 운동이 닉슨을 끌어 내린 것이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새로운 운동이 등장하고 있다. 트럼프에 반대해 벌어진 ‘여성 행진’, 인종차별적인 ‘무슬림 입국 금지’ 행정명령에 맞서 벌어진 택시노동자 파업과 시위 등이 그것이다. 이런 운동이야말로 트럼프를 끌어 내릴 진정한 힘이다.


인종차별적 공격을 재개한 트럼프

3월 6일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중동 6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새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지난달 추진했다가 미국 전역 공항에서 일어난 파업과 항의 시위로 좌초한 ‘무슬림 입국 금지’ 행정명령을 대체하는 것이다.

입국 금지 대상에 이라크를 제외하고 행정명령의 발효를 열흘 뒤로 했다는 점을 빼면 이전의 것과 별 다를 게 없다. 여전히 이란,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예멘 국민들은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으며 미국 입국이 금지된다.

애초의 행정명령과 마찬가지로 이번 행정명령도 인종차별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저항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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