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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
나치 마린 르펜이 권력을 넘보는 위험한 상황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인종차별 정책을 노골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치를 떤다. 그런데, 유럽의 핵심국인 프랑스에서는 파시스트가 대권을 노리고 있다. 바로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이다.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전선은 파시스트 정당이다. 대중의 절망을 이용한 악선동으로 단지 표를 얻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중적 정치 운동을 조직해 노동운동과 좌파를 물리적으로 파괴하려는 목표를 가졌기 때문이다. 여타의 우익 포퓰리즘 세력과 질적으로 다른 점이다.

1930년대 독일에서 히틀러가 집권한 것이 제2차세계대전이라는 참상으로 이어졌음을 기억하면, 현재 프랑스 정치 상황은 큰 경각심을 가지고 봐야 한다.

프랑스 노동계급이 정말 경계해야 할 나치 정치인 르펜. ⓒ출처 Ernest Morales(플리커)

파시스트 정당의 대선 후보가 줄곧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데에는 그동안 프랑스 정치를 지배해 온 중도계 양당의 책임이 크다. 중도우파 공화당이든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사회당이든 신자유주의를 수용하며 대중에게 고통을 강요해 왔다.

그 결과, 미국과 오스트리아 등지에서 나타난 양상이 프랑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바로 중도계 주류 세력들이 쇠퇴하는 것이다. 특히 지난 5년 동안 프랑스 정부를 이끈 사회당은 직격탄을 맞아 현재 지지율 4위로 밀려나 있다.

게다가 중도계 양당은 신자유주의 정책이 낳은 고통의 책임을 이주민들에게 떠넘기고 인종차별을 부추겨 국민전선이 활개 칠 멍석을 깔아 줬다.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에서 이주해 온 무슬림의 후손이 많은 프랑스에서 인종차별은 주로 무슬림 혐오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무슬림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히잡’ 등 무슬림 복장을 착용하지 못하게 한 일이다.

급기야 사회당 정부는 지난해에는 무슬림 여성을 위한 수영복 ‘부르키니’ 착용도 금지해, 공개적 장소에서 남성 경찰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슬림 여성이 부르키니를 벗어야 하는 끔찍한 일도 일어났다.

불행히도 프랑스 좌파는 ‘세속주의’에 대한 오해로 무슬림 차별에 맞서는 데서 무능했다.

국민전선은 무슬림 배척을 유럽연합(EU) 반대로 연결시킨다. 유럽 각국에 긴축을 강요하고 친제국주의 정책을 펴는 유럽연합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이용하는 것이다. 르펜은 유럽연합을 두고 프랑스의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황금 망토를 두른 파시스트”라고 공격한다!

유럽연합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좌파적으로 대변할 세력이 약한 것도 프랑스 좌파의 큰 약점이다.

프랑스와 세계의 지배자들은 르펜의 EU 탈퇴 계획을 우려하며 무소속의 에마뉘엘 마크롱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마크롱은 지난해까지 사회당 정부에서 경제산업부 장관직을 맡아 친기업 정책을 지휘한 인물이다.

그래서 주류 언론들의 예측처럼 결선 투표에서 마크롱이 승리하더라도, 지금까지 국민전선과 르펜이 성장할 수 있게 해 준 조건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2002년 대선 때는 국민전선의 후보가 18퍼센트를 득표해 압도적으로 패배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르펜이 결선에서도 40퍼센트가량 득표하리라는 관측이 많다. 그만큼 국민전선의 기세는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다. 또, 르펜의 선전은 주변국의 파시스트와 우익 포퓰리즘 세력들을 고무할 것이다.

지난해 이주민 후손이 다수인 빈민 청년들이 노동개악 반대 노동자 투쟁에 함께하고, 최근에는 인종차별 반대 국제공동행동에 노동조합과 좌파가 대규모로 동원한 것을 보면 완전히 절망적이지만은 않다. 프랑스 좌파는 이런 경험을 소중한 종자돈으로 삼아 르펜을 저지할 광범한 운동을 건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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